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조선 여류시인 매창, 가무악극으로 되살아난다

2011. 12. 5. 18:10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조선 여류시인 매창, 가무악극으로 되살아난다
가곡전수관 창작작품 <매창> 8일 첫 공연 앞두고 연습 한창
                                                            김두천 기자 | kdc87@idomin.com 



'步上白雲寺(보상백운사) 걸어서 백운사에 오르니 / 寺在白雲間(사재백운간) 절이 흰 구름 사이에 있네 / 白雲僧莫掃(백운승막소) 스님이여 흰 구름을 쓸지 마소 / 心與白雲閑(심여백운한) 마음은 흰 구름과 함께 한가롭소.'

황진이·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으로 불리는 매창. 이 시는 백운사에서 시 짓기 대회가 열려 부안의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매창이 구경 삼아 절에 가 즉석에서 지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시로 알려져 있다. '흰 구름 사이에 있는 절의 스님에게 흰 구름을 쓸지 말라'고 하는 구절이 절묘하면서도 아름답다


  여류시인 매창의 삶을 그린 창작가무악극 <매창> 출연자들이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연습을 하는 모습. <매창>은 오는 8일 가곡전수관에서 첫선을 보인다. /김두천 기자·가곡전수관  
 


매창은 1573년 전북 부안현의 아전 이탕종의 서녀(첩의 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한문을 배웠고 특히, 거문고에 능했다고 한다. 어릴 때 이름은 향금이었는데, 기생이 된 후 계량으로 바꾸고 스스로 매창이라는 호를 지었다. 한시와 거문고에 능한 매창을 보고자 전국의 시인 묵객들이 부안을 찾았다.

그 가운데에는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도 있었다. 이 두 사람은 10년이 넘게 '문학동인'으로서 각자의 시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그런 매창이 스무 살 되던 해 사랑이 찾아왔으니, 천민 출신의 유희경이다. 유희경은 매창보다 무려 28살이나 많았지만, 천민과 서녀라는 신분적 동질감이 그들을 하나로 묶는 오랏줄이 되어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다.

'이화우 흩날릴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 매창 '이화우 흩날릴제'

이 시는 정인 유희경이 임진왜란을 극복하고자 의병을 조직해 자신을 떠났을때 매창이 쓴 시다. 임에 대한 끝없는 사랑 그리고 이를 방해하는 환란이 거듭되는 세상에 대한 '한'이 묻어난다.

이러한 매창의 시 세계와 생애가 한 편의 가무악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가곡전수관이 매창을 주제로 창작가무악극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

<매창>(작 손상민·연출 최성봉)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공연은 죽은 매창의 무덤가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창의 무덤가에서 그녀의 죽음을 애석해 하는 허균. 이를 본 매창의 교방 동기 명월은 그를 매창의 사랑 유희경으로 착각하고, "긴히 의논할 일이 있다"며 허균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둘은 해가 뜰 때까지 매창과 관련해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러다 허균은 기방에서 선비들을 주눅들게 한 매창의 일화를 소개하고, 그녀와 친구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그제야 명월은 그가 유희경이 아닌 허균임을 알게 되고, 매창이 죽으며 불태우라 한 시를 설명해 달라고 말한다.

극 중간 중간에는 명월과 허균이 매창과 함께한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회상 장면에서 조순자 관장은 매창과 명월을 가르친 교방선생 역으로 등장해 숨겨진 연기 본능을 드러낸다. 회상 장면에서 연주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매창 역에는 가곡전수관 국악연주단 '정음'의 조수연(가인) 씨와 신근영(거문고) 씨가 나설 예정이다.

그 밖에 허균 역에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배우 양성우 씨, 명월 역에는 창원 극단 미소의 박계랜 씨가 맡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우리네 전통 가곡과 서양악이 만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에는 조순자 관장만의 음악관이 담겼다.

"한국악이라는 것, 특히 악기들의 원형을 보면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 온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그것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이곳의 기후와 인간 삶, 환경에 맞게 변형되어 우리의 것이 되었단 말이죠. 그런 점에서 서양악 그리고 서양 악기들도 사실 '음악'이라는 근본 아래에서는 네 것 내 것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또 훗날 우리의 음악, 음악기로 다시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는 전통 가곡 연주자들과 창원시립교향악단의 합주가 펼쳐진다. 극 중 한 막이 끝날 때마다 극의 내용과 연관되는 가곡과 한시(漢詩)에 가곡 가락을 붙인 노래들이 극의 맛을 더한다.

극을 쓴 손상민 작가는 "매창은 기생이었만, 그 시작 수준과 거문고 솜씨가 남달랐을뿐만 아니라 지조와 절개가 높아 지체 높은 선비들도 함부러 대하지 못했다"며 "뭇 사람들이 '기생이라 쓰고 예인이라 읽는다' 표현할 정도로 조선시대 전통 여류 문학과 음악을 대표하는 그녀의 삶을 조명하는 작업이 그녀의 고향인 전북 아닌 경남에서 이루어지는 점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8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 2동 산복도로변 가곡전수관. 무료. 문의는 055-221-0109로 하면 된다.



조선 여류시인 매창, 가무악극으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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