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초청 송년공연] 이런 송년모임 어때요?

2010. 12. 27. 19:07풍류방이야기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송년모임.
즐겁게 참여하고 계신가요? 요근래에는 술자리로 끝나는 송년모임말고 좀 특별한 송년모임을 시도하는 모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하고요. 물론 오랜만에 얼굴 보고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어떨때는 돌아가는 길이 씁쓸하기도 하잖아요. 송년모임에서 마음이 통하는 일, 국악공연 관람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지난 12월 21일 가곡전수관에서 있었던 <마산고등학교 동창회 초청 송년공연>.
이날 참석하신 분들은 총 30여분으로 간단한 식사 후 공연을 관람하는 일정을 가졌는데요. 왁자지껄 술자리도 좋지만, 부부가 함께 참석해 식사도 하고 공연도 감상하셨으니 왠지 특별한 송년모임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

이날 공연은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의 해설로 생소병주 '수룡음', 궁중정재 '춘앵전', 피리독주 '상령산 풀이', 해금거문고 병주 '탈놀이', 가곡 '북두' '모란은'이 차례로 연주되었습니다.  특별히 연주단원들이 홍주의를 입고 나왔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집박은 녹주의(청삼)을 입었고요. 복식을 제대로 갖추었습니다. 홍주의는 조선시대에 음악을 하던 예인들이 입던 붉은 예복을 말합니다. 녹주의를 입은 집박은 연주를 진행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요. 이분이 서양음악에서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집박이 들고 있던 '박'을 딱~ 하고 치면 연주가 시작되고 또 딱딱딱 하고 치면 연주가 끝납니다.

연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중요한 인물인만큼 듬직한(?!) 거문고잽이 신근영 단원이 맡아주었습니다. ㅋ


- 첫 곡인 생소병주 '수룡음' 
쉽게 접할 수 없는 생황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가곡의 반주 선율을 기악곡화한 레퍼토리로 가곡의 선율 중 계면조 평롱, 계락, 편삭대엽의 관악 버전입니다.



- 궁중정재 '춘앵전'
앵전은 순조(1828)때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숙황후의 탄생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목처럼 봄날 아침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무용화한 것인데요. 춘앵전은 꾀꼬리를 상징해 노란 색의 앵삼(鶯衫)을 입고, 화관을 쓰고, 오색 한삼을 양손에 끼고 화문석 위에서 추는 독무로 매우 우아하고 춤사위가 다양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 춘앵전은 김명숙 늘휘무용단 지도위원이신 안시향 선생님께서 멋지게 보여주셨어요.



- 피리 독주 '상령산 풀이'
피리 독주 상령산 풀이는 상령산의 변주가락입니다. 어렵다는 상령산을 변주로 하는 것이니 한 급이 더 높은 분들이 부르실 수 있는 것일텐데요. "우리나라 안에서 상령산 풀이를 잘 불기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는" 김정집 선생님의 상령산 풀이를 들어보았습니다. 지난 마산21포럼 공연 때 들려드렸더니 관객들이 "뿅" 가셨다던 명연주입니다.



- 해금·거문고병주 '탈놀이'
거문고병창의 명인이자 작곡가로도 유명한 김영재(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작곡한 ‘탈놀이’. '탈놀이’는 민속 대풍류 중에서 허튼타령의 조성과 장단을 바탕으로 하여 병주에 맞도록 편·작곡한 것인데 허튼타령은 탈춤 반주음악으로도 유명합니다.
이어서

- 가곡 계면조 평롱  ‘북두’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誌)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북두칠성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안타까운 소장 하나 아뢰나이다
그리던 님 만나 정다운 말 채 나누기도 전에 날이 새려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어
오늘밤만 삼태성에 명을 내려 샛별을 거두어 주소서
 

-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初章  모란(牡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貳章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參章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량(風流郞)인가 하노라



- 커튼콜과 다함께 사진촬영~!


즐거운 연말연시.
행복한 새해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

마산고등학교동창회 초청 송년공연 (12월 21일)

모란은 화중왕이요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생소병주  ‘수룡음’ 
  궁중정재  ‘춘앵전’
  피리독주  ‘상령산 풀이’
  해금․거문고병주  ‘탈놀이’
  가곡 계면조 평롱  ‘북두’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출연자
  노   래_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동영 (전수장학생·부산대 국악과 재학중)
  피   리_ 김정집 (국악연주단 정음 사범․전 국립국악원 부수석)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구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해   금_ 마혜령 (국악연주단 정음 객원단원)   
  정   재_ 안시향 (김명숙 늘휘무용단 지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