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풍류]가곡, 시조, 판소리까지 들어본 전통성악곡의 밤

2010.05.29 17:10풍류방이야기



5월의 마지막 금요일인 어제 28일, 가곡전수관에서 열한번째 금요풍류가 열렸습니다.
공연 제목은 <이산 저산 꽃이 피니>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산 저산 꽃이 피니'는 사철가의 첫 대목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날 금요풍류에서는 판소리 순서도 마련되어 가곡, 시조, 판소리를 두루 들어볼 수 있는 '전통성악곡의 밤'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특별히 초대손님으로 와주신 이삼스님께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위 사진에서 이삼스님과 나란히 마주 앉아있는 친구는 판소리를 들려주러 오신 정선희 선생님의 따님, 신유림 양입니다. 어른들 틈에 앉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제일 앞에 가서 앉았어요. 공연내내 의젓하게 관람해 주위를 놀라게 했지요.



공연의 첫 문을 연 것은 이삼스님의 특별공연이었는데요. 직접 만드신 대금, '여음적'으로 <영산회상>을 연주해 주셨습니다. 일전에 오신 일이 있어 올해만 두 번째인데요. 앞으로도 자주 오셔서 관객들에게 '느닷없는 행복'을 선사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이삼스님은 왼팔로 대금연주를 하시는 '귀인'이실 뿐 아니라, 한 팔로 악기도 잘 만드시는데요. 이번에 전수관에 오실때 직접 만드신 가야금을 들고 오셨습니다. 위 사진 왼편에 세워진 악기가 스님께서 만들어 오신 가야금입니다. 이날 가야금 반주는 이삼스님이 만들어 오신 것으로 하였습니다.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가 첫 곡으로 가곡 평조 두거 '일각이'가 연주되었습니다.
'일각이'의 노랫말을 음미해 볼까요?

初章  일각이 삼추(三秋)라 허니
貳章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요
參章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하랴
四章  천리(千里)에
五章  임이별(任離別)하고 잠 못 닐워 하노라

임과 이별한 지 열흘이 지난 화자에게 한 순간은 세 번 가을을 지나온 것 같답니다. 그런데 열흘이라니 그 시간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지난 것 같았겠어요. 임의 마음 즐거워서 내 시름은 생각지 않는 것 같다고 한탄하며 천리에 임과 이별하고 잠 못 이룬다고 하네요. 왠지 짠~한 마음이 듭니다. 사랑을 해보신 분들은 알꺼예요. >.<



곧바로 이어진 노래는 영제 평시조 ‘녹양이 천만사들’입니다. 도경 이종록 선생님께서 불러주셨는데요. 앞에 가곡 '일각이'가 오지 않는 임을 그리워 하는 내용이라면 이 '녹양이 천만사들'은 사연을 알고 있는 친구가 전하는 말 같습니다. 
                                                         

初章  녹양(綠楊)이 천만사(千萬事)들 가는 춘풍(春風) 매어두며
中章  탐화봉접(耽花蜂蹀)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終章  아무리 사랑이 중(重)한들 가는 님을 어이리

 
푸른 수양버들가지 천만개인들 가는 봄바람 못 잡아두고 꽃 찾는 벌 나비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며 사랑이 아무리 깊은들 가는 님을 어찌하리... 고로 '붙잡지 말아라'고 하는데요. 맞는 말인데 분명 듣고 싶은 말은 아니지요.



이어진 판소리 공연.
두 곡을 연이어 들어보았는데요. 단가 '사철가'와 정정렬제 춘향가 중 '사랑가' 입니다. 소리하시기 전에 관객분들에게 '얼~쑤' '조~~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도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왠지 멋쩍어서 잘 나오지는 않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얼~~~쑤! 조~~~타'를 날려봅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드라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 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허여
제 절개를 꽃피지 않은 황국 단풍도 어떠헌고…….
- 사철가 中

  
단가(短歌)는 판소리 명창이 판소리 부르기 전에 목을 풀 겸, 소리판의 분위기도 잡을 겸 부르는 노래로 대략 5분 정도로 짧습니다.
참, 판소리를 해주신 정선희 선생님과 고수 신호수 선생님은 부부지간이시랍니다. 딸 유림이까지 왔으니 정말 가족적인 공연인 셈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입니다.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화둥둥 내 사랑이지야'로 시작하면서 춘향이와 이도령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가곡, 시조, 판소리 모두 '사랑'이 주요 주제입니다. 역시 인생에서 사랑만큼 중요한 건 없나 봅니다.

