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대보름 맞이 아주 특별한 풍류 한마당....
2010. 3. 7. 16:12ㆍ사랑방이야기
경인년 정월 대보름을 맞아 지난 2월 27일 황토현의 고장 정읍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정읍행은 지난 번 가곡전수관을 방문하신 이리향제줄풍류 남상숙교수님과 정읍풍류방 김문선 방장님의 초대로 이루어 졌습니다.
요사이 부쩍 이리, 정읍 풍류방 소식이 많은데요. 지난 글에서 우리 손간께서 그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2010/02/24 - [사랑방이야기] - 21세기에도 풍류방은 계속된다
토요일 오후 관장님, 저, 그리고, 정음단원인 조수연, 김나령, 정동주, 김성태 이렇게 여섯명이 전수관을 출발하여 정읍 풍류방으로 향했습니다.
출발할 때 마산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섬진강을 건너 전라도 땅으로 들어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정읍에 다다를 즈음에는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샘소리터(정읍 풍류방)에 도착했을 때는 좀 잦아 들었습니다.
저희 가곡전수관 팀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저녁 식사 중이었습니다.
역시 전라도 음식은 참 맛깔나더군요. 각종 나물이며 김치들, 떡과 차... 그리고 잘 담근 복분자주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법이 없이 다 맛있었습니다. 저희는 염치불구하고 앉아서 2백여 Km를 달려온 허기를 허겁지겁 달래며 오랜만에 만난 정읍, 이리 풍류방 선생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샘소리터(대표:김문선 선생님 http://cafe.daum.net/samsoriplace)는 김문선 선생님께서 사재를 털어 마련한 풍류방입니다. 도착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저녁식사를 하고 배가 좀 부르니 이제 집안 곳곳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벽돌구조의 한옥에 내부는 황토로 마감해서 한옥 특유의 아름다운 구조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까래와 도리, 보, 대공들이 아름답게 맞물려 지어진 집주인의 꼼꼼함이 느껴지는 집이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자리를 박차고 아예 집구경을 했습니다.
위 사진은 샘소리터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아직 비가 내리고 있긴 했지만 마루로 나와 여기저기 둘러보며 또 한번 집주인의 실용적인 꼼꼼함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 풍류방에서는 대보름 맞이 풍류가 곧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정읍풍류방 주인 김문선 선생님의 사회로 풍류가 시작되었는데요.
우선 정읍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는 선생님 세 분의 단소 연주로 그 첫 문을 열었습니다.
이 분들 이번 방학에 처음 단소를 배우셨다는데, 어느덧 풍류방에서 연주를 하는 수준까지 오르셨습니다.
곡은 접하기 쉬운 대중가요를 선택하셨지만 그래도 이게 풍류 아니겠냐는 사회자의 소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 순서로 광주에서 국악원을 하시는 선생님의 가야금 병창과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는 학생의 단가와 심청전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 계속 연주되었습니다.
역시 판소리는 호남에서 들어야 제 맛이더군요.
아담한(사실은 꽤 넓은) 풍류방에서 평상복을 입고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보니 마치 공연 리허설에 와 있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손님이 아니라 같이 연주를 하고 있는 스탭 또는 관계자로 여겨졌다고 할까요?
그런 포근함을 느끼고 있을 즈음 갑자기 사회자께서 그러십니다.
"너무 프로들만 나와서 하면 그러니 정읍 풍류방에서 판소리 공부하고 있는 아무개씨가 나와 소리 하나 하세요."
그러니 객석에 앉아 있던 한 분이
"그러면 제가 못하는 사람 대표로 한 곡 하겠습니다." 하고는 나와서 "남이 북을 쳐주면 잘 못하니 북치면서 소리하겠다"시며 소리북을 치면서 심청전 한 대목을 하시는 게 아닙니까. 그러시면서 관객 중 한 분에게 뺑덕어미 부분을 부탁하시면서 아니리하랴 소리하랴 어찌나 재미있게 하시는지 듣는 내내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판소리가 끝나고 뺑덕어멈을 분한 관객을 불러내서 기여코 노래 한자락 들어보는 사회자.
그래도 재미나게 진도아리랑을 부르고는 앵콜로 네박자까지 부르고야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관객.
'그래. 풍류는 이런 것이다.'
저는 풍류하면 아주 고상하고 품격있는 자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산회상이나 가곡 같은 정악을 위주로 가끔 산조나 판소리를 곁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부가 되어 드디어 마산 가곡전수관 식구들이 연주를 하였습니다.
