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6. 15:09ㆍ풍류방이야기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오랜 세월을 두고 변함없이 푸르르며,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그치는 일이 없이 밤낮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우리도 흐르는 물같이 그치는 적이 없이,
그리고 저 청산과도 같이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항상 푸르디 푸르리라.
'청산은' 퇴계 이황선생님의 시조 풀이입니다.
바쁜 생활에 내몰려 자연을 느낄 여유조차 사라지고 있는 요즘.
주변 경치를 보며 여유를 즐기는 것 조차 어느샌가 사치가 되어버렸죠.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여유조차 챙길 시간이 없다는 건 정말 불행이 아닐까 싶어요.
촉박하게 재촉하는 시계의 초시계 역시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만든건 아닌지.
조금 느리게 걷는다고 해서 뒤쳐지는것도 아닌데, 왜 우린 빠르게 더 빠르게만 외치고 있는지 안타까울뿐입니다.
그래서 감정이 메마르고, 그러다보니 주변에 좋지 않은 일들이 매일같이 신문 1면에 차지하고 있는거겠죠?
푸른산이 푸르고 흐르는 물이 언제나 흘러가듯,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그 자리만 지킨다면,
우리의 생활도 참 여유롭고 편안해 질텐데 말이죠^^
그래서!! 5월 19일 상설공연은 조금 여유롭게, 그리고, 자연의 추억을 듬뿍담아 풍류를 읊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첫순서로, 기악합주 '평조회상'을 준비했습니다.
원래 '평조회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다면,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지만, 이번 공연에선 특징적인 부분들만 뽑아 전곡을 연주했답니다.
평조회상을 다 들으려면, 마음을 먹고, 책 한권을 보며, 듣는것이 금상첨화겠지만, 우리음악이 처음이신 분들을 위해, 준비 했습니다!!
<기악합주 '평조회상'- 국악연주단 정음>
그럼 이번엔 어린시절 자연과 벗삼아 놀던 추억속으로!!
다음연주는 바로 피리,거문고 병주 '보리피리'입니다.
보리피리, 다들 아시죠?
봄날 보리이삭을 싹뚝 잘라 어린시절 언덕에서 부르 던 때를 그리워 하는 곡입니다.
놀이감이 없었던 옛날엔 봄철 놀이감으로 최고였다고 하더라구요~
<여창가곡 우조 두거 '일각이' - 김나령 가인>
初章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허니
貳章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요
參章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하랴
四章 천리(千里)에
五章 님 이별 하고 잠 못 일워 하노라.
님과 이별한 지 열흘. 한 순간이 세 번 가을을 지나온 것 같다했으니,
열흘이면 도대체 몇 년이란 말인가.
님의 마음이 즐거우니 새 시름 생각이나 할까.
천리에 님과 이별하니 잠 못 들어 하노라
<여창가곡 계면조 계락 '청산도'- 조수연 가인>
初章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貳章 녹수(綠水)라도 절로절로
參章 산(山) 절로절로 수(水) 절로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절로
四章 우리도
五章 절로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늙으리라.
푸른 산도 저절로 서 있고, 맑은 물도 저절로 흐른다
산도, 물도 자연 그대로이니, 그 속에 자란 나도 역시 자연 그대로가 아닌가
자연 속에 절로 자란 이 몸 늙는 것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리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연과 하나되심이 느껴지셨나요?
늘 곁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벗이 아마도 자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게 하고, 때론 그늘이 되어주고, 또 고향의 품을 추억하게 해주는
자연의 풍류야 말로 우리의 최고의 벗일 것입니다.
오늘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어깨위의 무거운 짐들을 잠시 내려놓으시고
우리음악과 함께 빠져보심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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