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을 공부하여 연화같이 되리라

2010.05.19 14:47풍류방이야기


이제 곧 며칠이 지나면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마침 금요일이라 저희 금요풍류도 이날만큼은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혹, 오려고 마음 먹었던 분이 계시다면 한 주 뒤로 미뤄주세요. ^^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하루만 오시니 문제다"라는 칼럼제목이 눈에 띄어 읽어보았습니다.
좌파니 우파, 옳다 그르다 분분한 세상에 부처님 오신 날이 그 뜻을 기리기보다 세속적인 행사에 
머무르는 게 안타깝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부처님도 예수님도 '하루만 오실 게(오시게 할 게)' 아니라 365일 오시도록 그 뜻을 살피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본 뜻을 되새기지 않는 세속적인 행사야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라서 피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나마 그러한 '세속적인 행사'라도 있어야 누군가 그것을 죽비삼아 뜻을 되새길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신 행사에 담긴 의미를 헤아려 좀 더 신중하고 절도있게 꾸리는 게 필요하겠지요.

지난 5월 14일 저희 금요풍류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청심을 공부하여 연화같이 되리라>는 제목의 
공연을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날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지난 일요일부터 5박6일동안 서천에서 지역문화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받고 있었거든요. 이날 공연에는 특별히 경남대 친구들이 많이 와주었다고 들었어요. 
예전 블로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전에도 몇 번 공연에 와준 친구들이에요. 
밝고 맑은 어린 친구들이 국악 공연에 꾸준히 찾아와 주는 걸 보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날 첫 곡은 단소 독주 '청성자진한잎'이었어요. 청성자진한잎은 노래제목에 노래에 관한 모든 설명이 들어있는데요. 일단 청성은 높은(맑은) 음의 한자말이고, 자진한잎은 가곡의 순우리말이에요. 청성자진한잎은 가곡의 반주곡을 독주곡으로 변형시킨 것인데요. 이때 한 음 높이 이조해서 부르기때문에 청성이 붙은 것이지요.
알고 보니 별 것 아니죠? 

이와 관련한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소하고 별 볼일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블로그 글쓰기는 키보드를 쥔 사람 마음이니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갑니다.  
얼마전까지 청성곡이 제 손전화 컬러링이었는데요.(국립국악원 홈페이지에 가시면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어요. )

한번은 엄마가 이러시더군요.
- 딸아! 핸드폰 컬러링 좀 어떻게 할 수 없니?
- 왜요? 엄마.
- 청승맞아서 들을 수가 없다.
-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 청송곡이에요.  >.,<;;


흠....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희대의 명곡, 수제천으로 바꿨는데 엄마 왈,
- 얘! 컬러링 좀 바꾸랬더니 왜 아직도 안바꿨니?

흠...

저희 엄마를 탓할 수는 없어요. 왠지 녹음된 국악곡들은 연주장에서 들을 때보다 훨씬 감흥이 덜한데다
국립국악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음원의 녹음상태가 그다지 좋은 건 아니거든요.
그래도 엄마를 제외한 많은 분들은 <청송곡>이 아주 좋다고 이런 컬러링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많이 해주셨어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 무료 컬러링을 다운 받으세요~



다음곡으로 평조회상(유초신지곡) 中 ‘타령, 군악’, 영제 사설시조 ‘정구업진언’,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저연화는’, 가곡 계면조 대받침 ‘오날이’, 기악곡 ‘아리랑 연곡’이 이어졌습니다.
정구업진언은 불경에서 나온 노랫말인데요. 입으로 지은 업(業)을 없애고자 외는 불경의 좋은 구절을 따 노래로 만든 곡이랍니다.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저연화는'은 더러운 연못에서 피운 연꽃처럼 우리도 깨끗한 마음을 닦아 연화처럼 되자는 내용인데요. 이날 공연의 제목은 바로 여기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공연이 끝나고 악기를 배우는 모습,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이네요.
제가 없어서였을까요?
경남대 최고의 동아리 동아시아지역사회연구회 회장 김명섭 군이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후후


오늘의 보너스 사진입니다.
거문고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풋풋한 10학번 신입생의 손을 더듬는(?!) 신근영 단원의
모습이 포착돼 증거를 남깁니다.


보너스 두 번째
가곡전수관의 '신언니'죠. 신윤정양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취하는 포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신윤정양은 짧지만 강력한 메세지를 전해주고 돌아갔습니다.
1. 공연을 즐기자.
2. 공연후 뒷처리는 깔끔히.

도대체 누구 딸이에요?




차와 음악이 함께하는 2010 금요풍류 (5월 14일)
          청심淸心을 공부하여
                  연화蓮花같이 되리라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단소 독주 ‘청성자진한잎’
   평조회상(유초신지곡) 中 ‘타령, 군악’
   영제 사설시조 ‘정구업진언’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저연화는’
   가곡 계면조 대받침 ‘오날이’  
   기악곡 ‘아리랑 연곡’ (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연주자
  노   래_ 이종록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동영 (전수장학생․부산대학교 국악과 3학년)
  가야금_ 오은영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금‧단소_ 김성태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피   리_ 신정현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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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그거2010.05.19 16:34

    그날은 경남대 학생들을 위한 날이었던 느낌이..ㅎㅎ
    계속 꾸준히 오셔서 구경하시고 악기에 관심도 많으셔서 저희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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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나리봇짐2010.05.19 23:01

    대학생들이 자리를 지켜주니 파릇파릇한 게 생기가 도네요.
    젊은이들이 받쳐주니 전수관의 미래도 밝게 느껴집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더 마이마이 참석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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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위의모모2010.05.20 13:44 신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즐기는 풍류방이 되도록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
      언젠가 괴나리봇짐님과도 함께 해주실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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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가실2010.05.20 11:21

    음, 우리 학생들이 그곳의 매력에 푹 빠졌군요.
    근데 무엇이 매력덩어리일까^^.
    경남대 최고의 동아리라고 칭찬한 손간사의 말..?!!
    맛있는 차와 떡?
    정감있게 가르쳐 주는 손길?
    영송당의 멋진 해설?
    맛깔나는 공연?
    품위있는 분위기?
    아님,
    제가 잘 지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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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위의모모2010.05.20 13:59 신고

      손간사의 매력
      + 맛있는 차와 떡
      + 정감있는 손길
      + 영송당샘의 해설
      + 맛깔나는 공연
      + 품위있는 분위기
      + 유장근 교수님의 탁월한 지도
      ________________________
      = 경남대생들의 공연 관람
      이 아닐까요?
      고로 가곡전수관 공연이 위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매력덩어리'인 셈이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