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2025년 봄소풍 인류무형유산 '영제시조, 경제시조'

2025. 4. 25. 14:30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 입니다.

 

2025년 4월 24일,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2025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 '소풍'의 두번째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 했습니다.

 

소풍'작은 풍류''설레임'을 담은 풍류방 음악회 인데요 ~!

 

 

가곡전수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브런치콘서트 「차와 음악이 있는 사랑방 음악회 <소풍>」은 2025년  국가유산청 전수교육관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공연으로서, 가곡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무형유산 종목의 전승자를 초청하여 우리 무형유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음악회입니다.

 

<소풍> 은 봄, 가을 두 번의 시즌으로 찾아뵙는데요. 기존 가곡전수관의 공연과는 다르게 아침에 관객 여러분을 모십니다!

 

 그 동안 시간 상의 이유로 가곡전수관의 공연을 보러 오기 힘들었던 관객분들과 오전 시간 우리 풍류를 즐기고 싶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으로 공연시간을 바꾸어 보았는데요~

 

공연 후에는 맛있는 차와 다과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차를 마시며 공연의 여운을 즐기고, 출연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까지!! 절호의 기회를 노치면 안되겠죠?ㅎㅎ

 

자 그럼 소풍의 두번째 공연 '영제시조,  경제시조' 리뷰 시작합니다!

 

 

역시나 첫 시작은 우아하신 영송당 선생님의 설명!

가곡전수관의 공연을 보신 분들은 너무나도 잘 아는 우리 선생님의 강의력 .. 진짜 이제 설명하는 것도 입아픈 수준이죠?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간단하게 시조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시조(時調)는 전통성악곡인 가곡의 창법과 분위기는 비슷하면서도 전문가가 아닌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음악 형식과 선율을 단순하게 고정시킨 성악곡 입니다. 간단한 예로 가곡은 5장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시조는 초장(初章), 중장(中章), 종장(終章)의 총 3장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죠!

 

시조는 조선후기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겪는 일상사와 계절마다 변화하는 아름다운 경치를 시조에 담아 무릎장 단에 맞춰 부르거나 장구 반주로 노래하며 생활 속에서 널리 유행하였는데, 최근에는 장구 외에도 세피리, 대금, 해금을 더하여 편성하기도 합니다. 시조의 제목은 대개 첫 구절을 그대로 따서 붙이고 장단은 5박 과 8박의 혼합으로 이루어지며, 시조창의 종지는 마치 ‘마른 나뭇가지가 톡 부러지듯’ 여음 없이 단호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큰 특징이죠. 

 

여러 가지 가곡의 영향을 받아 많은 시조 곡조가 파 생되었고, 시조창이 각 지방으로 널리 보급됨에 따라 그 지방의 기호에 맞는 지방적 특징이 발생하게 되어 서울·경기지방을 중심으로 한 경제(京制), 전라도지방을 중심으로 한 완제(完制), 경상도지방의 영제(嶺 制), 충청지방의 내포제(內浦制)등 지방에 따라 다른 지방제(地方制)가 성립 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공연은 영제시조와 경제시조로 꾸며보았는데요

영송당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난 후 각 지방의 시조를 비교하며 들으니 더 재밌고 이해가 잘 되더라구요~

 

 

첫 곡은 대구시무형유산 영제시조 이수자이신 허화열 선생님께서 영제 평시조 '태산이 높다하되'를 불러주셨습니다.

 

영제 시조는 “시조 중에는 영남시조가 좋다”라는 말에서 “영판 좋다”라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나며, 점잖고 격조가 높아 궁중에서까지 소중히 여기던 시조창 입니다. 저는 영제시조 공연은 처음 보았는데 경제시조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경상도 말씨처럼 툭툭 끊듯이 부르는 게 참 멋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국가무형유산 대금산조 이수자 채수만 선생님께서 멋스러운 대금 반주를 연주해주셨습니다. 

시조 반주가 정말정말 어렵다고 들었는데 마치 노래와 하나된 것처럼 매끄럽게 연주하시는 실력이 ...

'역시 명인 선생님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初章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中章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이 없건마는 
終章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양사언 (1517-1584)

 

‘태산이’는 조선 명종때의 학자 양사언의 작품으로 꾸준한 정진을 강조하는 교훈적인 내용의 시조 입니다.  

 

 

두번째 곡은 허화열 선생님께서 영제 사설시조 '명년 삼월에 오시마더니'를 노래하셨습니다.

 

사설시조는 장형시조를 노래하는 시조창으로  장단과 형식구조는 평시조와 동일합니다.

 

初章 명년삼월(明年三月)에 오시마더니 명년(明年)이 한이 없고 삼월(三月)도 무궁(無窮)하다  
양류청양류황(楊柳靑楊柳黃)은 청황변색(靑黃變色)이 몇 번(僠)이며  옥창앵도(玉窓櫻桃)도 붉었느니 
화개화락(花開花落)이 얼마인고 


中章 한단침(邯鄲寢) 빌어다 장주호접(莊周胡蝶)이 잠깐되여 몽중상봉(夢中相逢)하잤드니 
장장춘일단단야(長長春日短短夜)에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이루어 몽불성(夢不成)을 어이하리 

終章 가지어 양안원성제부주(兩岸猿聲啼不住)하고 야월공산(夜月空山) 두견성(杜鵑聲)은 겨우 든 잠 또 깨운다 

 

 

세번째 곡은 허화열 선생님께서 노래해주신 영제 반사설시조 '산중에 무일력하니' 입니다.

