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요풍류> 새 봄, 매향을 즐기며 3/27 ②

2009. 5. 27. 18:24풍류방이야기

  2009년 금요풍류 3월 27일 <새 봄, 매향을 즐기며>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입니다. 서양 음악의 영향으로 근대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나타나지만, 과거 우리네 공연장은 마당, 사랑방처럼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평행'의 공간이었음을 기억하실 겁니다.
 
 가곡전수관의 상설공연 금요풍류 역시 공연자와 관객의 구분이 없는 공연 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만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공연 시간을 훌쩍 뛰어넘기가 일쑤입니다. 일반 관객들의 질문인 만큼 우리 공연을 접하는 대다수 일반인들의 궁금증이기도 할 것이기에 이날의 대화 내용을 글로 옮깁니다.

[3월 27일 금요풍류] 관객과의 대화      
                 

          "이 좋은 걸 왜 방송에서는 들을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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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금요풍류> ⓒ 가곡전수관


관객) 박자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관장님)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맞추어 가면 되는 것이지요. 박자를 좀 넣어주세요. 자, 이렇게...(어깨춤을 추며) 얼쑤! 그렇지! 하면서 즐기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다들 해보세요.
관객) 장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관장님) 장구는 서양음악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 알아야만 장구를 잡을 수 있는 거예요. 옛날에는 연주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장구를 쳐야 했습니다. 그 중에서 실력이 다 같으면 연장자가 장구를 잡았고, 동년배이면 음악의 빛깔이 가장 좋은 사람,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이 장구를 잡았습니다. 요즘 대학에서는 장구만 따로 뽑아요. 장구 전공이라고 장구만 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여러 장르의 악기와 음악을 다 섭렵해야 옳은 장구잽이가 되는데 말이에요.
관객) 그럼, 서서 연주하는 것 한 번만 들려주세요.
관장님) 서서 연주하는 걸 ‘선반’이라고 하고 서서 설친다 해서 ‘설장구’라고도 합니다. (웃음) 지금 보시는 장구는 장단장고라고 해서 장단을 맞추는 장구에요. 서서 연주하는 장구는 장구놀음이라 하는데 이 장구는 보시다시피 앉아서 연주하는 장구라 서서 연주하는 것보다 크기가 더 큽니다. 그래서 서서 연주하기는 힘들고, 앉아서 연주하는 걸 잠깐 들어볼까요? 장구 연주 잠깐 들려주세요. (장구 연주)
관객) 대금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대금 연주자의 연세가 어떻게 되나요?
관장님) (웃음) 연세씩이나요. 대금 연주자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대금주자) 햇수로 8년째입니다.
관장님) (대금을 손에 들며) 이렇게 손이 닿아서 입에까지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제가 국립국악원 최초의 여자 대금잽이인데요. 손에 쥐고 소리가 나는 데만 해도 몇 개월이 걸립니다. 그래서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고 해서 대금을 불면 성난 파도도 가라앉힌다고 하지 않습니까? (관객에게 건네며) 한 번 잡아보세요. (잡는 게 생각보다 힘든데요.) 그렇지요? (웃음) 이런 대금 말고 산조대금이라는 것도 있어요. (꺼내 보이며) 정악대금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그럼 산조대금으로 대금산조 한 번 들어볼까요? (대금 연주)
대금 연주자가 오늘 필 받은 모양입니다. 다른 질문은 없으신가요?
관객) 가곡 부를 때는 앉아서 부르는데 왜 <청풍명월>은 서서 부르는 건가요?
관장님) 예전 것에 변화를 주는 겁니다. 우리 민족은 그런 걸 잘해요.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변화를 줍니다. 밥도 그냥 해먹기도 하고, 끓여먹기도 하고 비벼도 먹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가곡도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관객) KBS 국악 FM에 나오는 시그널은 어떤 거죠?