사회자이신 정읍풍류방 주인 김문선 선생은 호남 풍류. 특히 이리향제줄풍류에서도 원래 가곡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가곡이 없어 늘 2% 부족하다고 느끼다 남상숙교수님의 소개로 관장님을 뵙고는 그냥 막무가내로 마산 가곡전수관을 찾아 가곡을 배우게 되었노라며 조순자관장님을 좌중에 소개하시고는 가곡을 배우기를 청하셨습니다.
관장님의 가곡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자 좌중은 하나같이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가곡과 시조의 차이점, 우리 음악의 구조와 가창 지도법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 서서히 우리 노래 가곡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되었다 싶을 때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들의 가곡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같이 좋은 날. 북두칠성께 오늘 밤을 조금이라도 더 늘여달라고 애교섞인 부탁을 하는 노래. 계면 평롱 북두칠성을 연주하는 우리 단원들.
비록 장구장단에 대금반주 밖에는 없어도 풍류방이 꽉찬듯한 성음으로 멋들어지게 한 곡을 연주하자 그제서야 숨죽이며 감상하던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들려왔습니다.
1부와 2부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자 일부 관객들은 귀가하고 막걸리판이 벌어졌지요.
말하자면 3부가 시작되었는데 본풍류는 여기서 부터 아닐까요?
이리 풍류의 거문고와 마산 대금, 장구가 함께 수연장지곡을 연주하고 대금주자는 단소로 바꿔 잡아 상령산을 독주하고 그에 질새라 거문고의 호탕한 군악이 연주되고...멋진 풍류가 계속되었습니다.
뒤이어 남상숙교수님의 요청으로 남은 분들이 조순자관장께 가곡을 직접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풍류를 늘 접하고 즐기는 분들이라 그런지 정말 잘 따라하시며 가곡을 부르고 배우고 했습니다.
이제 호남에도 가곡이 붐을 이룰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
다음 날 일정 때문에 아쉬운 이별을 했습니다만 이제 서로 자주 왕래하며 풍류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특히, 헤어지는 마당까지 맛난 떡이며 과일이며 술이며 꿀을 바리바리 챙겨주신 정읍 풍류방 주인내외분의 따뜻한 정에 우리 일행 여섯명은 마산으로 내려오는 내내 그날의 풍류를 얘기하며 즐겁게 귀향할 수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정읍행은 지난 번 가곡전수관을 방문하신 이리향제줄풍류 남상숙교수님과 정읍풍류방 김문선 방장님의 초대로 이루어 졌습니다.
요사이 부쩍 이리, 정읍 풍류방 소식이 많은데요. 지난 글에서 우리 손간께서 그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2010/02/24 - [사랑방이야기] - 21세기에도 풍류방은 계속된다
토요일 오후 관장님, 저, 그리고, 정음단원인 조수연, 김나령, 정동주, 김성태 이렇게 여섯명이 전수관을 출발하여 정읍 풍류방으로 향했습니다.
출발할 때 마산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섬진강을 건너 전라도 땅으로 들어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정읍에 다다를 즈음에는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샘소리터(정읍 풍류방)에 도착했을 때는 좀 잦아 들었습니다.
저희 가곡전수관 팀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저녁 식사 중이었습니다.
역시 전라도 음식은 참 맛깔나더군요. 각종 나물이며 김치들, 떡과 차... 그리고 잘 담근 복분자주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법이 없이 다 맛있었습니다. 저희는 염치불구하고 앉아서 2백여 Km를 달려온 허기를 허겁지겁 달래며 오랜만에 만난 정읍, 이리 풍류방 선생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샘소리터(대표:김문선 선생님 http://cafe.daum.net/samsoriplace)는 김문선 선생님께서 사재를 털어 마련한 풍류방입니다. 도착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저녁식사를 하고 배가 좀 부르니 이제 집안 곳곳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벽돌구조의 한옥에 내부는 황토로 마감해서 한옥 특유의 아름다운 구조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까래와 도리, 보, 대공들이 아름답게 맞물려 지어진 집주인의 꼼꼼함이 느껴지는 집이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자리를 박차고 아예 집구경을 했습니다.
위 사진은 샘소리터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아직 비가 내리고 있긴 했지만 마루로 나와 여기저기 둘러보며 또 한번 집주인의 실용적인 꼼꼼함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 풍류방에서는 대보름 맞이 풍류가 곧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정읍풍류방 주인 김문선 선생님의 사회로 풍류가 시작되었는데요.
