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동산유치원 원장님의 "가곡전수관 체험기"

2014. 7. 14. 14:51가곡전수관 일일체험

 

지난 7월 3일 마산 비둘기동산유치원에서 가곡전수관으로 일일체험을 왔었답니다. 일일체험 후 원장님께서 "국적 있는 교육의 중심, 가곡전수관을 찾다"라는 제목으로 가곡전수관 체험기를 보내주셨답니다. 원장님 고맙습니다~^^

 

국적 있는 교육의 중심, 가곡전수관을 찾다

- 가곡전수관 체험기 -

 

 

비둘기동산유치원장 김미숙

 

 

 지난 73. 화사한 여름 햇살이 차창 밖으로 넘치고 푸른 가로수 잎이 손을 흔드는 오후, 우리 비둘기동산유치원꼬맹이들은 가곡전수관으로 갔다. 소중한 우리들의 뿌리를 찾고 체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모두 유치원 버스에 올랐다. ‘가곡전수관은 가까이 있어 자주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쉽게 방문하기가 어려운 탓에 늘 마음으로만 동경했던 곳이다.

 

우리의 소리가 있는 곳인데도 쉽사리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경외심 때문일 것이다. 그곳을 유치원생들과 함께 찾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께서 가곡전수관과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우리음악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초대해 주신 덕분이다.

 

바야흐로 우리 것이 소중한 시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뿌리를 찾게 해주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글로벌 시대일수록 자신의 문화를 먼저 알고 그 바탕 위에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경쟁력이 생긴다. 내 것, 내 뿌리를 모르면서 맹목적으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면 그 문화의 원주민과 경쟁에서 앞 설 수는 없다.

 

아이들이 공연장에 도착하자 이미 멋진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이며, 가곡전수관장인 조순자 선생님이 어린 유치원생 앞에서 직접 해설을 맡아 주셔서 너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황송스럽기도 했다.

 

극단 바보광대의 어린이 인형극방귀쟁이 피노키오가 첫무대를 열었다. 인형극을 시작하고 국악연주단이 함께 국악기로 음악을 연주하자 우리 꼬마친구들은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이롭게 바라보았으며 작은 함성들이 모여 작지 않은 공연장을 곽 채웠다.

 

대장 아줌마와 졸병 아저씨의 방귀쟁이 피노키오 이야기에 우리 꼬마 친구들은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중간 중간 아이들에게 질문도 하며 무대와 객석이 혼연일체가 되어 인형극은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나비인형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다가서자 아이들은 서로 나비를 잡으려고 일어서기도 하고, 서로 호랑이에게 떡을 주려고 손을 들고,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이 정말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꿈을 키우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의 첫걸음 교육을 하는 원장으로서 그런 모습은 고맙고 감동적일 수박에.

 

다음무대는 본격적으로 우리 가곡전수관의 국악연주단인 정음연주단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직접 들어보는 우리음악시간이었다.

 

기악곡으로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을 들어보고, 영송당 조순자 관장선생님께 모란은을 배워보는 시간을 잠시 가졌는데, 우리 아이들이 처음 부르는 가곡인데도 너무 잘 따라 불러서 선생님들께 많은 칭찬을 들었다. 어른들도 따라 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잘 따라가는 것은, 아직 깨끗한 도화지처럼 맑은 아이들의 순백의 정서에 가곡이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되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처음 본 것, 처음 들은 것, 처음 만진 것이나 처음 맡은 냄새와 처음 맛 본 것들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 법이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바로 거기에 있다.

 

대부분의 유아교육자들은 국적 있는 교육을 유아교육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교사나 원장은 현장에서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모든 발달이 가장 왕성한 유아기의 아이들, 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바로 국적 있는 교육을 적용해야만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를 바탕으로 다른 다양한 문화를 혼란 없이 수용하고 융합하여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현대 사회의 상업적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뿌리교육, 국적 있는 교육을 통해 정체성 있는 가치관을 심어줄 것인가. 바로 그것이 유아 교육자에게는 바로 항상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그리고 가장 쉽고도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전통음악이다. 전통음악을 통하여 인성을 기르고, 집중력과 사회성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연구결과다. 시각, 청각, 촉각, 감각을 등 인지반응의 거의 모든 부분을 자극하는 것도 전통음악이며 그를 통해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아직 어릴 때 이성보다는 감성, 이론보다는 오감으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유아교육과정인 누리과정예술경험에서는 전통예술 감상하기의 내용을 두어 우리음악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하여 이렇게 이유를 말하고 있다. “유아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예술에 친숙해지고, 즐기는 태도를 기르는 것은 물론 우리의 전통예술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데에 중요한 시기이므로 유아들이 기본 소양을 기르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며 강조하는 것이다.

 

다음은 많은 친구들이 기다리던 만져보자 우리악기시간인데, 바로 악기체험을 하는 시간이었다. 인형극과 우리노래를 체험하며 한층 더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은 직접 거문고, 가야금, 대금, 세피리, 해금. 단소 등을 만져보고, 국악단원들과 함께 간단한 체험도 해 보면서 너무 즐거워 한 나머지 유치원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아 우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달래고 설득하느라 힘들었다.

 

행사 내내 질서를 잘 지키며 친구들과 함께 한 우리 예쁜 친구들이 그 날은 백 배 쯤 더 예뻐 보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일일체험 후에는 빠질 수 없는 단체 기념사진을 그만 악기체험에 빠져서 촬영하지 못하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다음에 한 번 더 와야 될 것 같다. 아이들도 워낙 좋아하니까.

 

끝난 후,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께서 직접 문밖까지 나오셔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해주시며, “비둘기동산유치원친구들이 제일 질서도 잘 지키고, 예뻤다.”며 칭찬을 해 주시자 아이들은 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돌아오는 유치원 버스 안에서 우리 꼬마 친구들은 아직도 공연의 행복한 흥분에 잠겨 오늘 체험한 이야기를 서로 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통에 오는 내내 버스 안은 조용할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바르게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우리문화에 대해 조금씩 스스로의 문을 열어가는 특별한 날이었다는 것을 진하게 느낀 하루였다.

 

끝으로 우리 개구쟁이들과 함께 해주신 가곡전수관정음연주단 선생님들과, 공연 내내 열정적으로 진행하며 재미있는 무대를 꾸며주신 극단 바보광대 두 분 선생님께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마음 보낸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