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번째 금요풍류] 석양에 취흥醉興을 겨워

2010. 6. 26. 15:30풍류방이야기


어제 오늘 마산에는 촉촉히 비가 내립니다.
언제부터인가 비오는 날에는 자동반사로 '파전에 막걸리'가 머릿속에 떠오르더군요.
그건 마치 섬광과도 같은 것이어서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전수관의 가장 막내 전수생, 유나양도 어제 저녁 불쑥 파전이 먹고 싶다고 한 걸 보면, 
이건 분명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지요. 
나이가 들면서 거기에 막걸리가 추가되기도 하고, 파전보다는 막걸리에 방점이 찍히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6월 25일 열네번째 금요풍류는 술 대신 석양에, 노래에 취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목이 <석양에 취흥을 겨워>였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동틀무렵보다 해질녘이 좋습니다. 붉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떨땐 정말 몽롱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와락 눈물이 쏟아질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 세태에는 동안을 선호하고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제게는 해 뜰 때보다 질 때가 예쁜 것처럼 인생의 황혼기가 더 멋있어 보입니다. 황혼기의 사랑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어 보이고요. 물론 인생은 순간 순간이 모두 다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일테지만요.

제 넋두리는 이 정도로 하고, 공연의 주제가 된 가곡 평조 삼삭대엽 <석양에>의 노랫말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初章  석양(夕陽)에 취흥(醉興)을 겨워
貳章  나귀등에 실렸으니
參章  십리(十里)계산(谿山)이 몽리(夢裡)에 지내거다
四章  어듸서
五章  수성어적(數聲漁笛)이 잠든 나를 깨오느니

•십리(十里)계산(谿山) : 십리 계곡과 산        •몽리(夢裡) : 꿈 속
•수성어적(數聲漁笛) : 어부들이 부는 몇 마디의 피리소리

느릿느릿, 유유자적한 화자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옛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는 조급함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도 조금 느려져도, 늘어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


이날 공연에서는 특별히 과일을 준비했습니다. 노랑, 보라, 빨강 색색이 어울려 눈을 즐겁게 하지요.
이래도 안오시겠습니까? 후훗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도경 이종록 선생님께서 남창 가곡 평조 삼삭대엽 <도화이화>와
가곡 계면조 삼삭대엽 <석양이>를 불러주셨습니다.



국악연주단 정음 연주단원들의 모습인데요. 새로 한 노란색 배자가 잘 어울리지요?



국악연주단 정음의 세 가인(왼쪽부터 김동영, 조수연, 김나령)이 가곡 평조 두거 <일각이>와
가곡 계면조 두거 <임술지>를 불렀습니다. 이날 공연에서는 옛 풍류방에서 하던 것처럼 남창과
여창을 나누어 부르고 마무리로 남여창으로 대받침 <태평가>를 불렀습니다.
남창과 여창의 차이, 평조와 계면조의 차이, 두거와 삼삭대엽의 차이 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지요.



★ 감상하는 모습

단골관객이신 유장근 교수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앞쪽의 엄숙한 분위기와 다르게
뒷자리에서는 배고픈 하이에나들의 식혜와 떡, 과일을 공략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이를 의식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네요.


진주에서 오신 남선희 선생님 내외분이 느닷없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추첨은 하지 않고 멀리서 오신 두 분께 방문기념선물로 드렸지요. 
남선희 선생님은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이시기도 합니다. 가는 길에 새로 지은
전용연주장을 보고는 '아주 좋다'며 부러워하셨습니다.  
진주에는 이만한 시설이 없다면서요. 근처에 계신 분들은 명심해 주세요~



퀴즈입니다. 위 사진에 나온 세 명의 단원 중 외모의 급격한 변화로
10년은 젊어진(주위의 평) 단원은 누구일까요?
맞추시는 분께는 특별히 장구수업을 수강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 관객 소감
- 작은 무대지만 어느 대극장 못지 않은 느낌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가끔 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느리지만 그 속에서 한없이 깊고 아름다운 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거라 잘 모르고 무엇인지 구분이 안되지만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자주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공연은 다음주에도 이어집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
차와 음악이 함께하는 2010 금요풍류 (6월 25일)

 
 석양에 취흥醉興을 겨워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가곡 평조 삼삭대엽 ‘도화이화’
   가곡 평조 두거 ‘일각이’
   가곡 계면조 삼삭대엽 ‘석양에’
   가곡 계면조 두거 ‘임술지’
   가곡 계면조 대받침 ‘태평가’

연주자
  노   래_ 이종록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동영 (전수장학생․부산대학교 국악과 3학년)
  가야금_ 오은영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피   리_ 신정현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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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농이2010.06.26 20:56

    그분에게서 빛이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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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위의모모2010.06.29 15:19 신고

      중고등시절 미술시간에 보았던

      아우렐리우스~~~ 조각상의 옆모습 같지 않습니까?
      (조각상의 머리가 곱슬거리기에...)

      아이~ 눈 부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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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그거2010.06.27 22:49

    아~~ 누군지 알 듯 한데.. 그거있지 않습니다. 그거..그거.. 아..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
    암튼 맞추시는 분은 좋으실듯!

    확실히 남창은 좀 많이 부실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음반도 듣고 나름 분석과 공부를 합시다!!
    정음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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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가실2010.06.28 14:57

    그날에는 전에 못보던 분이 장고를 울리더군요^^
    거참... 저도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미남 한분이 새로 들어오셨구나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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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숙2010.06.30 17:03

    석양? 노을 ? 그 말이 그말 같은데 느낌은 다르네요. 설명의 글과 시조 늘 잘 읽고 많이 배웁니다. 이번에는 옷도 노~랗고 모두들 용모도 좋습니다. 조선생님! 제가 6일간 서울 아들집에 갔다오니 우리집의 능소화가 피었다가 비에 많이 떨어졌습니다. 기네스 북에 올려도 될 노~란 나리꽃(키가 얼마나 큰지 처음봤죠)도 한풀 예쁨이 꺽였습니다. 그래도 2차로 피는 능소화가 있습니다. 다리가 아프지 않으시면 나례와 함께 빠른시일내로 오시면 될것 같습니다. 시원하고 맛있는 유천냉면 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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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송당2010.07.01 23:50

      정선생님그동안 서울계셨군요!
      내일은 금요풍류날이라서 짬이날려나걱정되고
      그다음날엔 꽃이질까조바심나고...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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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2010.07.02 19:05

    라면땅 머리 ㅋㅋ
    우리들의 변신은 무죄입니더~~

    그럼..오늘 하게될 금요풍류의 변신도 기대 해봅니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