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영제시조 널리 알리고 전하는게 제 임무죠"

2011. 1. 10. 15:45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사람in]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영제시조 이수자 이종록 씨

2010.12.21 조현열 기자 | chohy10@idomin.com

가곡·가사·시조는 궁중이나 양반 사대부 선비들이 인격을 수양하고, 심신의 안정을 얻고, 풍류를 즐겼던 노래로 전해진다. 이 중 시조창은 여유와 멋을 지닌 품격 높은 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

시조창은 우리 선조가 즐겨 부르던 풍류의 멋이 담긴 아름다운 소리의 문화유산이다. 더구나 영제시조는 가곡을 축소해 전문 가객이 아니라도 부를 수 있도록 한 조건을 완전히 갖춘 시조다.

이러한 소리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이가 바로 이종록 씨다. 시조창 명인인 이종록 씨가 인간문화재로 탄생했다. 지난달 11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인 영제시조 이수자로 지정받은 것. 전주대사습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한 시조창 명인 이종록 씨는 의령군 부림면 경산리 출신으로 조선시대 3대 명창 중 한 사람인 부림면 신반 출신 손덕겸(1849∼1916) 선생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영제시조 이수자다.


어릴 적 동네 어르신 흉내 내며 첫 만남…부산서 교사 재직 중에도 시조에 매달려

시조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정서나 말씨에 따라 다르게 발달한다. 서울 경기지방의 경제시조와 충청도 지방의 내포제 시조, 전라도 지방의 완제시조, 경상도 지방의 영제시조로 각각 나뉘는데, 영남을 대표하는 영제시조의 창시 지역이 바로 의령이다.

이종록 씨의 고향은 손덕겸 선생과 같은 의령군 부림면이다. 옛날부터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로서 선산과 부모님 산소가 이곳에 있고, 선대의 재실과 큰댁도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젊은 시절 직장에 다니고자 고향을 떠나서 살았다.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부터 2004년까지 경남과 부산지역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우리 것에 대한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우리 문화를 익히고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생각에 승진도 포기하고 영제시조를 찾는 일에 매달려 왔다. 그리고 현재 그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보급하는 일에 모든 인생을 걸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여름날에 마을 앞 큰 정자나무 밑이나 냇물 가의 고목 밑에서, 겨울에는 마을 앞 재실에서 할아버지 친구들이 모여서 무슨 노래를 길게 빼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 당시는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고 그냥 할아버지들을 따라서 한 가락씩 흉내를 내면서 외치고 다녔다. 그가 성장을 하면서 시조에 입문해 시조를 비롯해 가곡과 가사 공부를 하면서도 어릴 때 버릇처럼 할아버지들의 흉내를 내보지만, 한계에 부닥치는 시련이 연속된다. 당시 옛 어르신들이 읊으시던 그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후 피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1997년 8월 대한시조협회 본부대회 대상부에서 1등을 차지하고, 1999년 6월 열린 전주대사습대회에서 당당히 시조부 장원을 차지했다. 그런 탄력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받아 가사 예능 이수자가 되고, 가곡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문헌이나 스승들과 선배들을 통해 영제시조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어릴 적 멋모르고 흉내를 냈던 그 소리가 바로 영제시조임을 깨달았다.

그는 영제시조가 경상도의 시조이고, 그 본고향이 자신의 고향인 경남 의령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북받치는 기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한다. 그 기쁨에 겨워서 영제시조의 소리를 찾아 경남이나 경북의 여러 고을을 헤매고 다녀도 영제시조라는 용어 자체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애를 태우던 중 대구광역시에서 무형문화재 제6호로 박선애 선생님이 지정됐음을 알고 거의 하루 걸러 찾아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영제시조를 터득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어릴 때 골목을 뛰어다니면서 불렀던 그 소리라고 생각하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픈 줄을 모르고 잠을 자지 않아도 그냥 흥이 났다고 한다. 그렇게도 좋은 영제시조가 전국을 빙빙 돌며 방황하다가 이제야 고향인 우리 의령에 오게 된 것이다.


각고 노력끝 전주대사습대회 시조부 장원…방송 출연·강연 등 전국 돌며 전수에 매진


그는 KBS 1TV <국악 한마당과 문화탐험 오늘의 현장>을 비롯해 2006 설날 특집 방송 등 모두 20여 회에 걸쳐 출연한 경험이 있다. 부산 MBC 라디오 43주년 개국 특집방송 '부산의 소리 찾기-내 임을 그리자!'를 시조창으로 편곡해 방송은 물론, 공연과 대담 프로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부산 KBS 라디오 2007 추석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1시간 동안 영제시조에 대해 방송을 했고, 이를 계기로 이종록 영제시조 음반 속의 시조창이 방송되고 있다. 더구나 매년 초청 공연과 강의 등 전국으로 다니면서 영제시조의 우수성을 알리고 시조창을 전수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다닌 횟수만도 100회가 넘는다고 한다.

지금은 고향인 의령에서 의령 영제시조회를 결성해 시조창을 가르치고 있고, 전국 어디든 강의면 강의, 공연이면 공연 등 부르는 곳이면 어김없이 달려가서 영제시조의 가치를 전수해 나가는 장인이다.

그는 "조선말엽 궁중에서 의령 조 시조의 명성을 널리 전수한 손덕겸 선생 이래 많은 제자 선배님들이 전수해온 영제시조가 사라져가는 시점에 어렵게 전수를 받아 후손에게 잘 전해 주는 것이 지금에 사는 사람으로서 큰 도리요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돼 영제시조에 심혈을 기울여 많은 사람에게 우리 시조를 널리 알릴 각오"라며 전수를 고민하고 있다.


※ 기사보기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3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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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 이종록 선생님의 기사를 뒤늦게 올립니다.
작년 12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 영제시조 예능보유자가 되셨어요.
저희 공연에도 자주 출연하시고, 단원들에게 영제시조를 가르쳐주기도 하십니다.
도경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싶으시면 가곡전수관 공연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