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도 먹고 공연도 하고 망개떡도 받고

2010. 4. 23. 18:16사랑방이야기


유난히 맑았던 어느 봄날,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인가요... 오후엔 비가 왔습니다. 그래도 요즘 이어지는 봄날과 비교해 꽤 괜찮았어요.)
국악연주단 정음은 의령에 갔습니다.
네. '의'의 고장이라 불리는 그 의령이 맞습니다.
한데 관계자분께 여쭤보니 의령이 의로울 '의'자는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ㅡ.ㅡ^
농담이고요. 아마도 의령지역에서 많은 의인들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인가보다 합니다.

한번 움직이려면 대이동이 되어야하기에, 스타렉스 두 대에 악기와 우리 몸을 나누어 싣고 떠났지요.
30분인가, 40분인가를 달리니 금새 의령이 보이더라고요.
행사가 있는 의령군종합사회복지관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니 경관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원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이 직접 나와 반겨주시기도 했고요.
아래 보이는 사회복지관 건물도 꽤 크죠?



연주단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주변을 좀 둘러보았어요.
벚꽃보다 좀 늦게 핀다는 왕벚꽃도 보이고요.
호수에 오리배도 떠있고, (오리배는 또 무료래고...)
이제 막 올라온 나뭇잎 빛깔도 너무 곱고...
흔들다리도 아주 재미있었어요.
식전에 파전도 하나 먹어주었어요.
특히 '18년동안 안주 없이 막걸리를 마시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53세의 곽영희씨'가 그려진 곡주도 맛을 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곽영희씨는 곽재우 장군과 친척지간이 아닐까 해요. 곽영희씨에 대한 설명은 술병에 있는 그대로 입니다.



의령은 소싸움도 유명하고, 소고기도 유명한 '소'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점심으로 '소'바를 먹었어요. 후훗.
소바는 의령산 한우로 낸 육수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국수인데요. 
주인 아주머니가 의령에 오면 '따뜻한 소바'를 꼭 먹어야 '의령맛'을 알 수 있다고 메뉴판에 있는 다른 메뉴는  못시키게 하셔서 13명 전원이 따뜻한 소바를 먹었습니다.
'의령의 맛은 이런 거구나...' 했습니다.
음식을 보고 급히 카메라를 꺼내 찍으니 왠지 꽤 열심히 하는 '블로거'가 된 것 같았어요.
원래는 음식을 보면 집어 넣기 바빴는데 말이에요.



사설이 길었으나 본격적인 공연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저희가 공연한 시조발표회는 올해 4회째인 '의령시조발표회'인데요.
총 3일간 진행되는 의령의병제 행사 중 하나입니다.
저희는 영제시조진흥원장이신 도경 이종록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간 것이었습니다.
영제시조는 경상도 지역에서 불리는 노래로 예전에는 이 영제시조가 하도 좋아서 궁중과 전국 각지에서 많이 불렀다고 하네요.
그래서 '영판 좋다'라는 말도 생겼다고 하고요. 

국악연주단 정음은 시조 반주와 기악연주, 가곡 '모란은' '태평가' 등을 들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인 셋, 악사 셋이 함께 그동안 도경 선생님께 배운 시조 두 곡을 불렀고요.
악사들의 첫 데뷔 무대였습니다.
추후 무대에 또 오를 수 있을 지는 도경선생님께 살짝이 여쭤봐야 겠습니다....



영제시조는 의령이 본고장이라 하는데, 그러한 정신을 잃지 않고 고장의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오는 길에 바리바리 싸주신 의령 '망개떡'을 한 박스씩 품에 안고
의령에서의 즐거운 추억 또한 가슴에 안고 전수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망개떡은 참 맛있었습니다. 도경선생님... 감사합니다.
의령지역에서 유명한 망개떡은 망개나무라고 하는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싼 찹쌀떡인데요.
망개잎의 상큼한 맛이 베어 있어 맛난데다, 안에 달지도 안달지도 않은... 팥의 유혹이 일품인
의령의 또 다른 특산품입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저는 마산에 와서 이 떡을 처음 먹어봤는데요.
처음엔 잎사귀에 싸져 있어서 쌈처럼 싸먹는 떡인가 하고 그대로 먹었는데
망개잎 맛이 아주 잘 살아 향취가 있더군요.
조금 짜긴 했지만.
나중에 물어보니 잎은 안 먹는 것이라 하더이다.
내내 생각해도 다소 억울한 기분을 누를 수가 없어 처음 먹는 사람에게 '잎을 그대로 같이 먹는 거다'하고 속여도 아무도 속지 않고 잘들 잎은 떼고 먹던데요.
그래도 잎과 함께 먹는 망개떡 맛도 나쁘지 않아요.
함께 드셔서 새로운 망개떡 맛의 세계에 빠져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