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야기] 아주 특별한 결혼식과 라오스 신혼여행기

2009. 12. 11. 15:37사랑방이야기

늘 막후에서 일을 하는 저는, 가곡전수관의 간사입니다. 가곡전수관의 중대사인 큰 공연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블로그를 통해 전해왔는데요. 이번 글은 가곡전수관에 관한 내용이 아닌, 제 개인사에 관한 것입니다. 바로 얼마전 결혼식을 하고 지금은 풋풋하고 섹시한(?) 새색시인 제가 이번에는 제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굳이 개인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제 결혼식에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이 가곡전수관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을 비롯한 연주단 단원분들이었거든요.

무슨 얘기냐고요?
제 결혼식 주례를 저희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께서 봐주셨고, 연주단 단원분들이 축하공연을 해주셨거든요. 저로서는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결혼식때 좋아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는데요. 아마도 하객분들 중에는 "어떤 신부는 울기도 하던데, 저 신부는 결혼한다고 아주 신이 났구나"하셨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런 점이 없잖아 있지만, 다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 그렇게 정신없이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을 다녀오니 제 결혼식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올랐다지 뭡니까. 그래서 알아보니 제가 아는 지인 한 분이 결혼식에 오셔서 여자분이 주례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좋았다는 글을 올리신 것이었어요.

★ 블로그에 올라온 글 보기
http://www.ymca.pe.kr/549

여자분이 결혼식 주례를 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지만, 저로서는 당연히 영송당 관장님께서 해주셨으면 했고, 너무도 흔쾌히 받아주셔서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관장님과 멋진 축가로 하객들에게 가곡의 아름다움을 전해준 연주단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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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이후 신혼여행을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몇 장의 사진과 짤막한 신혼여행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많은 분들이 신혼여행지를 궁금해해 주셨는데요. 저희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라오스'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을 시작으로 방비엥을 거쳐 루앙프라방에서 나오는 여정이었는데요. 짧은 일정이라 라오스에 대해 많이 알 수는 없었지만,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기억할 만큼 아주~ 좋았습니다. 인도차이나반도로의 여행을 고려하시는 다른 분들께도 강추합니다.


