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공부

2009. 7. 7. 18:43영송헌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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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공부

                                                                                                                      - 도경 이종록


가곡이 얼마나 좋은 노래이며, 얼마나 숭고하기까지 한 노래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함은 가곡을 잘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나 해 가는 과정에서의 느낌일 뿐이다. 가곡이 아름다운 노래요, 또한 많은 철학과 인생, 삶이 녹아 있고 높은 하늘을 나는 학처럼 고고하고, 물처럼 유연하고 여유로우며 또 정확하고 겸손하면서 다소곳한 노래이지만, 대체로 유연함과 여유로움만 강조했지 정확함과 겸손함 속에 서려있는 지조를 잊고 넘어가기 쉽다.

그런데 유연함과 여유로움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지마는 이 보다는 정확함이 더 어렵고 또 그보다는 겸손함 속에 둥그러니 솟아 있는 지조(志操), 절의(節義)가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가곡을 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완성시켜야하는 마지막 표현 방법인 것도 같다.

노랫말이 아름답고 그 속에 지닌 뜻이 깊고 심오함이야 전문적으로 공부를 한 사람들인들 어찌 다 알 수 있으랴마는 곡의 심오함은 그 보다 훨씬 더 깊다고 하겠다. 그것도 더욱 확실하게 정확하고 그 본래의 진정한 멋을 알고 부르고 들으면 그 값어치는 몇 배로 늘어 날 것이라고 본다.


이 맛을 모르고 어찌 가곡을 한다고 하랴

영송당 선생님의 가곡 지도를 받으면 겸손함 속에 피어오르고 솟아나고 펄럭이고 휘날리는 것이 소리만이 아니고 우리 마음이 그렇고 우리 몸속에 흐르는 피가 그렇고 세포 하나하나가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맛을 모르고 어찌 가곡을 한다고 하랴.

예를 하나 들어 보면 선생님께서는 가곡 장단에서 한 정간 안에 들어있는 들 박, 쉴 박, 날 박을 강조하시고 특히 마지막의 날 박에 있는 멋을 강조하신다. 이렇게 하다보면 정말 소리에 멋과 지조와 품격이 느껴진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초보자들로서는 자칫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다. 진정한 멋과 일이나 예술의 성공여부는 그 마지막 한 순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도 그러하다.

소리를 죽 이어가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은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맛과 멋을 살리며 노래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정간의 날 박을 살짝 들어 줄 것이냐. 살짝 밀어 줄 것이냐. 살짝 치켜 올릴 것이냐. 살짝 숙여 줄 것이냐 하는 그 찰나보다 더 짧은 순간이 정말 노래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너무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 짧은 매듭 하나하나를 잘 엮고 푸는 것이 가곡을 하는 의미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리라.

가곡은 소리를 죽 내면서 설렁설렁 엮어만 가는 노래가 아닌 것 같다. 노랫말 한 자, 한 글귀에 담긴 서러움과 아픔과 즐거움과 반가움과 애절함이 바르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단을 이루는 한 정간의 마지막 부분을 멋지게 마무리해야 한다.

이는 가곡 전체를 노래하는데 있어서는 아주 작은 부분일지 모른다.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부분인지 모른다. 하지만 가곡을 한 여름날 모시옷에 비유하자면, 이 부분이야말로 풀 먹이고 다림질하는 과정인 것과 같다고 할까!


모든 정성과 온몸의 정기를 한 정간에 불어넣을 줄 알아야

우리 민족의 정서는 낚싯줄을 여울목에 풀듯이 생각이나 혼을 설설 풀어 넣는 그런 것이라기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웅덩이 고기떼 가까이에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해 긴 줄을 한 번에 던져 넣는 그런 정서다.

마치 난초잎 하나를 그리기 위하여 물을 부을 때부터 먹 갈고 붓 다듬고 종이 펴고  오르니 가슴 속에 난초잎 하나만을 먼저 그리고 응어리를 지어 마지막으로 손끝의 붓을 통해서 토해내는 것이 사군자라면 가곡도 그 매듭 하나 하나에 노래 부르는 이의 모든 정성과 온몸의 정기가 다 들어가야 된다고 본다. 특히 그 순간이 한 정간의 마지막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조그마한 예이지만 영송당 선생님은 그러한 멋을 가르쳐 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멋을 한껏 머금게 하고 싶으신 것 같다. 멋이든지 실력이든지 어물어물해서는 진정한 삶 자체를 구사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늘날 같이 하나를 알아도 확실히 알아야 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고 본다.

이런 이야기의 뜻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이삭대엽 <버들은>을 들어보면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그렇지만은 우리의 혼과 얼이 깃든 이 노래만은 특히 그 멋을 잘 살려서 불러야 세계화가 되고 특히 어리고 젊은 아이들에게 우리의 피를 이어주는 자존심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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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들은실이2009.07.08 20:48

    한 정간 한 정간을 멋지게 부르고 마무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적자원을 노래에 반영시키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동짓달'과 인생사를 자연에 비유하는 '청산도'는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자기 감정을 노래로 승화시켜 표현해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잘 알지만..^^;
    노랫말과 그 의미를 생각하면 저절로 눈에 별이 담아져요>_< 그런데 의식을 해야만 담아진다는게..ㅠ_ㅜ 요즘 제 숙제랍니다.
    정성과 온몸의 정기 + 내적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