 

반사설시조는 각 장의 사설 구성이 장형시조와 단형시조를 혼합한 시조를 평시조창과 사설시조창을 섞은 가락에 얹어 부르는 시조창 입니다.

 

初章 산중(山中)에 무일력(無日歷)하니 철가는 줄 모르거다 
中章 화만산(花滿山) 춘절(春節)이요 녹엽성(綠葉成) 하절(夏節)이오  오동엽락(梧桐葉落) 구추(九秋)로다 
終章 저 건너 창송(蒼松) 녹죽(綠竹)에 백설(白雪)이 펄펄 휘날리면  동절(冬節)인가 (하노라) 

 

장구반주는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이신 정동주 악사께서 연주해주셨습니다.

 

 

다들 집중해서 감상하시는 모습 !! 선예매를 통해 소수의 관객분들이 오시니 더 집중도 높은 관람이 가능하더라구요~

 

 

네번째 곡은 이유나 가인이 노래하는 경제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입니다. 

 

평시조(平時調)는 글자수 45자 내외의 단형시조를 노래하는 시조창이며, 악곡의 시작음도 낮거나 높지 않은 평탄한 곡조로 노래한다는 의미 입니다. 평시조는 경제와 향제의 구별이 있는데, 장단의 구조가 다르다 합니다.

 

 

경제는 중장 둘째 장단의 4~5박과 종장 첫째 장단의 1~3박을 속소리로 노래하지만, 향제는 이부분을 높 지 않게 노래하면서 속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앞서 허화열 선생님께서 영조 평시조를 불러주셨는데요~ 같은 평시조여도 경제인지 영제인지에 따라 악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비교하며 듣는 맛이 있더라구요!

 

이유나 가인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도드라져서 시조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네요 ㅎ ,,

 

初章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中章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終章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다섯번째 곡은 김참이 가인이 노래하는 경제 우조시조 '월정명 월정명커늘' 입니다.

 

우조시조는 가곡의 우조 악곡풍의 가락을 시조에 섞어 부르는 시조 입니다.

이는 20세기 전반기 임기준, 이문언, 최상욱 등에 의하여 전창 되었죠!

주로 서울 우대, 즉 인왕산 기슭의 유각골(현재의 종로구 누상 동, 누하동 일대)가객들 사이에서 즐겨 불리던 곡으로, 다른 시조에 비하여 5음 음계의 각 구성음이 고르게 활용되는 노래 입니다. 

 

 

初章 월정명 월정명커늘 배를 저어 추강에 나니 
中章 물아래 하늘이요 하늘가운데 명월이라 
終章 선동아 잠긴 달 건져라 완월하게 

 

김참이 가인의 서정적인 목소리와 매우 잘 어울리는 곡이라 더 몰입도 있는 관람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

 

 

여섯번째 곡도 김참이 가인께서 경제 여창지름시조 '청조야 오도고야'를 노래 했습니다.

 

지름시조는 단형시조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시조 입니다.

초장만 높은 선율로 노래 부르고, 중장과 종장은 평시조와 같이 평탄한 곡조로 부르는 매력적인 노래죠!

 

初章 청조(靑鳥)야 오도고야 반가웁다 임의소식(消息) 
中章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온다 
終章 우리 님 만당정회(萬端情懷)를 네다알가 (하노라) 

 

 

마지막 일곱번째 곡은 이유나 가인의 경제 수잡가 휘모리시조 '창 내고자' 입니다. 

 

수잡가는 옛날 가객들이 풍류방에서 시조창을 한창 부르다가 잡가로 넘어가기 위한 일종의 가교 역할 의 시조 창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창내고자>는 ‘가슴에 창이 있다면 그리움 때문에 답답한 가슴을 열어 볼텐데’라는 내용으로 여러가지 한옥의 문 종류와 문을 만드는 방법과 목공 연장을 빌어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곡 입니다.

 

 

初章 창 내고자 창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 내여고자 

中章 광창이나 들창이나 벼락다지 미다지나 쌍창이나 열장자 밑장자 가루장자 세루장자
돌첩 접은 걸 분합 암돌저귀에 숫돌저귀를 마쳐 글쇠 백목 고리 사슬 박을 설주에다 뿌리 긴 박옷을 대고
크나큰 장도리로 땅뚱땅뚱 눌러박어 이 내 가슴에 창 내여고자 

終章 두었다 임 생각이 나서 가슴이 답답하올 때에 여닫처나 볼까

 

 

소풍의 묘미 중 하나는 공연 후 즐기는 다과상이죠? 

 

 

따뜻한 차와 떡을 마시며 지금껏 가졌던 국악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는 장이기도 한 국가무형유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브런치콘서트 소풍!

 

 

이날은 아주 어린 아이까지 관람하였는데요~ 사실 아기가 너무 어려서 공연 때 울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었어요 ,,

근데 약 1시간 가량의 공연에도 울지 않고 잘 관람(?)하더라구요 ㅎㅎ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한 마음으로 가곡전수관까지 귀한 걸음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사실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은 오전 시간에 관람이 좀 어려운데요 ㅜㅜ 그런 분들을 위해 5/1일 근로자의 날에도 공연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 날은 국가무형유산 가사 명예보유자이신 황규남 선생님과 함께하는 기획하였으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