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향유 자격있음, 두분토론 안다면…

2010. 11. 23. 14:56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213>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 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게 터를 내준 우면동 국립국악원 신세다.

‘가곡’ 하면, 슈베르트나 슈만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아니면 십중팔구 ‘가고파’, ‘선구자’를 연상한다.

그러나 세계 문화계는 한국의 전통 가곡에 주목한다. 가사, 시조와 함께 정가(正歌)를 이루는 노래다.

슬그머니 보통명사가 돼버렸지만 가곡은 본디 고유명사였다. 국어시간에 외운 ‘박효관·안민영의 가곡원류’ 중 바로 그 가곡이다. 가곡 뿐 아니다. ‘해동가요’의 가요는 트로트와 발라드가 가져간 지 오래다. 그렇다고 하나 남아있는 ‘청구영언’의 영언을 따다가 가곡을 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000년 세월을 뚫고 내려온 이 땅의 가곡은 서양 가곡과 판이하다. 성조 자체가 다르다. 비유하자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간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간다’의 차이다.

이런 가곡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이름이 조순자(66)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예능보유자인 그녀는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에 가곡전수관을 세웠다. “머리와 가슴을 합쳐 부르는 노래”인 가곡에 진력하고 있다.

“가곡의 음악세계는 기(氣)가 승(乘)해 진(盡)하게 하는 극대화를 용납지 않는다. 기가 승해 화(和)하게 함이 근본이다. 넘침과 처짐이 없이 알맞음에서 평안함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가곡은 국악의 토대다. “언어전달이 중요하다. 가곡의 발음부터 익힌 뒤 판소리, 민요 등 장르를 택해야 한다. 마치 슬로비디오와도 같은 가곡의 발음과 발성 그리고 호흡을 알아야 국악이 보인다.”

슬로비디오…. 가곡이 느릿느릿하다는 얘기다. 마침 슬로, 천천히가 붐이다. 역설적으로 시의적절한 트렌디 송이 가곡일 수 있겠다. 음정도 2옥타브 3분의1 정도라 명상과 웰빙에 제 격이기도 하다.

“가곡은 심심하고 재미없다? 가곡을 접하고 소름이 돋는다면서 열광하는 외국인들은 뭔가. 선입견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곡을 들려주면 그렇게들 좋아할 수가 없다. 몰라서, 자주 대할 일이 없어서, 포장이 덜 돼 낯설 따름이다. 생명체라면 가곡에 끌리게 마련이다.”

가곡의 원형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 국악관현악단처럼 국악합창단도 탄생시키고 싶다. 16박을 10박, 6박, 4박, 2박으로 재촉할 뜻도 있다. 40여자짜리 가사를 100자 이상으로 늘려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판단이다. 퓨전 국악도의 기백을 높이 사며 “국악계의 희망, 귀한 아이들”이라고 대견스러워 하는 조 관장답다. 물론, 구상을 한 다음 추상을 햐야하듯 가곡을 마스터한 뒤 응용하라는 원칙 만큼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남자가 노래한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직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여자가 노래한다.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구십(九十) 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던고.’

남자와 여자가 함께 노래한다. ‘(이래도) 태평성대 저래도 성대로다 요지월일이요 순지건곤이로다 우리도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남하당’ 개그맨 박영진(29)이 “소는 누가 키울거야”라고 시비를 건다. ‘여당당’ 개그우먼 김영희(27)는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라고 응수한다. 청년층에게도 알게 모르게 ‘가곡 유전자’는 흐르고 있나 보다.

가곡이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 ESCO)의 인류 무형유산이 됐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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