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탄] <버들은> 3 초장

2009. 6. 29. 16:34왕초보 노래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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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성(1745 ~ 1805 이후) <버드나무와 제비>

  11박 동안 부르게 되는 “버들은”이란 노랫말은 “버들”+“-은”으로 나누어진다. 실질형태소인 “버들”은 “버드-”를 1정간에 발음하여 2정간까지 끌고, “-ㄹ”은 3정간에서 4정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분명하게 발음한다. “버드-”를 탁임종으로 깨끗하게 소리 낸 뒤 2정간에서는 “드”를 탁임종에서 태주까지 치키는 요성으로 소리 낸다. 치키는 시김새는 아래(단전)에서부터 힘을 밀어 올리듯이 소리 내야 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옮기자면 치키는 시김새는 “온몸이 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고 밑에서부터 그 물을 출렁거려 위로 밀어 올리듯이” 소리 내는 것이다. 탁임종에서 태주까지 시김새 표현 바로 다음 소위 “도둑숨”이라 일컬어지는, 살짝 남모르게 숨을 쉰 뒤, 속목 태주 음을 내다가 소리를 꽉 조이면서 마무리하여 “-ㄹ”을 발음한다.

 가곡의 발음법상 실질형태소는 간결하고 분명하게, 조사나 어미 등과 같은 형식형태소는 유장하고 부드럽고 표현한다. 형식형태소 가운데서도 모음은 길게, 자음은 짧게 소리 낸다. 그러므로 4정간부터 11정간까지 8정간 동안 소리 내는 “-은”의 경우, 거의 8정간을 “-으”로 소리 내다가 11정간에서 그 다음 정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ㄴ” 발음을 산뜻하게 해야 한다.

상투 과자 짜듯이

 4정간부터 6정간까지 3정간 동안 소리 내야 하는 “-으”의 태주 음은 음의 변화나 흔들림 없이 곧게 쭉 뻗어내는 소리, 즉 ‘곧은 목’으로 부른 뒤 6정간에서 7정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태주음 추성을 “상투 과자 짜듯이” 꼭 짜서 마무리한 뒤, 7정간에서 탁남려음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 탁남려음은 일명 “사뿐 놓은 목”, 선생님의 표현에 의하면 “고양이가 높은 데서 눈밭에 사뿐 내려앉는데 눈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처럼” 힘을 조절하여 소리 내야 하는 소리이다.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내려 올 때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만 그러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

 “사뿐 놓은 목” 탁남려 다음 짧게 숨을 쉰 뒤, 다시 “-으”를 발음하면서 선율선을 이어가는데, 여기서 숨을 쉴 때는 반드시 다음 요령을 명심해야 한다. 입술과 입 속의 혀를 긴장시킨 채 목구멍만 확장시켜 순간 숨을 들이마셔서, “흡”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 7정간의 탁임종은 짧게 치키는 소리인데, 처음 탁임종은 길게, 중간을 짧게짧게 흔들면서 태주까지 올린 뒤 태주 음을 길게 소리 내야 한다. 아무리 짧은 소리라도 정확하게 치키는 요성을 표현해야 한다. 11정간 끝 부분에 발음해야 하는 “-ㄴ” 소리는 혀를 경구개 딱 붙여 발음하여, 비음에 가까운 “ㄴ”, 밝은 소리로 표현해야 한다.

 12정간부터 3정간에 걸친 “실”의 “시-”는 겉목 탁남려에서 속목 태주로 소리내기 위해서는, 탁남려 소리를 내다가 소리를 모아서 태주로 음을 올려야 한다. “실”의 “-ㄹ”도 “버들은”의 “-ㄴ” 소리를 발성했던 것과 같이 혀를 경구개에 딱 대서 발음함으로써 밝고 산뜻한 소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15정간에서 16정간으로 걸쳐 황종에서 중려로 음을 내린 뒤 흔들고, 흔든 뒤에는 반드시 곧게 135도 태주 음을 내야만 음 빛깔과 형태가 만들어진다. 무조건 질질 흘러 내려서도 안 될 것이며, 그렇다고 뚝 뚝 끊어져서도 안 되는 것이 가곡의 선율선인데, 정확한 음까지 흘러 내려간 뒤 그 음을 곧게 소리 내야만 부드러운 가운데 각(角)이 생기고, 이완과 긴장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
15-16정간에 걸쳐 표현한 “-이”는 다음 박자 3정간까지 이어진다. 1-3정간 동안 표현하는 “-이”는 앞서 표현한 “-이”보다 약하지만 안으로는 강하게 소리 낸다. 그러므로 3정간의 시김새 역시 “사정하듯이” 가녀리지만 음의 굴곡이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레이저 광선으로 자른 듯

 “되고”의 “되”는 가곡의 발음법에 따라 “도”+“ㅣ”로 분절하여 발음하는데, “도”+“ㅣ”를 소리내는 두 정간의 음은 “겉목 탁남려-속목 태주-속목 중려 추성”과 같이 음의 높이도 다르지만 소리의 성격이 각각 다르므로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해야만 노래의 맛이 살아난다.

 “되고”의 “-고”는 6정간부터 14정간까지 이어지는 노랫말인데, 6정간에서 탁임종 음을 태주까지 치킨 뒤, 7정간 초입에 속목 태주 음까지 “-고”를 소리 낸 뒤, 느닷없이 소리를 끊은 뒤, “-고”의 모음인 “오” 소리만을 곧은 목 태주 음으로 표현한 뒤 11정간에서 “놓은 목” 탁남려를 표현한 뒤 다시 발화를 끊었다 다음 선율로 이어간다.

 7정간 2/3 지점부터 15정간 쉼 이전까지 지속되는 “오”는, “되고”의 가사 전달이 이미 완료된 상태에서 “되고”의 마지막 소리인 “오”(선생님은 이것을 ‘허사’라 표현하신다)만을 늘여서 부르는 부분이므로, 약하게 불러야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냥 힘없이 약하게 불러서는 안 되고, 약(弱) 속의 강(强)을, 편안함 속에 각(角)을 두어야 한다. 두 차례에 걸쳐 나타나는 일명 “끊는 목” 혹은 “졸라 떼는 목”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계속 이어질 듯한 선율선에 느닷없이 태주 소리를 찰라 끊었다가 다시 태주 음을 곧은 목으로 진행하다가, 탁남려로 사뿐 내려 놓고, 또 순간 끊었다가 낮은 태-림(흔들고)-높은 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끊는 목”의 표현은 ‘예기치 않았는데 돌연 끊어진’ 것처럼 느껴지도록 분명하게, 선생님의 표현을 빌자면 “레이저 광선으로 자른 듯” 절단선이 깔끔하게, 얼핏 들어서는 끊어지지 않은 듯이 그렇지만 아주 잠깐 동안 분명히 끊어졌던 느낌을 내도록 표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