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공연] 2009 만해축전

2009. 12. 8. 15:25사랑방이야기

강원도 대설특보가 내린 12월 5일(토), 가곡전수관 국악연주단 정음은 강원도 인제로 갔습니다. >.< 물론 눈이 정말 많이 왔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간 것은 아니고요. 서울대 국어국문과에서 주최한 <2009 만해축전 만해 시조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공연을 하기 위해 간 것인데요. 역시 강원도는 꽤 멀었습니다. 6시간을 달려 만해마을에 도착하니 거센 눈발이 시베리아 벌판을 능가하더군요. 하지만 따뜻한 실내온도만큼이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공연을 했습니다.

저희 연주단의 공연은 조해숙, 나민애 선생님의 시조강연과 조오현 스님(스님께서 다른 일로 못오시는 바람에 다른 분이 대독하셨어요.)의 특별강연에 이어서 진행됐습니다. 참석자들은 서울대, 서울시립대 등 국문과 교수님들, 학생분들과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오신 교수님, 학생분들 등이었는데요. 외국분들도 꽤 많이 계셨어요. 하지만 한국학 전공자들이셔서인지 모든 강의는 우리말로 진행됐습니다. 강연장 밖에서 얘기하고 있던 일본인, 미국인, 인도인 세 분이 한국말로 대화하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핫.

시조강연도 재밌게 들었지만, 연주단 공연 후에 이어졌던 시조시인들의 시조 낭송도 매우 좋았습니다. 직접 시를 지은 사람이 들려주는 시라니... 웬만해서는 경험하기 힘들잖아요?  특히 이날 낭송회는 현대시조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많은 시들 중에 몇 개를 옮겨봅니다.

죄와 벌 
              - 조오현

우리 절 밭두렁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

무슨 죄가 많았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

오늘도 이런 생각에
하루해를 보냅니다



금호동 시장
                                         - 이승현

때 절은 검정 비닐로 허리춤 감아 묶고
반 평 남짓 좌판마다 물기 마른 할미꽃들
뒤틀린 허리를 펴고 언제쯤 하늘 볼까

봉합된 시간 속에서 빗장 열릴 때까지
장바닥 한 길 파며 닳아가는 생의 비늘
손가락 굵은 마디에 주름 깊은 물소리

바람도 외면하는 쪼그라든 양파다발
올 거친 손금으로 쓰다듬고 쓰다듬는다
저 길 끝 퀭한 솟대에 꽃등 하나 밝히려고


어때요? 좋지 아니한가요? 옛 시조만이 아니라 현대시조를 노랫말로 가곡을 부를 날도 머지 않았을텐데요. 옛 시조와 비견될만큼 길이 남을 좋은 시조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참. 낭송회에 참여하다보니 문득 가곡전수관에서 저마다 좋아하는 시를 외워서 작은 촛불 하나 켜두고 둘러앉아 낭송하면 아주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각설하고 사진 올립니다. ^^;;

★ 눈이 내린 만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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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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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단 공연 '천년의 노래, 바람에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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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란 시인이 연주단에게 자신의 시집 <명자꽃>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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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행사의 꽃은 뒷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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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다며 자진해서 뛰어나가 열창을 해주신 현악사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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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답게 노래 한 번 잘한다'는 평을 들으신 노래하는 이성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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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질세라 한 곡 뽑으신 가곡전수관 사무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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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가는 분위기를 업시키려 시도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마지막 곡, "무조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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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에서 만난 이영준 선생님은 하버드에서 강의를 하고 계신데요. 오랜만에 한국에서의 술자리가 꽤 즐거우셨던 듯 합니다. 또 사진에는 없지만, 서울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진 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유진 님은 미국인인데 학부에서는 철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유진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태생이 좋다는 뜻의 '유'와 유전자의 '진'을 결합해 만들었는데, 합치면 '태생부터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란 뜻이랍니다. ㅡ.ㅡ;; 아무튼 그런 유진 님의 공연평은 남달랐는데요. "가곡이 아주 다이나믹하고 복잡한 노래이며, 듣는 내내 아주 좋았다"는 공연평을 해주셨어요. 자신은 "반복되는 리듬의 사물놀이 공연을 보면 졸리기도 한데, 가곡은 그렇지 않고 매우 집중해서 듣게 된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가곡을 처음 접하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 거나 더 솔직하게는 "졸리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말이죠.
그리고 공연 내내 사진을 열심히 찍길래 찍은 사진 좀 보내달라고 명함을 날렸는데 올 지 모르겠습니다.
혹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유진을 아시는 분께서는 유진 님께 사진을 목 빼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좀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


[2009 만해축전 초청공연]

천년의 노래, 바람에 실어

일자 : 2009년 12월 5일(토)
장소 : 만해마을

진행 및 강연 :  영송당 조 순 자

○ 연 주
◎ 노 래
? 이종록_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이수자, 영제시조 진흥원장
? 조수연_ 가곡 전수장학생, 국악연주단 정음 정단원
? 이성순_ 가곡 전수자, 국악연주단 정음 정단원
? 김나령_ 가곡 전수자, 국악연주단 정음 정단원
◎ 반 주
? 가야금 : 오은영_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 장   구 : 정동주_ 국악연주단 정음 정단원
? 해   금 : 이준영_ 국악연주단 정음 정단원
? 대   금 : 김성태_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 피   리 : 김용우_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수석
? 거문고 : 오상훈_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 공연목록
1) 가곡 평조 이삭대엽 <버들은>
2) 영제 평시조 <자네집 술 익거든>
3) 가사 <수양산가>
4) 가곡 계면조 평롱 <북두칠성>
5)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6) 가곡 계면조 대받침 <태평가(이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