[조선일보] 국악은 자고로 아침에 들어야 제맛입니다

2010. 4. 1. 16:42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산뜻한 오전의 여유와 '궁합'
歌曲·사물놀이·퓨전국악… 해설 곁들인 공연 쏟아져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의 하나인 가곡(歌曲)은 예전 사대부와 선비들이 사랑방에서 풍류를 즐기며 부르던 노래예요. 요즘처럼 바쁜 현대사회에선 거꾸로 여유와 느림을 찾을 수 있어 웰빙(well-being) 음악으로도 일컬어지지요."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인 조순자 명창은 평소 머무는 경남 마산의 가곡 전수관에서 지난 30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국악콘서트 '다담(茶談)'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샛별이 뜨면 속절없이 헤어져야 하는 임이 그리워서 북두칠성에 소원을 비는 여창(女唱) 가곡 '평롱(平弄)'을 조 명창은 국립국악단 정악단의 연주에 따라 고즈넉하고 운치 있게 노래했다.



국악이 아침시간으로 스며들고 있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해 삼청각 등 전통공연장에서 잇달아 해설을 곁들인 오전 국악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11시 콘서트'를 비롯한 클래식 음악의 아침 콘서트를 벤치마킹한 시도로, 오전 시간의 한갓진 여유와 국악의 멋이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조순자 명창은 "북두칠성 하나 둘 서이 너이"로 시작하는 여창 가곡을 300여 관객과 함께 불러보는 체험 시간을 가졌다. 청중은 처음 내보는 어색한 고음(高音)에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조 명창이 "정가(正歌)는 '바른 노래'라는 뜻처럼 마음공부에도 으뜸"이라고 북돋자, 청중은 손으로 박자를 타며 한 소절을 소화했다. 주부 이지연(46)씨는 "정가는 보통 노래로만 알고 있었는데 손동작을 곁들이니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가수 유열이 진행을 맡은 이날 콘서트에는 퍼포먼스 '난타' 제작자인 송승환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했다. 송씨는 "사물놀이를 퍼포먼스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 끝에 주방을 소재로 수백 번씩 뜯어고치며 아이디어를 점점 발전시켰다. 사물놀이가 없었더라면 '난타' 공연도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소고놀이로 시작해서, 크로스오버 국악 그룹 '미지'의 연주로 문을 닫았다. 주부 이청실(53)씨는 "직접 우리 노래를 불러보고 '난타' 제작 뒷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하다"고 말했다.


마치 안방극장에서 국악을 듣는 듯한 재미가 쏠쏠했고, 공연 전후 복도에서 내주는 차와 다식(茶食)은 넉넉한 덤이었다. 국악 콘서트 '다담'은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도 지난 29일부터 매주 월·화·수요일 정오에 점심식사와 전통연주를 결합한 런치 콘서트 '자미(滋味)'를 진행하고 있다. 국악 작곡가 유은선씨의 해설로 퓨전 앙상블 '청아랑'의 연주를 감상하고 점심식사를 즐기는 방식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서 영어·일어· 중국어 자막 서비스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장충단길 국립극장에서도 오는 12월 28일까지 매달 한 차례 오전 11시에 가야금 명인 황병기씨의 해설로 '정오의 음악회'를 연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씨는 "예전에 국악이 한(恨)과 설움의 음악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맑고 정갈하며 깔끔한 소리를 즐겨 찾는다. 이처럼 음악이나 사회변화에 맞춰 국악과 대중이 만나는 접점을 늘린다는 점에서 오전 국악공연은 반가운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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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31/20100331023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