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탄] <버들은> 4 이장, 삼장

2009. 6. 29. 16:49왕초보 노래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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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꾀꼬리는 북이 되여

  가곡의 구성상 초장은 준비 단계이고, 2장은 준비된 모습에서 일어서는 단계이다. 특히 ?버들은?의 초장과 2장은 정과 동의 관계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자연 풍경을 읊되, 초장은 정적으로 묘사했고, 2장은 동적으로 묘사했다. 동적인 이미지와 높은 소리로 시작되는 선율선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꾀꼬리”의 “ㄲ”과 같은 된소리 발음은 가곡에서는 되도록 삼간다. 그래서 “곶고리”로 발음하는데 “곶”처럼 초중종성을 모두 갖춘 소리는 다시 “초성+중성”+“종성”, 즉 “고”+“ㅈ”으로 분절하여 발음한다. 초장에서 “버들”을 “버드”+“ㄹ”로, “실”을 “시”+“ㄹ”로 발음한 것과 같다. 그렇지만 “곶고리”에서 “곶”처럼 단어의 중간에 받침이 오는 경우는 “버들”이나 “실”처럼 단어의 끝에 받침이 오는 경우와는 좀 다르다. 그래서 1-3정간에 불러야 하는 노랫말 “곶고”는 “버들”이나 “실”과는 다르게 소리가 배치된다. 즉 “곶”은 1정간, “고”는 2정간에 발음하는데, 1정간에서 “고”를 발음한 뒤 발화를 잠깐 폐쇄시켜 안으로 삼켰다가 2정간에서 “고”를 발음해야 한다. 그러면 얼핏 듣기에 “고혿고”처럼 들리고, 실제 꾀꼬리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1정간부터 11정간까지 부르는 “꾀꼬리는”의 선율선 가운데 초장과 겹쳐지는 선율은 초장을 불렀던 것과 같은 요령으로 부르면 된다. 다만 “꾀꼬리는”의 “-느은”을 표현하고 12정간 “북이”로 넘어가는 대목에 나타나는 파격에 유념해야 되는데, 11정간 “으”+“ㄴ”을 발음한 뒤, 12정간 “북이”의 “부”로 넘어가야 하는 대목의 발음이다. 대개 노랫말 초두와 이두(안귀와 밭귀) 사이에는 짧게 숨을 쉬게 되어 있는데, ?버들은?의 2장 “버들은”(초두)와 “북이 되여”(이두) 사이는 숨을 쉬지 않고 “ㄴ”과 “부”를 이어서 발음해야 한다. 그 결과 12정간의 “부”는 “(은)부”처럼 들리게 된다. “꾀꼬리”를 “고혿고”로 발음함으로써 언어적으로 꾀꼬리의 소리와 같은 경쾌한 소리를 연출했듯이 “(은)북”도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는 말이기 이전에 소리라는 사실을 환기하듯 재미있는 소리를 내도록 한 것이리라. “되여”의 “-여”는 혀날개를 바짝 붙여서 밝게 발음하고, 7-8정간의 탁임종 음은 끝나는 부분이므로 흔들림 없이 꼿꼿한 소리로 표현해야 한다.


