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6. 15:36ㆍ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코끝 간지럽히는 은은한 매화향
조선시대 풍류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매화의 향기에 흠뻑 취해버렸다.
'남녀교대창'방식이 아닌 여(女)창만을 오롯이 담아낸 '운애산방의 풍류(梅花詞 羽調 一篇八絶)'가 지난 1일 가곡전수관에서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기존의 가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연창방식과 이야기가 곁들여져 관객들의 예술적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시켰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당시 시조계의 절대강자였던 안민영이 스승인 박효관의 운애산방을 방문해 풍류를 즐기다가 매화의 향기가 방 안에 가득한 것을 보고 이를 감탄해 지은 노래다.
가곡 운애산방 연주장면. /사단법인 아름다운우리가곡 |
1연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시작된다. 관객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된 듯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졌다. 이어 가곡 중 가장 느린 이삭대엽(貳數大葉)이 은은히 울려 퍼졌다. 긴 호흡과 이어질 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율동감은 듣는 이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마치 은은하게 다가오는 매화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듯 말이다. 3연을 거쳐 4연, 5연에서는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매화를 예찬한다. 특히 "잔(盞)에 떳스니 취(醉)코 놀녀 허노라"는 경직되고 바쁘게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풍류를 즐기라는 속삭임 같았다.
6연부터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곡의 느낌도 빨라졌다. "바람이 눈을 모라"라는 부분에서는 진짜 세찬 바람이 눈을 몰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7연은 남창인 소용(搔聳). 여창으로 담고자 8도나 높게 불렀다. 곡의 끝맺음을 높게 한 것도 퍽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8연에서는 전체적으로 박자가 느려졌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글자 하나하나를 매만지듯 늘려 불렀다. 어느새 스르르 눈이 감긴다. 어느 날 불현듯 편안한 느림에 푹 빠지고 싶다면 가곡을 권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가곡전수관.
2011년 09월 05일 (월)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원문: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7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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