이외에도 영제 반사설시조 ‘먼 산에 황혼이 드는’과 가곡 계면조 이삭대엽 ‘언약이’를 연주한 후 1부 공연순서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중요한 2부 순서.


'나눔의 시간'입니다.
'느닷없는 행운' 추첨으로 선물도 나누고.



도란도란 모여앉아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이날 공연에는 이삼스님 외에도 특별한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멀리 거창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진주, 김해, 부산 각지에서 오신 분들로 객석이 가득찼습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경남대 동아시아지역연구회 친구들도 어김없이 찾아주었습니다. 시험기간이라 다음주는 오기 힘들데요. 벌써부터 보고 싶은데~ 후훗. 시험 잘 치고 공연 때 보길 바라겠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악기체험시간.
악기체험하는 시간을 활용해 악기를 매주 배워가는 분들도 있다는 후문입니다. 그랬거나 저랬거나 직접 만져보고 불어봐야 관심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특이하게도 이날 김해에서 오신 모선생님께서는 '해설자 체험'을 해보시기도 하셨어요. 마이크에 대고 한 마디 해보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분은 모든 악기를 두루 체험하신 '고수'이십니다. '해설자 체험'을 하신 선생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후훗. 두 분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인 신근영 악사의 이모님과 사촌오라버니시라는데요. 아주 재미있으셔서 팬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오시기를 바랄게요~


★ 관객 소감
- 처음 본 국악공연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 조명 때문에 약간 더웠던 것 같습니다. 이것 빼고는 전부다 좋았습니다. 
- 아, 혹시 조금더 쉽게 영제가 무엇인지, 가곡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거나, 
  홍보 책자에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 수준높고 격조높은 공연에 관람객이 부족합니다. 보다 많은 홍보로 관객확보에 노력해주세요.  
- 가야금에 대한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되었어요.
- 오늘 가야금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접해서 좋았다.
- 오늘 공연은 판소리를 같이 해서 두 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스님의 공연이 인상깊었고, 판소리 공연을 직접 접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었고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앞으로 시간이 되는대로 참석하도록 할게요.
  거문고 언니, 대금 언니 포스 짱 ^,^
- 연출하신 분의 아름다운 고운 목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감명을 받게 한다. 
  특히 춘향가 중 사랑가는 너무 아름다운 소리이다.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고 자부함.
- 국악이 더욱 좋은 것 같다.
- 시조의 소리도 오늘따라 더욱 매끄럽게 들린다.
- 영산회상 역시 더욱 은은하니 들린다. 황홀한 순간.

관객분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한 마디 한 마디는 추후 공연에 더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_()_

차와 음악이 함께하는 2010 금요풍류 (5월 28일)

 이산 저산 꽃이 피니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가곡 평조 두거 ‘일각이’
   영제 평시조 ‘녹양이 천만사를’
   단가 ‘사철가’
   정정렬제 춘향가 中 ‘사랑가’
   영제 반사설시조 ‘먼 산에 황혼이 드는’
   가곡 계면조 이삭대엽 ‘언약이’ 
연주자
  노   래_ 이종록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동영 (전수장학생․부산대학교 국악과 3학년)
  판소리_ 정선희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수석)
  고  수_ 신호수 (국악연주단 정음 객원단원)
  가야금_ 오은영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피   리_ 신정현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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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그거2010.05.31 00:02

    모모님 사진 편집 기술이 나날이 늘어가는 듯 합니다.^^
    다음번 공연엔 조명을 가인들이 환히 보일 수 있도록 조정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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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위의모모2010.06.01 16:52 신고

      아~ 그런가요? 더 잘해야하는데 걱정입니다.
      사진이 현장 분위기를 잘 살려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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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숙2010.06.01 00:20

    조선생님 , 이제 발이 나았습니까? <사철가>의 가사가 찡! 합니다. 관객도 매주 많이오고 보통이 아닙니다.
    신근영이모와 사촌오빠도? 그런데 설명과 함께 곡이 들렸으면 참 좋겟습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악단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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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송당2010.06.01 02:06

      예~정선생님!
      아직은 조금 절뚜거리지만 ...
      정선생님댁에 예뿐꽃이필때쯤이면 좀 수월하게
      걸을수있을려나모르죠^^나래랑함께 찿아뵐께요
      항상 지켜봐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