삼장  구십삼춘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3장은 가곡의 음악적 구성상으로도, 문학적 내용상으로도 전개부에 해당한다. 가곡의 5장 구성 가운데 가장 박자수가 많은 부분으로서 노랫말도 많고, “나의 시름”이라는 시적 화자의 내면 표현이 직접 드러나 있기도 하다. 음악적으로는 4장의 절정을 향해 가는 준비 내지는 예고에 해당하는 부분이 3장이다. 가사도 많고, 노랫말의 주제도 분명히 표현해야 하는 만큼 노랫말의 구절 구절들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발음하면서 선율선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12정간에서 시작하여 다음 11정간까지 16박 동안 진행되는 “구십삼춘에”는 “구십”, “삼춘”, “-에”로 분절하여 부른다. 그러므로 한 분절 단위에서 다음 단위로 옮겨갈 때 발음을 정확하게 마무리 짓고 다음 가사를 발음해야 한다. 예컨대 “구십”의 종성 “ㅂ”을 정확하게 발음한 뒤, 새로운 힘으로 “삼춘”의 “사”를 발음해야 하고, “삼춘”의 종성 “ㄴ”은 정확하게 발음한 뒤, “-에”의 “-어”를 발음해야 한다. 특히 “춘”의 종성 “ㄴ”과 “-에”의 초성 “-어”로 넘어가는 5정간과 6정간 사이에서 발화를 잠깐 끊어 “추너”처럼 들리게 발음해서는 안 된다. 언어학적으로 말하면 ‘음절말(音節末) 폐쇄’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2장에서 “되고”를 “도ㅣ이고”와 같이 모두 단모음을 바꾸고 나중의 모음을 한 번 더 반복하는 것과 같이, “-에”의 경우도 “-어ㅣ이”로 발음하여, 마치 ‘초성-중성-종성’과 같은 구성이 되게 한다. 3장의 “어ㅣ이” 가운데 “이”를 표현하는 9정간에는 ‘겉목 탁남려+속목 황종 추성+겉목 탁남려+겉목 탁임종 치키는 요성’과 같이 여러 종류의 음을 구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는 “하단전 전체를 생식기를 중심으로 돌리듯이” 하여 소리내는 것이 그 비결이라 한다. 선생님의 표현에 의하면 “칼날을 중심으로 믹서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하단전의 기를 돌려야만 각각 소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시름”의 “시”를 부르는 정간도 이와 유사한 선율인데 같은 요령으로 하면 된다. 


롤러코스터의 정점에 다다르는 기분

 가곡의 발음법상 된소리는 예삿소리로 발음하되, 예삿소리 자음을 발음하기 전 순간 발화를 멈추었다 발음하면 강하고 선명한 예삿소리로 발음되는데, “짜내느니”의 “자”를 발음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면 “자”소리보다는 강하고, “짜”소리보다는 약한, 부드럽지만 강단있는 소리를 표현하게 된다. “짜내느니”의 “자”를 노래하는 12정간의 ‘속목 중려 치키는 요성’은 목구성을 안에서 붙였다 떼는 듯한 느낌으로 후두를 긴장시켰다 이완하면서 소리내야만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있다.

 3장 끝장단에서 11박과 12박 걸쳐 나오는 배자의 파격과 상행종지하는 선율의 파격은 선율에서 나타나는 조용함과 대치를 이루면서 ‘폭풍 전의 고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곡 전체 구성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노래를 불러야 노래의 맛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왕초보가 처음 이 곡을 배울 때 선생님의 선창을 듣고서 소름이 돋았던 부분이 바로 “시름” 대목이었다. 어쩌면 ?버들은? 전체에서 가장 공을 들여 표현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내 경우 처음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정점에 오르기 직전의 시간이 가장 조마조마하고 가장 아슬아슬했다. 앞으로 정점에 도달하면 기차는 쏟아져 내릴 것이고, 내 혼을 쑥 빠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않았으니 그 상태를 예상할 수 있을 듯도 하고 예상치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었다. 3장의 종결부 역시 롤러코스터의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과 같다고 한다면?

 3장 종결부에 해당하는 “시름” 가운데 “름”을 부르는 12-14정간은 전체적으로 고요하게 표현해야 한다. 12정간 “르”는 혀 옆에 힘을 준 상태에서 “르” 발음을 해야 한다. 이러한 소리는 혀를 아래로 눌러서 내는 “르” 발음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혀를 눌러서 소리 낼 때보다 혀 양옆에 힘을 주어 소리를 내면 성대가 더 크게 열려, 소리는 더 찰지고 밝은 빛깔을 띠게 된다. 12정간의 안정감을 주던 선율은 13정간 속목 탁임종으로 사뿐 솟아오른다. 13-14정간 탁임종은 “마치 안개 속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안으로 먹는 듯하면서 밖으로 살― 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