관장님) 제가 들어본 이 없어서 다른 분이 답변을 해주시겠어요?
강숙현) 방송에 나오는 시그널은 시조의 한 부분인데요. 시조가 기본은 초, 중, 종장을 가지고 하나인데, 현대에는 새롭게 초장은 초장대로, 중장은 중장대로 부르기도 합니다. 들으셨던 시그널은 시조의 중장만 잘라서 나오는 거예요.
관장님) 그럼 불러봐 주세요.
(시조 한 구절 노래)
관객) 저는 가곡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너무 좋아서 켜놓고 잘 때까지 듣기도 합니다. 이 좋은 걸 방송에서는 왜 접할 수가 없나요?
관장님) 가곡이 너무 느리다고 잘 안 써줘요. 판소리 같은 것만 틀어줍니다. 가곡 같은 마음을 닦는 음악들은 스폰서가 없어요. 방송국에서는 돈이 안 되면 방송을 안하니까요. 제가 하는 ‘우리 가락 시나브로’도 제가 진행하지만 가곡은 많이 틀지 못합니다. 5분, 10분짜리 퓨전음악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야 광고가 들어오거든요. 여러분들이 가곡을 들려달라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 좀 남겨주세요. (웃음) 그러면 나오지 않겠습니까? 해외공연을 가보니 미국, 프랑스 할 것 없이 다 좋아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만 찬밥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정치적인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데 예술이 가치를 인정받고 고양되어야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겠어요?
관객) 가곡 CD를 구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관장님) 저희 전수관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전수관에 자주 오세요. 가시기 전에 행정실에 들려서 받아 가십시오. 하나 챙겨드리겠습니다. 
강숙현) 참고로 덧붙여 말씀드리면 교보문고 CD 파는 코너에 가시면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관객) 여고 2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딸이 피아노 전공인데 우리 악기 하나도 배우려 하고 있어요. 여기 보니 일반인 강좌도 많던데, 보내려는 입장이다 보니 수강료가 제일 궁금합니다. (웃음) 얼마인가요?
관장님) 네. 지금 4월에 시작하는 영송헌 아카데미 일반인 강좌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15주에 33만원이에요. 기초부터 가르칩니다. 이것저것 접해보고 어떤 악기를 계속할 것인지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관객) 교수님께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입니다. 오늘 연주는 아주 좋았습니다. 요즘 TV를 보다보면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트로트를 부르는 여자분 두 분이 나오는데 이런 대중음악과 전통음악의 만남을 어떻게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관장님) 그런 식의 시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청풍명월>도 그런 변화를 준 곡입니다. <청풍명월>을 부른 정마리 씨는 영화 <해안선>에 수록된 노래도 불렀던 분이에요. 이참에 노래도 청해 들어볼까요?
정마리) <해안선>에 나왔던 노래인데요. 여주인공 미영의 테마곡입니다. 기구한 인생을 사는 여자인데요. 사랑하던 이가 총에 맞아 죽고 미쳐버립니다. 그 미영이 나올 때마다 배경으로 나오는 노래에요.
(정마리의 노래)
정마리) 저는 가곡을 전공한 사람인데요. 가곡이 정말 큰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요즘 노래, 서양 노래에 다 적용이 됩니다. 제가 <해안선>, <4인용 식탁>, <복수는 나의 것> 등의 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여러 번 불렀는데요. 방금 들려드린 미영의 테마도 미영의 안타깝고 비통한 처지를 내지르는 식으로 부르기보다 반어적으로 해석해서 맑고 깨끗하게 불렀어요. 가곡의 속청발성만 적용해서 부른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동요 같기도 하거든요. 다양한 곡을 불렀지만 기본적인 소리는 가곡 안에 있는 걸로 몇 개씩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관장님) 가곡을 기본으로 잘 연마하고 나야 새로운 것도 나옵니다. 옛 가곡을 가지고 기초를 다진 후에 다음 것이 나오는 거죠. 그런 식의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신가요? ... 질문이 없으시면, 3월 27일 금요풍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