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은 김성기의 음악사랑

2009. 4. 28. 04:47영송헌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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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본)청구영언>은 현재까지 전하는 가집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고본(古本)으로 1728년에 중인 가객이었던 김천택이 만든 가집인데, 여기에 김성기의 작품이 8수 실려있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어은(漁隱) 김성기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은 김성기의 음악사랑


김성기는 <청구영언>시절에 단연 뛰어난 거문고 장악원의 악사이지 동시에 가곡 명인이었습니다.
김성기의 음악 애호와 인물됨은 당대부터 아주 유명했는데, 그 중에 두 가지가 특히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는,
거문고 주자 왕세기로부터 거문고를 배울 때의 이야기입니다.
왕세기가 모든 곡을 다 알려주지 않자, 김성기는 매일 밤마다 몰래 왕세기의 집 창문 아래서 그가 타는 곡을 듣고 돌아와 다시 익혀 왕세기의 모든 곡을 다 전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음악에 대한 김성기의 남다른 열정과 끈기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하겠지요.

다른 하나는,
당시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던 목호룡의 잔치에 초빙됨을 거절한 이야기입니다.
목호룡은 당대 이름 높은 거문고 명인 김성기를 초청하기 위해 좋은 안마를 갖춘 말을 종자와 함께 그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김성기는 목호룡이 고변(告變)을 잘 일으킨다고 하니, 이제 내게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자기는 이미 나이가 많으니 상관없다며 심부름꾼을 향해 벼락같은 소리를 질러 거절했던 것입니다. 이 일을 전해들은 목호룡은 부끄러워 더 이상 잔치를 계속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대개 어은은 천지 간에 소요하는 한가로운 사람이다. 무릇 음률에 오묘한 깨달음이 있었으며 본성이 강산을 좋아하여 서호가에 작은 집을 하나 얽어 놓고 어은(漁隱)이라 스스로 호를 삼았다. 꽃피는 아침과 달뜨는 저녁이면 거문고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버드나무가 서 있는 물가에서 퉁소를 불며 연파를 희롱하고, 갈매기를 친압하며 기심을 잊고, 고기를 바라보며 즐거움을 알아 스스로 육체의 구속에서 놓여났으니 이것이 그가 자유롭게 살아가면서도 가곡을 뛰어나게 잘 하는 까닭인가."

(김천택의 발문)






 * 위 글은 <가집에 담아낸 노래와 사람들 - 조순자/보고사/2006>의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