우선 정읍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는 선생님 세 분의 단소 연주로 그 첫 문을 열었습니다.
이 분들 이번 방학에 처음 단소를 배우셨다는데, 어느덧 풍류방에서 연주를 하는 수준까지 오르셨습니다.
곡은 접하기 쉬운 대중가요를 선택하셨지만 그래도 이게 풍류 아니겠냐는 사회자의 소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 순서로 광주에서 국악원을 하시는 선생님의 가야금 병창과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는 학생의 단가와 심청전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 계속 연주되었습니다.
역시 판소리는 호남에서 들어야 제 맛이더군요.
아담한(사실은 꽤 넓은) 풍류방에서 평상복을 입고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보니 마치 공연 리허설에 와 있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손님이 아니라 같이 연주를 하고 있는 스탭 또는 관계자로 여겨졌다고 할까요?
그런 포근함을 느끼고 있을 즈음 갑자기 사회자께서 그러십니다.
"너무 프로들만 나와서 하면 그러니 정읍 풍류방에서 판소리 공부하고 있는 아무개씨가 나와 소리 하나 하세요."
그러니 객석에 앉아 있던 한 분이
"그러면 제가 못하는 사람 대표로 한 곡 하겠습니다." 하고는 나와서 "남이 북을 쳐주면 잘 못하니 북치면서 소리하겠다"시며 소리북을 치면서 심청전 한 대목을 하시는 게 아닙니까. 그러시면서 관객 중 한 분에게 뺑덕어미 부분을 부탁하시면서 아니리하랴 소리하랴 어찌나 재미있게 하시는지 듣는 내내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판소리가 끝나고 뺑덕어멈을 분한 관객을 불러내서 기여코 노래 한자락 들어보는 사회자.
그래도 재미나게 진도아리랑을 부르고는 앵콜로 네박자까지 부르고야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관객.
'그래. 풍류는 이런 것이다.'
저는 풍류하면 아주 고상하고 품격있는 자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산회상이나 가곡 같은 정악을 위주로 가끔 산조나 판소리를 곁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부가 되어 드디어 마산 가곡전수관 식구들이 연주를 하였습니다.
사회자이신 정읍풍류방 주인 김문선 선생은 호남 풍류. 특히 이리향제줄풍류에서도 원래 가곡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가곡이 없어 늘 2% 부족하다고 느끼다 남상숙교수님의 소개로 관장님을 뵙고는 그냥 막무가내로 마산 가곡전수관을 찾아 가곡을 배우게 되었노라며 조순자관장님을 좌중에 소개하시고는 가곡을 배우기를 청하셨습니다.
관장님의 가곡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자 좌중은 하나같이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가곡과 시조의 차이점, 우리 음악의 구조와 가창 지도법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 서서히 우리 노래 가곡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되었다 싶을 때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들의 가곡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같이 좋은 날. 북두칠성께 오늘 밤을 조금이라도 더 늘여달라고 애교섞인 부탁을 하는 노래. 계면 평롱 북두칠성을 연주하는 우리 단원들.
비록 장구장단에 대금반주 밖에는 없어도 풍류방이 꽉찬듯한 성음으로 멋들어지게 한 곡을 연주하자 그제서야 숨죽이며 감상하던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들려왔습니다.
1부와 2부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자 일부 관객들은 귀가하고 막걸리판이 벌어졌지요.
말하자면 3부가 시작되었는데 본풍류는 여기서 부터 아닐까요?
이리 풍류의 거문고와 마산 대금, 장구가 함께 수연장지곡을 연주하고 대금주자는 단소로 바꿔 잡아 상령산을 독주하고 그에 질새라 거문고의 호탕한 군악이 연주되고...멋진 풍류가 계속되었습니다.
뒤이어 남상숙교수님의 요청으로 남은 분들이 조순자관장께 가곡을 직접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풍류를 늘 접하고 즐기는 분들이라 그런지 정말 잘 따라하시며 가곡을 부르고 배우고 했습니다.
이제 호남에도 가곡이 붐을 이룰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
다음 날 일정 때문에 아쉬운 이별을 했습니다만 이제 서로 자주 왕래하며 풍류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특히, 헤어지는 마당까지 맛난 떡이며 과일이며 술이며 꿀을 바리바리 챙겨주신 정읍 풍류방 주인내외분의 따뜻한 정에 우리 일행 여섯명은 마산으로 내려오는 내내 그날의 풍류를 얘기하며 즐겁게 귀향할 수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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