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5. 16:52ㆍ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지난 11월 14일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는 인류무형유산 기획공연 '여창가곡의 묘미_여창가요록' 공연이 공연되었습니다.
2010년 국가유산청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가곡이 2010년 11월 1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가곡은 수천년을 이어온 한국전통 성악곡으로서 약45음절 내외의 시를 미리 정해진 40여곡의 틀에 맞추어 부르는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가곡은 주로 문인이나 선비 등 주로 지식층에서 정신수양의 방법으로 향유되던 성악곡입니다. 따라서 가곡의 시의 내용은 주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자연을 즐기며 칭송하고, 이상적인 세게를 노래한것이 많았고, 남녀간의 사랑, 동료간의 우정 등 인생의 희노애락 또한 많이 불리었습니다.
우리 겨레의 훌륭한 문화유산인 가곡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걸작으로 권고 등재 되었으나 현재 우리 여러 국가문화유산 중 취약종목으로 지정되어 보호와 육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리하여 가곡전수관에서는 가곡을 활용한 다양한 공연과 교육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가곡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년 유네스코 기획공연을 통해서는 여창가곡의 묘미 '여창가요록'을 주제로 기획공연을 준비하였습니다. 여창가요록은 여러 이본은 가지고 있으나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스승님이신 이혜구 선생님이 소장하셨던 이혜구,본을 바탕으로 공연을 준비하였습니다. 여창가요록은 총 182수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가곡원류(歌曲源流)보다느 적은 노랫말을 실었지만, 실제로 불렸던 곡들만을 담은 가집으로 특히 순한글로 기록된 가곡집으로써 우리가 더 소중하게 간직해야할 고유한 음률과 정서를 담고 있는 가집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여창가요록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까요?
이번공연에서 주목할 곡이 있습니다.
가곡원류에는 빠졌고 여창가요록에만 있는 가사로써, 남창의 우조 이삭대엽으로는 불려졌지만 여창에서는 불려지지 않았던 우죠 긴쟈즌ᄒᆞᆫ입(현행 우조 이삭대엽)의 '왕상(王祥)의' 와 계면 긴자즌한입의 남극슈성, 남창 계면 평거로는 불려졌지만 여창으로 불러지지 않았던 계면 존쟈즌한입 ‘임 그린’ (현행 계면조 두거)이 3곡입니다.
이번공연에서는 여창가요록 가집에는 남아 있지만 현재에는 불려지지 않는 우됴긴자즌한입의 '왕상(王祥)의'와 계면존자즌한입의 '임 그린' 이 2곡을 복원하여 불러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어김없이 해설은 영송당조순자 선생님이 맡아주셨죠.
첫번째 곡은 앞서 말씀 드렸던 우죠 긴쟈즌ᄒᆞᆫ입 '왕상의'를 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인 김참이 이수자의 목소리로 문을 열었습니다. 우죠 긴쟈즌ᄒᆞᆫ입은 현재 우조 이삭대엽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왕상의’는 조선시대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1561∼1642)가 지은 4수의 연시조인 조흥시가 중 제2수 입니다. 중국의 효자들이 보여준 효행을 예시로 들어, 효도의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말입니다. 왕상(王祥)이 겨울에 잉어를 잡아 어머니께 바친 이야기, 맹종(孟宗)이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한 이야기, 노래자(老萊子)가 부모를 즐겁게 하려 어린아이처럼 행동한 일화는 모두 부모를 위한 헌신과 정성을 상징합니다. 마지막으로 증자(曾子)의 진실한 효심을 본받아, 일생동안 부모에 대한 공경을 다 하겠다는 결의를 담아 효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효가 단순한 행동 이상의 깊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평생토록 지속해야 하는 덕목임을 잘 나타내는 내용의 노랫말이죠.
初章 왕상(王祥)의 잉어 잡고
貳章 맹종(孟宗)의 죽순(竹筍)꺾어
參章 검던 머리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입고
四章 일생의
五章 양지성효(養志誠孝)를 증자(曾子) 같이 하리라 -박인로(朴仁老)-
두번째무대는 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인 이유나 이수자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계면 즁허리드ᄂᆞᆫ쟈즌한입 '산촌에' 입니다. "계면 즁허리드ᄂᆞᆫ쟈즌한입"은 현재 계면조 중거를 여창가요록에 나온 그대로 순 우리말로 나타낸것이죠.
