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시객의 바람일기5] 안개꽃
2010. 11. 9. 10:37ㆍ낭만시객의 바람일기
안개꽃
안개꽃 피고 있다 고상하고 성스러운 곳의 주인
존귀한 어르신들의 일곱조각으로 부서진 머리
바람 스며 나오는 머리로 뒹구시는
밀실에 피는 바퀴벌레를 닮은 안개꽃
안개꽃은 비탈을 만들고 있다
안개꽃의 줄기 비탈의 뿌리
꿈처럼 거리를 나뒹굴다가
깊이 술취한 사람들의 그림자 밑으로
가지를 길게 뻗는다
비탈은 언제나 길처럼 근사하게 피고
도시의 곳곳은 안개꽃으로 화사하다
한치 잘못 나아간 발밑에
폭포처럼 드러나는 비탈
길과 비탈을 구분하기 어려운 도시
내 광대뼈 속에도 안개꽃은 피고있다
도시를 여행하는 눈속에 모래 언덕만 가득하구나.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되는 <낭만시객의 바람일기>는 영송헌아카데미 회원, 김우규 님의 시와 조정은 작가님의 사진으로 채워집니다. 바람일기는 시간의 풍화작용 속에서도 뼈처럼 남아있는 고갱이를 남긴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유수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무엇을 시와 사진으로 담아내는 <낭만시객의 바람일기>. 많은 기대와 호응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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