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탄] <버들은> 5 사장, 오장

2009.06.29 16:56왕초보 노래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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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 <양화환도>


사장  누구서

  가장 짧은 노랫말(3글자)을 높고 길게 이어지는 소리로 27박 동안 노래하는 4장은 가곡 5장 구성 가운데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 동안 초장에서 준비하고, 2장에서 일어서고, 3장에서 펼치면서 4장의 절정을 향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3장의 종지부 ‘폭풍 전의 고요’가 4장의 긴장으로 가기 위한 준비였던 것처럼 3장과 4장 사이의 중여음(간주) 역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중여음을 지나치게 “방-방-” 연주하여 노래의 흐름과 창자의 감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높은 소리도 힘이 들어가지만 추성도 힘이 들어가는 소리이다. “누구”의 “누”는 2정간에서 남려 추성으로, 3정간에서 임종 겹추성으로 소리내는데, 남려와 임종 음을 내다가 뒤에서 “목을 짜듯이 하여 소리를 밀어 올리면서” 추성을 표현한다. 이것을 자칫 앞꾸밈음처럼 표현하면 노래의 맛이 죽는다. “누”에서 “구”로 넘어가는 3정간과 4정간 사이에 살짝 ‘도둑숨’을 쉬면 “구”의 높은 음들을 표현하기가 한결 편해진다. 6정간부터 11정간까지 “구”의 모음 “우”를 중려로 표현하는데 쭉 곧은 목으로 가다가 11정간에서 한번 밀어올려 돌려서 잠깐 흘려 내려 12정간의 낮은 남려를 소리내기 위한 준비를 한 뒤 짧게 숨을 쉰 뒤 12정간부터의 “우서”로 넘어간다.

 15정간 2/3 지점에서 ‘난데없이 끊는 목’ 이후 “서”의 모음 “어”를 중려음으로 10박 동안 노래해야 하는 고난도의 부분이 나온다. 발성과 호흡이 숙련되지 않은 왕초보들에게는  높은 산과도 같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10박 동안 소리를 낼 수 있기 위해서는 숨을 아끼면서 노래해야 하는데, 15정간 ‘난데없이 끊는 목’ 다음 “어” 발음을 정확하게 한 뒤 16정간으로 넘어가면서 아래턱을 살짝 위로 올려 입술 사이가 되도록 적게 벌어지도록 한 상태에서 “어” 소리를 내다가, 9박째 중려음을 흘러내리면서 턱을 원 위치로 하여 10박째 태주음을 마무리하는 것이 그 요령이다.


오장 녹음방초를 승화시라 허든고

  절정에 해당하는 4장이 긴장이라면 5장은 이완에 해당한다. 절정에 오르면 서서히 내리막으로 향하듯이 평조의 종지 선율로 끝을 맺는 4장과 5장은 곡 전체의 짜임상 대미를 준비하며 향해 가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을 오를 때는 힘들지만 산을 내려갈 때는 위험한 법이다. 내려가는 길이 힘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면 발목을 삐끗할 수도 발을 잘못 디딜 수도 있다. 너무 급하게 내려가서 안 된다는 하산 수칙 또한 “천천히 조심조심”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산 길목이라 비유할 수 있는 5장 역시 긴장에서 이완으로 바뀐다는 것은 곡의 전체 흐름상 그러하다는 뜻이지 5장 전체 선율을 긴장을 이완시켜 부른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버들은? 5장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은 “녹음방초를”에서 “방”의 “바”를 발음해야 하는 부분이다. “녹음”의 “음”으로 다물어진 입술을 ‘얼른 활짝’ 열어 “바”를 발음해서 그야말로 “활짝 핀” 듯한 밝은 소리를 내야 한다. 또한 “승화시”의 “화”를 발음할 때도 입을 얼른 빨리 움직여 “화아”처럼 들리게 소리 내야지 “호아”처럼 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승화시”의 “시”를 소리낼 때는 “화”를 발음하기 위해 활짝 열린 입술을 얼른 작게 하기 위해 아래턱을 사뿐 올려야 한다.


‘오각형’으로 해석하는 가곡의 5장 구성

  영송당 선생님께서는 가곡의 5장 구성을 ‘오각형’으로 상상하여 설명하신다. 그것은 ‘초장-준비, 2장-제시, 3장-전개, 4장-긴장, 5장-이완’의 형식을 하나의 완결된 원으로 상상한 것으로써 시작과 끝이 이쪽과 저쪽으로 풀어져 있는 선조적(線條的) 구성으로가 아니라, 시작점과 끝나는 점이 서로 맞닿은 원환적(圓環的 ) 구성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오각형’은 구를 수 있는 원과 구르지 못하는 각형(角形)의 접점에 해당하는 매우 특별한 도상(圖像)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를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는 도형, 둥금과 모남을 함께 지니고 있는 도형, 각형이면서 구를 수 있는 원의 성격을 지닐 수 있는 최소공배수의 각형이 바로 오각형이라는 것이다. 삼각형과 사각형은 굴려지지 않는다. 오각형부터 육각형, 칠각형, 팔각형……n각형은 굴려질 수 있다. 굴절각이 없는 원(원환적 구성)은 부드럽고 원활하여 시작과 끝, 맺고 풀림의 맛이 없이 둥글기만 하다. 반면 오각형은 원활한 듯하면서도 모가 있어 중간 중간 고비와 옹이를 넘어야만 구른다.

 가곡의 구성을 오각형의 풀이하는 선생님의 해석 안에 가곡의 예술적 아름다움에 대한 선생님만의 독보적인 생각이 담겨 있다고 본다. 이 왕초보는 이에 대해 더 깊이 논할 만한 깜냥이 아직은 못 되어 여기서 줄인다. 좀 더 가곡에 공력을 쌓아 선생님의 학설을 심화하여 가곡의 형식 미학을 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과제는 나뿐만 아니라 영송당 문하의 모든 후학들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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