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공연]나무의 노래 생명의 울림

2012. 4. 6. 16:54풍류방이야기

 

어제 4월 5일 올해 가곡전수관의 첫 기획공연인 <나무의 노래 생명의 울림>을 공연했습니다.

 

식목일에 하는 공연이라 공연 제목이 <나무의 노래 생명의 울림>이었는데, 우리끼리 얘기지만 좀 멋지지 않나 싶습니다. ^^; 어찌보면 거창하지만 식목일에 하는 국악공연치고 썩 잘 어울리는 제목이지요.

 

어제까지 강풍이 불어 날이 꽤 추웠지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요? 봄이 왔습니다. 매일 아침 벚나무를 관찰하며 출근한 결과 오늘과 주말께가 절정이겠더군요. 벚꽃처럼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은 봄소식을 내가 먼저 알리겠다는 마음 급한 친구들이 분명합니다. 불꽃처럼, 팝콘처럼, 튀밥처럼 일시에 튀어나오는 녀석들 덕분에 오늘 아침 출근길 창원대로를 지날때는 벚꽃의 환호성을 듣는 듯 귀가 멍멍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아 그래 저게 바로 '나무의 노래 생명의 울림'이구나 싶었지요. 이렇게 '도'를 알게 되는 모양입니다. :)

 

강풍에도 굴하지 않고 '나무의 노래'를 들으러 오신 관객분들이 있어 어제의 공연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삼도농악가락의 길놀이로 시작한 2012 가곡전수관 기획공연 <나무의 노래 생명의 울림>에서는 십여 명의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하는 유초신지곡 ‘염불․타령․군악’과 무르익은 봄의 따사로운 기운을 전하는 생소병주 ‘염양춘’ 등의 기악합주와 가사 ‘수양산가’, 가곡 ‘유자는’ ‘나무도’ ‘태평가’ 등을 두루 들어보았습니다.

 

 

가곡전수관에서 접하기는 어려운 '삼도농악가락'으로 문을 열어 흥겨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예부터 연주되던 농악가락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삼도농악가락은 삼도 즉 웃다리(경기, 충청), 호남, 영남 가락을 발췌해 고루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입니다. 바람골에서 시작해 무대로 길놀이를 하며 들어오는 사물놀이패의 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두 번째 곡인 기악합주 유초신지곡 '염불 타령 군악'의 연주 모습입니다. 정음 연주단이 이렇듯 대규모로 연주하는 것이 처음이라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진에는 해금이 잡히지 않았는데, 해금, 피리, 장구, 좌고를 제외하고 가야금, 거문고, 대금이 모두 둘씩입니다.

 

 

이어서 들어본 가야금, 거문고 병주 <침향무>와 생소병주 <염양춘>. 황병기 작곡의 침향무는 인도 침향에서 유래한만큼 독특한 느낌이 드는 곡인데요. 황병기 작곡 당시 아내인 작가 한말숙씨가 이 곡에 맞춰 춤을 추겠다고 공언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관장님 말씀으로는 춤추는 걸 본 적은 없으시데요. <침향무>가 끝나고 관장님께서 침향내가 나지 않으시냐는 말을 하시면서 연주에 심취하신 분들은 분명 향을 맡으셨을꺼라고 하셨습니다.

 

사실은 이때 대기실에서 실제로 향을 피웠다고 해요. 악사들이 연주에 더 심취하라고 배려했다는데 바람의 방향이 엉뚱하게 대기실 안쪽으로 불어서 다른 악사들만 눈이 따끔거렸다고 합니다. 어찌됐건 향내에 취한 듯 연주에 취했으니 이래저래 목적 달성! 

 

 

<나무의 노래 생명의 울림> 공연에서 가곡을 빼놓을 수 없겠죠? 가사와 가곡 여창, 남창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대받침 태평가를 끝으로 대단원에 막을 내렸습니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관장님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어요. 명인분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많이 알리지 못해 연주자들에게 또 관객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연주자들의 한복이 바뀌었지요? 새로 맞춘 한복을 입고 한 첫 공연입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무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누구나 한 번은 걸리는 '느닷없는 행복'

 

관객소감

· 새로운 악사와 악기들이 도입되어 특히 기악합주는 웅장한 맛을 주었으며, 남창가곡이 더해진 것도 큰 즐거움이라, 여기에 조순자 선생님까지 포함한 남여병창을 들은 것은 드문 일일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 서울/수도권 지역이 아닌 지방에서 전통문화 전승과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곡전수관이 있어 든든합니다. 지역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서 창원지역의 전통문화지킴이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응원합니다.

· 공연자보다 관람객이 적어 공연자의 입장에서 흥이 나지 않을수도 있지만 표정이 굳어 있는 듯 합니다.

 

 

2012 가곡전수관 기획공연
나무의 노래 생명의 울림

 

▮ 공연개요
  일시 : 2012년 4월 5일 목요일 저녁 7시30분
  장소 : 중요무형문화재 가곡전수관 영송헌
  주최 : 사단법인 아름다운우리가곡
  주관 :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

 

 

▮ 공연 프로그램

1. 삼도농악가락                     
2. 기악합주 유초신지곡 ‘염불․타령․군악’                    
3. 가야금 거문고 병주 ‘침향무’                  
4. 생소병주 ‘염양춘’                         
5. 가사 ‘수양산가’     
6. 가곡 여창 우조 우락 ‘유자는’      
7. 가곡 여창 반우반계 편락 ‘나무도’   
8. 가곡 남녀창 계면조 대받침 ‘태평가’     

 

▮출연진 소개
  노래_ 조순자(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경상남도 문화재위원),
           이종록(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34호 영제시조보유자)
           주동섭(가곡 이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조수연(가곡 이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동영(가곡 전수장학생․부산대학교 국악과 재학)

  반주_ 국악연주단 정음           삼도농악가락_ 김인균, 이수진, 최정욱, 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