'산촌에'는 고적한 산촌의 밤,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담고 있는 노랫말입니다. 개가 짖어 혹시 누가 왔을까 하고 사립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자 개에게 짖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내용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산촌(山村)에 밤이 드니
貳章 먼데 개 지저 온다
參章 시비(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四章 저 개야
五章 공산(空山) 잠든 달을 지저 무삼 하리오
세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가 불러주는 우조 막드ᄂᆞᆫᄌᆞ즌한입 ‘일소’ 입니다. 우조 막드ᄂᆞᆫᄌᆞ즌한입는 현행의 우조 평거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입니다. ‘일소’는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합니다. 양귀비의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그로 인해 현종이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으나 결국 마외에서 그녀를 잃고 슬퍼하게 된 상황을 담았습니다. 변치 않는 사랑과 슬픔을 주제로 하여 사랑의 덧없음과 그리움의 애절함을 전하는 내용이죠.
初章 일소백미생(一笑百媚生)이
貳章 태진(太眞)의 여질(麗質)이라
參章 명황(明皇)도 이러므로 만리행촉(萬里行蜀)하였느니
四章 지금에
五章 마외방혼(馬嵬芳魂)을 못내 설워하노라
네번째무대는 이유나 이수자가 불러주는 계면 존쟈즌한입 ‘임 그린’입니다. 계면 존쟈즌한입은 현재의 계면조 두거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죠. ‘임그린’은 조선 말의 시조 작가이자 가객(歌客)인 박효관의 작품입니다. 깊은 가을 밤 임을 그리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심정을 표현한 내용입니다. 임을 향한 그리움이 사무쳐 귀뚜라미가 되어서라도 임의 방에 들어가 함께 하고 싶다는 천진한 소망을 담고 있는 노랫말입니다.
初章 임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貳章 실솔(螅蟀)이의 넋이 되어
參章 추야장(秋夜長) 긴긴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四章 날 잊고
五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박효관-
마지막 무대는 이유나 이수자와 김참이 이수자가 함께 불러주는 장진듀 ‘한잔 먹사이다’ 입니다.
장진주는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이 지은 「장진주사(將進酒辭)」를 여창(女唱) 가곡조에 의하여 부르는 곡입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권주가(勸酒歌)로 분류되죠. 인생이란 허무한 것이니 후회하지 말고 죽기 전에 술을 무진장 먹어 그 허무함을 잊어 버리자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성적인 우수(憂受)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서정성과 낭만성이 교차합니다. 그리고 음악적인 형태는 대여음, 초장, 2장 그리고 중여음 이후 5장까지는 가곡과 같이 16박 장단에 의하여 부르나, 3장은 16박장단-8박 장단 반복-16박장단으로 장단과 속도가 변합니다. 선법도 처음은 계면조에서 시작하여 우조를 거쳐 다시 계면조로 변조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노래이죠.
初章 한잔 먹사이다
貳章 또 한잔 먹사이다
參章 꽃 것거 주(籌)를 놓고 무진무진 먹사이다 이 몸 죽은후에 지게 우에 거적 덮어 주푸루혀 메여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에 백복시마(百服緦麻) 울어예나 어욱새 더욱새며 덕게나무 백양(白楊)숲에 가기 곧 기량이면
누른 해 흰 달과 굵은 눈 가는 비며 소소(簫簫)리 바람불제 뉘 한잔 먹자하리
四章 하물며
五章 무덤 우에 잔나비 파람 헐제 뉘우친들 미치랴
이렇게 여창가요록에 잠들어 있던 노래들도 깨워서 현대에 다시 불러 보는 시간, 그리고 다들 잘 알지 못하는 여창가요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가곡전수관에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공연과 교육을 통해 열심히 가곡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공연들이 있을지 기대되시죠? 가곡전수관에서는 전통 음악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열심히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번 공연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 가능합니다.
아래 그림을 누르면 가곡전수관 유튜브채널에서 이번 공연 다시 보기로 연결됩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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