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떠나는 여행'에 함께 하실래요?"

2010. 4. 24. 15:23풍류방이야기

이제 4월도 막바지입니다.
그런데... 왠걸... 날씨가 도통 봄같지가 않아요.
저녁무렵이면 어김없이 온풍기에 손이 가고요,
집에서는 아직도 보일러를 켜고 자고 있어요.
자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고 믿고 싶지만, 
이렇듯 유례없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가 닥치는 걸 보니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봄맞이 음악회를 한 지도 한 달여가 지났건만,
봄님이 오시기를 여전히 주저하시는 것 같아 우리가 직접 봄으로 여행을 떠나보았습니다.
어제(4월 23일) '봄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가곡전수관 지음실은 잠시 봄을 맞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봄을 만끽하고 계신가요?


혹 아직 추위에 손발이 오그라든다면, 지금이라도 '봄으로 떠나는 여행'에 함께 동참해 보시겠어요?
처음으로 다음뮤직에서 배경음악을 구입했습니다. 
여행에서 음악이 빠질 수 없잖아요. 
600원.... 하더군요. 많이 들어주세요. ㅋ
아래곡은 '봄으로 떠난' 23일 금요풍류의 첫 곡이었던 '산행'입니다. 
김영동이 1988년에 작곡한 곡인데, 얼마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암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작곡한 것이랍니다. 실제 공연장에서 들으면 훨씬 더 좋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사진으로 공연을 만나보세요.

 



23일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건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가곡전수관장)의 해설을 다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골절된 오른발 뼈가 붙었다고 좋아하셨지만, 아직은 조심 조심 움직이셔야 하는 상황이에요.  2주 결장하신 동안 팀장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또 새롭게 등장한 '종'이 공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소리는 작아도 '뎅~' 하고 울리며 공연을 시작하니 객석에서 누군가 "세종문화회관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공연의 열기는 세종문화회관 못지 않죠~



첫 곡은 말씀드린대로 창작국악곡 '산행'이었습니다. 창작국악곡 ‘산행’은 김영동 특유의 음악세계가 잘 드러난 곡인데요. 순수음악과 대중음악 사이를 넘나들며 독특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김영동은 정악과 민속악의 혼합,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만남 그리고 기악과 성악의 조화 등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옛 것을 일깨우면서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우리의 소리를 되찾아주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김영동 특유의 대중적인 가락이 ‘국악가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위 뮤직바를 클릭해 한 번 들어보세요.



사진을 보니 뭔가 좀 달라진 것 느끼시겠죠? 이번 공연에서는 악사들의 의상에 조금 변화를 주었습니다. 검은 양장을 차려입고 의자에 앉아 연주를 해봤는데 분위기가 색다르죠?



이어진 가곡 공연입니다. 가인들은 그대로 한복을 입었어요. 대신 가인들의 머리스타일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요. 보는 사람은 몰라준다해도 의상, 헤어, 분장 등 늘 조금씩 변화를 주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니 본판(?)만 믿고 너무 대충 하고 다닌 제 자신을 조금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ㅡ.ㅡ;; 이때 부른 가곡은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계면조 편삭대엽 '나랏말쌈이'입니다.
'사랑을'은 사랑에도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노랫말이 이렇습니다.

초장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이장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삼장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사장   가다가
오장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어때요? 필(feel)이 오시나요?



단소 독주 '청성곡'과 피리 독주 '염양춘'을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청성곡은 가곡 반주 음악을 독주곡으로 만든 것인데, 이때 독주하는 악기의 높은 음(청음)이 잘 드러나게 이조시켜 높고 맑은 음역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청성곡'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염양춘'은 무르익은 봄이라는 뜻으로 이것 역시 가곡 계면조 두거의 선율에서 나온 곡입니다. 일전에 사극 '동이'에서 숙종이 장희빈에게 보낸 곡이기도 하죠. '음변' 때문에 실제 원곡이 나오지는 못했습니다. 피리잽이가 들고 있는 피리는 '향피리'인데도 소리가 크고 멀리까지 들려서 천리까지 들린다는 말도 있다 합니다. 정말 막상 연주를 하니 지음실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어요.



★ 마지막곡인 '여행'을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여행'은 창작국악그룹 슬기둥의 1997년 앨범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에 수록된 곡으로 슬기둥의 대표인 이준호가 작곡한 곡입니다. 소금의 연주로 시작해 가야금이 가미되고 다양한 타악기가 함께 접목되면서 굉장히 신나고 재미있는 곡입니다. 이날엔 앞에서 악사들이 연주를 시작하고 타악기가 가미될 때에 뒤에 포진해 있던 가인과 몇몇 지인들이 각종 타악기를 함께 연주해 흥겨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이번에는 관객분들에게 악기를 주고 함께 연주하자고 청해보았습니다. 각자 하나씩 악기를 잡고 연주하는데 금새 익숙하게 연주를 하시더군요. 이날은 경남대에서 온 10학번 신입생 분의 연주가 돋보였습니다. 아래 길쭉한 나무에 막대를 쳐서 소리내는 악기를 들고 계신 학생입니다. 저 악기의 이름은 '우드블록'이랍니다. 악기가 없어도 손뼉을 치며 연주해 참여해 주시기도 했어요.



★ 영송당 선생님께서 단원 소개와 함께 악기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아래 왼쪽에 오은영 사범님이 들고 계신 악기는 가야금인데 사진의 왼쪽은 정악가야금이고, 오른쪽은 산조가야금입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거문고이고요. 아시겠지요?



여세를 몰아 '느닷없는 행복' 추첨도 있었는데요. 이번 연주에서 독주로 수고해주신 두 분 악사께서 두 분을 뽑아 주셨습니다.



★ 지난번 공연에도 왔었던 경남대 동아시아지역사회연구회 학생분들이 오셨는데요. 악기를 직접 배워보고 연주도 해보았습니다. 아래 친구는 그룹 '카라'의 누군가를 닮았다던데, 정말 그런가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예쁘고 귀엽게 생긴 가수인가 봅니다. ㅋ



평소 궁금한 걸 묻기도 하고요. 연주 때 사용된 타악기 '젬배'를 배워보기도 했습니다.



'봄으로 떠난 여행' 어떠셨나요?
모두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봄기운 못지 않죠?
관객분들과 같이 연주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여행도 끝날 때가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여기서 끝났지만,
다음주 또 다른 여행에 초대하니 잊지말고 함께 해 주세요~!



※ 정현씨! 귀여운척 하지 말아욧! 성순샘~ 혼자만 너무 폼 잡은 거 아니에요?



2010. 04. 23 차와 음악이 함께하는 금요풍류

                    봄으로 떠나는 여행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창작국악곡 ‘산행’
   현악영산회상(중광지곡) 中 ‘염불도드리, 타령’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나랏말쌈이’
   단소 독주 ‘청성곡’
   피리 독주 ‘염양춘’ 
   창작국악곡 ‘여행’
연주자
  노   래_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이성순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가야금_ 오은영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단  소_ 김성태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금‧소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피리‧기타_ 신정현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