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초청공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

2010. 7. 10. 17:13사랑방이야기

"천 세! 천 세! 천 세!  천천! 세세!"

10세(1744)에 입궁하여 열여덟에 첫 아들이 죽고, 노론과 소론의 암투 속에서 시아버지 영조의 명으로 스물여덟살 젊디 젊은 남편(사도세자)이 뒤주 속에 갇혀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혜경궁 홍씨. 정조는 칼날 위의 삶을 살아야했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화성(수원) 봉수당에서 회갑연 <봉수당진찬>을 벌입니다. 왕이 치사를 올리자, 자궁이 이에 화답하고 연회 참석자들이 이렇게 외칩니다. "천 세, 천 세, 천 세"라고요. 천수를 누리시라는 축언인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어쨌는지, 혜경궁 홍씨는 당시로는 드물게 70세를 넘기며 장수하기도 했습니다. 그와중에 아들 정조의 죽음까지 지켜봐야만 했으니 수명이 길다한들 그다지 행복하지는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 예고해드린대로 정조가 회갑을 맞은 혜경궁 홍씨에게 열어드리는 <봉수당진찬>을 재연한 <왕조의 꿈 태평서곡>이 드디어 어제(9일) 국립부산국악원에서 공연되었습니다.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가곡전수관장)은 이날 혜경궁 홍씨로 분하셨는데요. 공연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오셨는지, 국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때문인지 공연 며칠 전부터 매진이어서 현장에 그냥 오신 분들은 '그냥' 돌아가시도 했습니다. 저희가 가진 초청좌석도 매진이었어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과 단원들은 공연 전 리허설에 맞춰 국악원에 도착해 리허설과 본공연을 모두 보았습니다. 무대 감독님이 어찌나 꼼꼼하시던지, 리허설을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본공연 때는 감독님 지적하신 부분이 잘 지켜지는 지 살펴보는 예리한 눈썰미를 자랑하기도 했고요. '음~ 저건 좀 미스가 아닌가' 이러면서 말이죠. ㅋㅋ 그렇더라도 그런 건 몇 없었지요. 그보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집중하게 되는 흡입력이 놀라웠습니다. 전체 의례가 시작되기 전에 영상으로 영조와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법도 좋았고요. 음악, 정재 뿐만 아니라 조선 중기 궁중 복식과 상차림, 좌석 배치 등의 볼꺼리도 많았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당시의 궁중의례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몸짓 하나에도 절도가 있고, 절제되어 있어 위엄이 있었지요. 최근 사극에서 이런 면들이 보여지지 않는 건 좀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TV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용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절도있는 몸가짐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그 틀을 벗어던지고픈 욕망에 더욱 불타올랐을 지 모르겠지만요. 억압은 어디로든 분출되기 마련이니까요. 한데... 정조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억압된 욕망을 어떻게 풀었을까요... 어머니께 효도하는 것으로? >.<;;;


★ 리허설 장면입니다. 160여명의 출연진이 무대를 가득 메우고 있지요. 궁중 음악과 정재를 모두 볼 수 있는 
    말그대로 가歌무舞악樂을 모두 볼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촬영 : 조 유 정)



혜경궁 홍씨의 등장입니다. 오른쪽 끝에서 절하는 소녀가 아주 잘하더군요. 절도있는 인사의 표본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ㅋ
실제 공연에서는 머리를 짓누를 듯한 기세의 커다란 가채를 머리에 올리고 나오셨어요. 무대에 등장해서 자리에 앉고 왕의 술잔을 받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의 이 경사를 전하와 더불어 만 백성과 함께 하겠노라"하시면서 관객을 향해 술잔을 치켜듭니다. 아마 원래는 자리에 그냥 앉은 채로 대사를 하는 것이었나봐요. 이날 관장님 연기하시는 걸 보시면서 감독님이 "선생님이 잘하셔서 욕심이 생기네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관객을 향해 대사를 해주세요~"하고 부탁하셔서 된 장면이랍니다. ^^



마지막 장면인데요.
정조와 맞손~....
이 장면에서 앙드레김 패션쇼의 휘날레 장면이 떠오르는 건 왜였을까요?
왠지 두 분이 얼굴을 맞대고 관객을 다시 바라볼 것만 같았어요. 후훗



공연이 끝난 후 출연자들이 모여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공연이 끝날때 관객 모두가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지요. 꼭 자궁이 퇴장해서만은 아니었어요... (자궁 등퇴장때 관객이 일어나야 했거든요. ㅋ)



바쁘신 와중에 공연을 찾아주신 관장님 지인분들이십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
관장님~!
"만 세! 만 세! 만만! 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