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음악인·음악단체를 찾아… (4) 가곡전수자 이유나

2011. 8. 23. 15:17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낯설지만 매력적인 우리음악 절제와 느림의 미학 배우죠
부산예고 재학생 중 유일한 가곡 전공자
초등학생 때 TV서 시조창 보고 반해




부산예술고등학교 3학년 이유나(17)양도 여느 고3들과 다르지 않게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당장의 지상목표다. 이 더운 계절을 견뎌 가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지만 또래들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공부를 한다. 이양은 마산회원구 가곡전수관에서 ‘가곡’을 전수 중이다.

흔히들 ‘가곡’ 하면 ‘그리운 금강산’, ‘비목’ 등 서양가곡을 떠올리지만 국악에도 ‘가곡’이 있다. 가곡은 문학성이 높은 시조시에 거문고, 피리, 대금, 장구, 단소 등의 관현반주를 곁들여 부르는 노래다. 조선조에 이르러 상류계급이 풍류로 즐기던 전문적인 성악곡으로 발전했고 조선 후기에는 서민들도 즐기는 음악 장르가 됐다.

현재 부산예고에서 가곡을 전공하는 학생은 이양 혼자다. 국악을 공부하는 친구들조차 이양을 통해 가곡을 처음 접한 학생이 태반이란다.

이양이 운명적으로 가곡을 만나게 된 사건은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간다. 우연히 TV에서 시조창을 하는 모습을 본 후 ‘나도 저런 멋들어진 노래를 불렀으면’하는 생각에서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사람이 가곡전수관장 조순자 선생이었다. 주말마다 마산에 와서 조순자 선생의 자택과 가곡전수관에서 노래를 배웠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선생님이 노래하는 모습을 홈비디오로 찍어 집에서 연습했다. 방학 때는 가곡전수관에 틀어박혀 2~3주씩 합숙을 해가며 배운다.

가장 괴로웠던 때는 사춘기가 찾아온 중학생 시절. 모든 학습이 그렇듯 이양의 노래도 일취월장의 단계를 지나자 지루한 정체기가 찾아왔다. 주말에 놀러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40여 곡 정도 되는 기본적인 노래틀을 다 배우고 나니 가곡에 대한 흥미도 잃어갔다. 그래서 선생님의 눈을 피해 연습을 게을리했다. 하지만 깨달음은 늘 늦게 찾아오는 법. 지금은 ‘그 시간을 차분히 견뎌낼 것을’ 하고 후회한다. 가곡은 부르면 부를수록 그 속에 담긴 ‘절제와 느림의 미학’을 몸 전체로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양은 얼마 전 동아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지정곡인 ‘매화가’를 부르며 목을 거듭 다듬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단점이었던 소리를 안으로 먹는 나쁜 발성법을 고치고 경직된 혀를 유연하게 풀어 쓰는 방법도 익혔다.

평소 선생님의 설명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마다 속이 상한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 후 단단한 벽이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것을 느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밀려온다.

가곡의 대중화를 위해 국내외 어느 곳이든 공연을 다니고, 여러 음악장르와 접목도 시도해 보고 싶은 소망을 어른스럽게 말하는 이양. 무대에 오를 때는 한복을 곱게 차리고 화장도 한다. 짙은 화장은 아직도 어색하지만 비녀를 찌르고 한복을 입는 것은 정말 좋아한다. 그게 그렇게 좋으면 커서 결혼할 때도 한복을 입겠네? 하고 묻자 “그래도… 그땐 드레스 입을 건데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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