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 여창가곡 긴노래(原歌曲) 한바탕

2024. 8. 30. 17:27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지난 2024년 8월 8일 목요일 저녁7시 30분에 진행되었던 2024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 '여창가곡 긴노래(原歌曲) 한바탕' 공연 리뷰를 하고자 합니다.

 

 

매년 국가무형유산의 보전과 진흥을 위해 문화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지원하는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는 국가무형유산의 대중화와 보존, 전승 활성화를 목적으로 매년 종목별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국가무형유산인 가곡은 여창가곡 긴노래(原歌曲) 한바탕 이라는 타이틀로 국민여러분께 한발짝 더 다가가고자 한걸음 더 다가셨습니다 . 가곡(歌曲)은 관현반주와 함께 5장 형식의 시를 노래하는 우리 고유의 성악곡입니다. 우리 전통 가곡의 백미는 이삭계열의 노래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긴노래는 그 깊이와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는 곡조입니다. 현행 가곡 중에서 비교적 긴 노래인 ‘이삭대엽(貳數大葉)’, ‘평거(平擧)’, ‘두거(頭擧)’. ‘반엽(半葉)’ 등의 곡을 ‘긴노래’라 칭합니다. 이는 주로 노래를 직업으로 부르던 여류가객 즉, 가기(歌妓)들이 부르던 명칭으로 조선 후기 가집이나 사설집에서 이삭대엽(貳數大葉) 계열의 노래는 『긴노래』라 칭하여 왔습니다.

한국 전통 음악의 다양한 변주와 발전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상들의 음악적 창의성과 예술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악적 유산을 이해하고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임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여창가곡 긴노래 한바탕' 공개행사를 통해, 우리의 전통 음악이 지닌 깊은 울림과 아름다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긴 노래를 중심으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가곡의 매력과 역사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 열심히 준비하였습니다.

 

 

이번공연의 사회는 국가무형유산 가곡의 전수생이며, 진주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님이신 한윤이 선생님이 사회를 맡아주셨습니다.

 

 

그 첫번째 무대로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노래와 신용호 이수자의 향비파 반주로 우조 이삭대엽 버들은의 무대로 공개행사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삭대엽(貳數大葉)은 느린 호흡을 긴장감 있게 이어가는 내재 된 힘과 섬세한 여성미를 갖춘 노래로, 여창 가곡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성악곡입니다. 연주 시간 10분이 넘는 우조 이삭대엽은 전통음악 중에서 가장 느린 곡으로 유명합니다. 시조 한 수를 그 가락에 부르는데 10분이 넘게 걸리며 메트로놈 속도기로는 너무 느려서 잴 수도 없습니다. ‘버들은’의 노랫말은 나는 봄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힘들게 보내는데 남들은 푸른 풀과 잎들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버들은 실이 되고
貳章 꾀꼬리는 북이 되여
參章 구십(九十)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四章 누구서
五章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두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선생님, 이수자 김나령, 이유나, 김참이 그리고 신수경 전수장학생이 불러주는 우조(羽調) 중거(中擧) ‘청조야’ 입니다.

'중거'는 곡의 중간을 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중허리' 또는 '중허리 드는 자즌한닢' 이라고도 합니다. 16박 한 장단으로 빠르기는 1분25정 정도이며, 이삭대엽의 파생곡으로 이삭대엽 다음에 부른다. '청조야'의 노랫말은 님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심정이 담긴 내용입니다.

初章  청조(靑鳥)야 오도고야
貳章  반갑다 님의 소식
參章  약수(弱水) 삼천리(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온다
四章  우리님
五章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네 다 알가 하노라

 

 

세번째 무대는 이수자 이정희, 이경원, 권민영 그리고 전수생 신종숙, 최재미가 불러주는 우조(羽調) 평거(平擧) ‘일소’ 입니다. 평거(平擧)는 이삭대엽의 파생곡으로, 처음을 높거나 낮지도 않은 중간정도의 음역으로 부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막드는 자즌한닢'이라고도 합니다. 중거와 같이 첫 노랫말이 두자인 경우로 첫 장단의 처음 3박을 생략하고 네번째 박부터 노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소'의 노랫말은 아무리 어여쁜 여인이라도 세월이 흘러가면 어쩔 수 없음을 아쉬워 하는 내용입니다.

初章  일소백미생(一笑百媚生)이
貳章  태진(太眞)의 여질(麗質)이라
參章  명황(明皇)도 이러므로 만리행촉(萬里行蜀)하였느니
四章  지금에
五章  마외방혼(馬嵬芳魂)을 못내 설워하노라

 

 

네번째 무대는 이수자 이유나, 김동영, 김참이 그리고 전수장학생 이가은, 백지원이 부르는 우조(羽調) 두거(頭擧) ‘일각이’ 입니다.

두거(頭擧)는 노래의 첫머리를 높이 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들어내는 것'이라고도 하고, 그 속도가 앞의 노래보다 빠르다는 뜻으로 '존자즌한닢'으로도 부릅니다. 고음역에서 화사하고 세련된 여성미가 두드러지는 노래입니다. '일각이'의 노랫말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初章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貳章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오
參章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하랴
四章  천리(千里)에
五章  님 이별 하고 잠 못 일워 하노라

 

 

다섯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과 이수자 이유나 김참이 목소리로 들어보는 반우반계(半羽半界) 반엽(半葉) ‘남하여’ 입니다.

