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동네 이야기> 마산 가곡전수관 '목요풍류' 공연

2011. 6. 21. 15:01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에 있는 가곡전수관. 지난 16일 이곳에 있는 가곡전용연주장 '영송헌'에서 '목요풍류' 공연이 열렸다. 가곡전수관은 목요일마다 정기 공연을 열지만, '영송헌' 공연은 흔치않다. 그만큼 이날 무대는 예사롭지 않은 자리였다.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무대를 만든 이들은 국립국악단과 미국인 작곡가 존 실(John Seals) 씨였다. 조순자 가곡전수관장이 무대 앞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공연 시작을 알렸다.

"여러분,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몇 곳? 두 곳? 세 곳? 오직 여기 한 곳입니다."

당당했지만 절대 넘치지 않는 자신감을 뒤로 첫 무대가 열렸다. 공연에 참석한 관객 80여 명이 숨을 죽였다. 생황과 소금이 연주를 주고받으면서 어울리는 생소병주 '수룡음'이 첫 무대를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이날 공연에는 7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가곡전수관에서 열린 '목요풍류' 공연. 국립국악원 준단원 하윤주 씨가 가곡을 부르고 있다. /김성찬 기자  


두 번째 무대는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인 조수연 씨가 이었다. 조수연 단원은 피리·대금·해금·거문고·장구 연주를 뒤에 두고 단아하게 앉아 가곡 한 자락을 뽑았다. 맑고 청아하며 자세는 가지런하되 목소리를 자유롭게 연주 위에서 노는 음색이 '가곡은 창·민요 등과 이렇게 구별한다'는 것을 단번에 보여줬다.

이어진 무대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이정규 악장을 비롯해 하윤주·김영근·박진희 준단원이 맡았다. 이들은 복잡한 설명 없이 국립국악원 소속 단원들이 지니는 가곡 기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뽐냈다. 단원 3명이 각자 독창 무대를 끝내자 이정규 악장이 다시 이들을 데리고 나와 '태평가'를 함께 불렀다.

조순자 관장은 "태평가를 들으면 내 무게를 잊고 하늘로 두둥실 떠가는 느낌"이라며 국립국악원이 선보인 무대를 칭찬했다.

조순자 관장의 칭찬이 아니더라도 이날 무대는 인상 깊었다. 탁한 목소리에 격한 호흡과 감정을 싣는 판소리, 구성진 민요 가락과는 또 달랐다. 단원들은 잔잔하게 깔리는 연주를 업고 말을 자음·모음 단위로 주무르며 새로운 우리 음악 세계를 펼쳤다. 이를테면 '북두칠성' 한 단어를 읊으면서도 ㅂ·ㅜ·ㄱ마다 음 높낮이와 울림, 성량이 수시로 변하는 식이다. 물론 이 같은 무대는 노래하는 이를 절대 윽박지르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연주가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인 김정집(피리)·신근영(거문고)·정나례(대금)·정동주(장고)·이준영(해금) 씨가 이날 연주를 맡았다.

마지막 공연은 가곡 우조 언락(높이 질러내는 선율이 많은 남창 가곡) '벽사창'이었다. 이정규 악장이 다시 무대에 섰는데 연주자로 창원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인 김동욱(플루트)·김미경(오보에)·문동주(호른) 씨가 나섰다. 미국인 작곡가 존 실(John Seals) 씨가 편곡한 곡으로 꾸민 무대였다. 조순자 관장이 가곡과 서양음악이 교류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이었다. 작곡가 존도 이날 공연장 앞자리에서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이 끝나자 조순자 관장은 존을 불러 직접 '벽사창'을 부르도록 권했다. 예정에 없던 8번째 무대였다. 존은 성악 발성이기는 했지만 비교적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무리 없이 '벽사창'을 불렀다. 미국에서는 가곡을 듣기만 했고 한국에 들어와서 1년 만에 배운 성과였다.

조순자 관장은 "존도 이 정도 부르는데 한국 사람이 가곡을 어렵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많이 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듣는 게 중요하다면 선택은 간단하다. 가곡전수관 '목요풍류' 공연은 목요일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가곡전수관에서 열린다.

이승환 기자 | hwa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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