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창가곡 명인 조순자씨 전집출반/사라져가는 전통가곡 집대성

2009. 4. 24. 12:17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경향신문] 1998-07-31 (문화) 기획.연재 14면 807자 


여창가곡 명인 조순자씨 전집출반/사라져가는 전통가곡 집대성 


◎하규일流 지킨 예인 완벽한 목소리로 ‘가곡의 혼’ 고스란히


우리나라 전통가곡의 맥을 이어온 독보적인 여창 명인 조순자씨(54)의 「여창가곡전집」(신나라레코드)이 나왔다. 지난 89년에 냈던 3장의 앨범에 이번에 녹음한 3장의 앨범을 묶어 모두 6장으로 나온 이 전집은 자칫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있는 전통가곡을 집대성한 수작이다. 우리 전통가곡은 시조시(時調詩)에 가락을 얹어 부르는 노래로 관현악반주에 맞춰 부르는 고도의 전문음악. 그 원형은 고려시대 정과정 삼가곡에서 이어진 만대엽(慢大葉·최대한 느리게 부르는 노래)으로 추정되며 선조 5년 안상이 쓴 「금자합보」에 그 기록이 전해진다. 이후 만대엽, 중대엽, 삭대엽 등으로 파생되면서 전통가곡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보존돼 오고 있다. 전집을 내놓은 조순자 명인은 근대가곡의 원류인 하규일(河奎一·1867∼1937)의 수제자인 이주환(1909∼1972)의 직계제자. 우리나라 여창가곡의 한 분야를 외롭게 지켜온 예인이다. 64년 스승 이주환과 함께 일본에 건너가 춘면곡(春眠曲)을 독창하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으며 경남대, 동국대, 순천대 등에 강사로 출강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는 경남 국악교육 연구회장. 한때는 서울의 무대에서도 간간이 그녀의 가곡을 들을 수 있었지만 10여년전부터 지방에 거주하며 중앙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더이상 전통가곡을 가지고 설 무대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의 여창가곡전집은 그가 전수받은 여창가곡의 극치를 맛보게 하는 작품들이 집대성된 음반으로 치열한 예술정신과 의지로 한 세계를 이룬 명인의 목소리와 만날 수 있다.


<오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