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풍류 2회] 춘면을 느짖깨어

2012. 3. 16. 14:39풍류방이야기


봄비 내리는 금요일입니다. (봄비 내리는 영동교가 아니라..흠...)
겨울은 매번 왜이리 길게 느껴질까요.
지난주 신춘음악회로 봄맞이 했는데, 비님 오시니 다시 으슬으슬 한기가 돕니다.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목요풍류가 어제 올해 두 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주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느라 단원들은 시간이 화살같이 지나간다고 하던데, 저 역시 며칠 앓는다고
시간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어요.
환절기 건강 다들 문제 없으시죠?

3월 15일 목요풍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명인의 해설로 들어보는 풍류방 음악회 였습니다. 이날 주제는 밥만 먹으면 스르르 도둑처럼 찾아오는 춘곤증을 주제로 했다고 할까요. 제목이 '춘면을 느짖깨어'입니다. 가사 '춘면곡'의 노랫말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춘면을 느짖깨어 죽창을 반개하니 뜰의 꽃은 환하고 아름다운데 가는 나비가 머무는 듯

춘면곡은 말 그대로 '봄잠을 노래한다'는 곡입니다.
제목이 이러하니 지금까지 남아있는 12가사 중 하나인 <춘면곡>을 가사를 들어보았지요.
일곱 마루로 구성된 <춘면곡>에서 첫째마루와 둘째, 넷째마루를 들어보았습니다.

춘면곡은 노랫말이 음미할 만 합니다.
위의 노랫말에 이어 뒤이은 노랫말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강기슭의 버들은 우거져서 성긴 안개를 띠었구나
창 앞에 덜 익은 술을 두세 잔 먹은 후에
호탕한 미친 흥을 부질없이 자아내어
호사스런 행장으로 기생집을 찾아가니
꽃향기는 옷에 배고 달빛은 뜰에 가득한데
광객인 듯 취객인 듯 흥에 겨워 머무는 듯
이리저리 거닐면서 기웃거리다가 풍치 있게 섰노라니
푸른 기와와 붉은 난간이 있는 높은 집에 녹의홍상 아름다운 여인이
비단으로 가린 창을 반쯤 열고 고운 얼굴을 잠깐 들어
웃는 듯 반기는 듯 요염한 자태로 머무는 듯하구나.
은근한 눈빛을 하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고
맑고 청아한 노래로 봄기운을 자아내니
양대 위에서 선녀와 운우지정을 나누던 초나라 왕의 꿈이 다정하구나
사랑도 끝이 없고 연분도 깊다
이 사랑 이 연분 비길 데가 전혀 없다
두 손목을 마주잡고 평생을 약속함이
너는 죽어 꽃이 되고 나는 죽어 나비가 되어
청춘이 다 지나가도록 떠나 살지 말자 하더니
인간이 말이 많고 조물주도 시기하여
새로운 정을 다 펴지 못하고 애달프지만 이별이라
맑은 강에 놀던 원앙 울면서 떠나는 듯
거센 바람에 놀란 벌과 나비 가다가 돌아오는 듯
....


아, '사랑도 끝이 없고 연분도 깊다'... 라니요.
춘면곡을 쓴 화자가 얼마전 사랑하는 님을 잃은 모양입니다.
'인간이 말이 많고 조물주도 시기하여 새로운 정을 다 펴지 못하고 애달프지만 이별이라...'
아파서 그런가요. 비가 와서 그런가요. 이 기분은... ㅠ.ㅠ

봄날의 꿈처럼 달콤한 사랑은 이리도 빨리 지나고 맙니다.
공연도 쏜살같이 지나가니 목요풍류 놓치지 말고 꼭 챙겨 보세요.



가족같은, 가족인 관객들과 함께 단체 샷.



아직 객석이 할~랑 합니다. 여러분을 위한 자리는 늘 비워 두었어요.




기악합주 '취타'. 취타는 불고, 친다는 의미로 대취타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실내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합니다. <만파정식지곡>이라고도 불리는 취타는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편종, 편경까지 대규모로 편성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소규모로 구성해 들어보았지요.



짠~ 한 기분이 드는 노랫말로 사람을 홀리는 가사 '춘면곡'.




오랜만에 들어보는 거문고 독주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거문고 산조가 듣고 싶어 이번 공연을 빠질 수 없었다던 연속 2회 출석의 멋진 관객, 유장근 대장님께 이 곡을 바칩니다. (신악사 생각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수룡음은 원래 성악곡인 가곡의 반주선율을 기악화한 연주곡입니다.




가야금독주 남도환상곡은 1987년 황병기 선생이 작곡한 곡인데요. 예고한 것처럼 판타스틱, 언빌리버블 판타스틱했어요. 거문고독주에 연이어 듣는 호강이라니..음~



남창가곡 <봉황대상>과 여창가곡 <모란은>으로 전체 공연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수관의 새로운 남자 1호 주동섭 가인은 이날 첫 무대와 마산에서의 정착을 기념하며 떡을 해서 돌렸답니다. 주동섭 가인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느닷없는 행복!'




3월 15일 목요풍류


해설이 있는 풍류방 음악회 _ 춘면을 느짖깨어

공연곡목
 기악합주 ‘취타’
 가사 ‘춘면곡’
 거문고 독주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생황•단소 병주 ‘수룡음’
 가야금 독주 ‘남도환상곡’
 남창가곡 우조 우편 ‘봉황대상’
 여창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출연자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가곡전수관장)
   노  래_ 주동섭 (가곡 이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조수연 (가곡 이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피  리_ 김정집 (국악연주단 정음 사범)
   가야금_ 서은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해  금_ 김지희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관람료_ 전석 5000원
40% 할인 _ 18세 이하 청소년, 60세 이상 노약자, 장애인
20% 할인_ (사)아름다운우리가곡 회원

문의) 행정실 055-221-0109

★ 유료공연을 통해 얻어지는 입장권 수익은 전액 더 나은 공연을 위한 인건비, 제작비, 운영비 등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국악공연에 쓰입니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은 우리 겨레의 소중한 자산인 가곡을 전승·보전하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공연·교육 시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