★ 라오스의 지도
라오스는 돼지 허벅다리 모양으로 지도에서처럼 베트남, 중국, 미얀마(버마), 태국, 캄보디아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여행한 곳은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프라방인데 아래 지도에서 보이지 않는 방비엥은 루앙프라방과 비엔티엔 사이에 중간쯤 위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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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이에서 3시간을 기다려 라오스로 가는 라오항공의 프로펠라 비행기를 탔습니다. 라오스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거든요. 비행기는 2인씩 짝지워져 있고 아주 아담했습니다. 승무원은 두 분이었고요. 들뜬 기분으로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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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도착하자, 어느덧 밤이더군요. 그래도 공항 밖에 나왔을때 나를 포근히 감싸안는 라오스의 바람이라니... 그저 그 바람때문에라도 여기오길 잘 했다 생각이 들 정도예요. 라오스는 몬순열대기후라서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11월부터 4월까지가 건기이고, 나머지가 우기입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달로 11월에서 2월까지를 꼽더라고요. 왠지는 가서 알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비엔티엔의 밤거리인데, 야시장이라고 하기엔 뭣하고 몇 개의 좌판이 나와있어요. 메콩강 앞에서 여행족들을 위한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입니다. 라오스의 밤은 이렇게 어둡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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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티엔에서 좀 논다하는 친구들이 오는 2층 술집에서 메콩강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멀리 까맣게 보이는 부분이 메콩강인데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건너편 태국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볼 수 있어요. 그 강만 건너면 태국입니다. 라오인은 과거 태국왕에게 점령당한 아픈 역사가 있어서 태국인들에 대해 껄쩍찌근 하게 생각한다는데... 한일관계와 유사하다 보면 될 것이랍니다. 언어는 라오어를 쓰는데 타이어와 아주 비슷하데요. 라오스는 지금 한창 변화하고 있는데, 상점이나 거리에서 동남아 여러 나라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한국가요도 나오는 걸 들었어요, 태국노래를 주로 많이 듣는데 노랫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언어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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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티엔에서 맞는 아침, 들뜬 저는 낭군을 깨워 아침산책을 나갔습니다. 환한 대낮에 보는 비엔티엔은 더 반갑더라고요. 아침햇살에 반짝반짝 눈부신 사원도 더없이 아름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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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불상이 있다는 파탓루앙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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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처럼 인도차이나 반도를 점령했던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어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인민혁명당이 프랑스가 물러가자 정권을 잡고 라오스를 공산화했고, 현재까지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 아래는 독립을 기념해 프랑스의 개선문을 본따 만든 빠뚜싸이인데요.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나려고 그토록 노력했으면서 왜 개선문을 본따 만들었을까요? 아마 납득할만한 다른 이유가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역사의 아이러니랄 수 밖에 없네요. 최근 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는 라오스 사회에서 물밀듯 들어오는 서구인들(특히 프랑스어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프랑스인들이 여행을 옵니다)이 21세기의 정복자처럼 보이는 것은 "역사는 반복"이라던 가라타니 고진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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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뚜싸이에서 바라본 시내 정경. 멀리 대통령궁이 보입니다. 아주 멀~~리. 라오스는 공산주의 사회지만 89년 사회주의권 붕괴이후 체제에 변화를 주어 지금은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습니다. 당은 인민혁명당이 유일하고요. 정치적으로 버마만큼 불안한 사회는 아니지만,
여전히 악명높은 13번 국도에서 반군이 출몰한다는 점(아주 가끔)은 정치적으로 다소 불안정하다는 걸 알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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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른 외곽 사원입니다. 사원이 모두 번쩍번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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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티엔에서 차로 6시간을 달려 도착한 방비엥입니다. 방비엥은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데, 거리에 온천지 여행객들 뿐이라 마을이 하나의 세트같습니다. 모든 것은 배낭여행족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습니다. 낮에는 튜브를 타고 남쏭강에서 이리저리 맥주 마시며 떠다니다가 저녁때는 레스토랑에서 또 늘어져서 지내는 게 장기 여행객들의 휴식인 듯 보였어요. 제게는 아픔이 있는 방비엥의 밤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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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공예품이 유명한, 그 중에서도 섬유제품으로 유명한 라오스에서 어딜가나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이런 스카프를 파는 상점, 사람들입니다. 들어가서 몇 개 얹어보았더니 낭군이 "원더풀~"을 연발해 잔뜩 기분이 좋아져서 엄지손가락을 지켜세운 모습입니다. 기분 내키는 김에 몇 개 샀는데 루앙프라방에 가니 식탁보로 널리 활용될 정도로 흔한 것이더군요. 그래도 저는 꿋꿋이 하고 다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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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 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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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비엥의 아침. 높이 솟은 산 사이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알게 모르게 도 닦는 기분이 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오스는 산악지대라 산이 70%에요. 그래서인지 목재가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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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비엥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외곽지역에 도착해 동굴탐험과 카약킹하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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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바스 키에로스타미 감독의 주목할 만한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의 한 장면 같습니다. 라오스의 바람이 제 마음을 둥둥 떠오르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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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바라본 남쏭강의 해질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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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여행지인 루앙프라방의 한 사원. 자전거를 빌려 타고 30분을 달려 도착했으나 무슨 사원인지 이름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저... 자전거 타기가 꽤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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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갈때는 자전거를 싣고 툭툭이를 타고 가기로 했죠. 함께 탄 라오인 부부가 있었는데 미국으로 망명한 뒤 30년만에 처음 찾은 고향땅이랍니다. 라오스가 공산화될때 40만 정도가 해외로 망명했다는데요. 지금은 반 이상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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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앙프라방에서 2시간 남짓 떨어져 있는 쾅시폭포를 보러가는 길에 선녀가 나올 것 같은 선녀탕을 봤습니다. 옥빛 물색이 아주 아주 아름다워서 넋놓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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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앙프라방을 떠나기 전 마을 중앙에 있는 푸시산에 올라 마을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메콩강과 그 너머로 아기자기한 집들이 보입니다. 아쉽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인사를 고했어요~ 싸바이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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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라오스에 대해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여행지를 라오스라 했더니, 몇몇 분은 "라오스?"하는 반응으로, 또 몇몇 분은 "못사는 나라 아닌가?"하는 반응으로, 또 어떤 분들은 "앙코르와트 보러 가요?"하는 반응으로, 특이하게도 한 분은 "마약이 유명하다던데..."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ㅡ.ㅡ;; 물론 메콩강 유역이 세계 최대의 아편생산지이기는 하지만, 실제 여행을 해보니 마약보다 훨씬 고강도의 중독성 있는 미소를 날리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라오스가 세계 10대 빈국 중 하나이지만,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높을걸요. 또 앙코르와트는 라오스가 아니라 인접국인 캄보디아에 있답니다.

라오스는 이렇다할 관광지나 특별한 문화유산이랄 게 없지만 서구인들에게 인도차이나반도의 마지막으로 남은 에덴 동산, 잃어버린 순수를 간직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문하는 곳마다 현지인보다 많아 보이는 세계각국의 배낭족들의 수가 라오스의 인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어요. 2008년인가 뉴욕타임즈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꼭 여행해 봐야할 곳 1위로 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내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붐비는 여행객들로 인해 라오스의 모습이 점차 변해가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는데요. 맑고 순수한 미소를 간직한 라오인들 중에서도 몇몇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고요. 또 라오스를 '순수의 영역'이라 말하며 이곳을 찾는 많은 여행객들로 인해 이곳이 21세기형 신식민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반문해 보기도 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제가 방문한 여행지에서 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외국인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현지인이었습니다. 현지 안내인에게 "여기서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으니 "나는 한번도 그런 곳에서 밥을 사먹어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라오스를 단지 '순수의 영역'으로 남겨진 곳이라는 설명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오스를 '순수의 영역'으로 말하는 것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반복 재생산하는 것일테니까요. 여기에는 좋은 말로는 순수이고, 뒤집으면 원시가 되는 그 순수라는 말에서 원시자연의 상태에 가장 가까운 나라, 그래서 문명은 발달하지 않은 나라로 라오스를 이미지화/ 풍경화하고자 하는 편의주의가 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안타깝지 않은 것은 몇몇 라오인들이 자본주의에서 주형되는 인형이 되어간다 하더라도 모든 이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라오스의 개방으로 라오인들이 변하는 것 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그들을 통해 무욕의 삶, 의식의 정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또 하나의 자본주의 사회의 틈을 형성할 것이라 믿습니다.

여행기 마지막이 다소 무거웠나요? ^^;;
그래도 역시 좋은 여행, 즐거운 여행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시인 보들레르는 "시인은 회복기 환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굳이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여행가의 탐험심과 모험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훨씬 즐겁고 신나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한번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과 연주단 여러분, 또 결혼을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