반엽(半葉)은 처음에는 우조(羽調) 선율로 시작하다가 곡 중간에 속도가 느려지면서 계면조(界面調) 선율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이 반엽은 앞의 우조 곡과 뒤의 계면조 곡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이 반엽을 반은 우조이고 반은 계면조라는 뜻의 반우반계라 칭합니다. ‘남하여’의 노랫말은 임이 직접 오면 좋으련만 남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전한데 대한 원망을 표현한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남하여 편지 전치 말고
貳章  당신이 제 오되어
參章  남이 남의 일을 못 일과저 하랴마는
四章  남하여
五章  전한 편지니 일동말동 하여라

 

 

다음 여섯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선생님과 전수장학생 신수경 이가은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계면조(界面調) 이삭대엽(貳數大葉) ‘언약이’ 입니다.

이삭대엽(貳數大葉)은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에 각각 있습니다. ‘언약이’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섬세한 마음이 표현되어 있는 노랫말입니다. 봄꽃 피면 오신다는 언약을 하고 떠난 님이 봄꽃이 다 지는데도 오시질 않으니, 아침에 까치가 울어 혹시 몰라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한다는 내용으로 말로 한 약속이 문서로 한 약속과도 같은 것인데 오지 않는 님을 그리워하며 오늘 또 한번 믿어 볼까 하는 마음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언약(言約)이 늦어가니
貳章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參章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四章  그러나
五章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가 하노라

 

 

일곱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선생님과 이수자 이경원, 이유나, 김참이, 전수장학생 이가은이 노래하는  계면조(界面調) 중거(中擧) ‘산촌에’ 입니다.

중거는 우조와 계면조가 있고, 남창과 여창에 각각 있습니다. '산촌에'는 고적한 산촌의 밤,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담고 있는 노랫말입니다. 개가 짖어 혹시 누가 왔을까 하고 사립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자 개에게 짖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내용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산촌(山村)에 밤이 드니
貳章 먼데 개 지저 온다
參章 시비(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四章 저 개야
五章 공산(空山) 잠든 달을 지저 무삼 하리오    -천금-

 

 

여덟번째 무대는 이수자 이정희, 권민영, 김나령 그리고 전수장학생 신수경, 이가은이 불러주는 계면조(界面調) 평거(平擧) ‘초강’ 입니다.

평거(平擧)는 이삭대엽(貳數大葉)의 파생곡으로, 처음을 높거나 낮지도 않은 중간정도의 음역으로 부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중거와 같이 첫 노랫말이 두자인 경우로 첫 장단의 처음 3박을 생략하고 네 번째 박부터 노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初章 초강(楚江) 어부들아
貳章 고기 낚아 삶지 마라
參章 굴삼려(屈三閭) 충혼(忠魂)이 어복리(魚腹裏)에 들었으니
四章 아무리
五章 정확(鼎鑊)에 삶은들 익을 줄이 있으랴   -이명한(李明漢)-

 

 

아홉번째 무대는 이수자 이유나, 김동영, 김참이 그리고 전수장학생 신수경, 백지원이 불러주는 계면조(界面調) 두거(頭擧) ‘임술지’ 입니다. 

두거(頭擧)는 노래의 첫머리를 높이 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들어 내는 것’이라고도 하고, 그 속도가 앞의 노래보다 빠르다는 뜻으로 ‘존자즌한닢’ 으로도 부릅니다. 고음역에서 화사하고 세련된 여성미가 두드러지는 노래입니다. 두거는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이 각각 있습니다. ‘임술지추’의 노랫말은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의「적벽부(赤壁賦)」에 나오는 구절로, 소동파처럼 풍류를 즐기고 싶지만 같이 즐길 이가 없어 아쉽다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임술지(壬戌之) 추칠월(秋七月) 기망(旣望)에
貳章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參章 손조 고기 낚아 고기 주고 술을 사니
四章 지금에
五章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 이 적어 하노라

 

 

마지막 무대는 여창에 영송당 조순자선생님, 김참이 이수자, 남창엔 신용호 이수자가 불러주는 계면조(界面調) 대받침 ‘이려도(태평가)’ 입니다.

계면조 대받침은 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가곡을 연창할 때 남·녀창 가객이 번갈아 부르다가 맨 마지막에 남·녀창 선율의 대비와 조화가 특징적인 남·녀 가객이 동시에 부르는 유일한 노래입니다. 옛 문헌에는 가필주대(歌畢奏臺) 또는 편대(編臺), 대받침 등의 이름으로 실려 있지만 노랫말 때문에 태평가라고도 부릅니다.

초장의 시작은 12박부터 노래와 반주가 함께 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랫말도 초장 처음의 ‘이려도’는 부르지 않고 ‘태평성대’부터 노래합니다. 또 다른 곡과는 달리 대여음이 없고 거문고로만 초장의 1박부터 11박까지를 연주하여 전주 역할을 합니다. ‘이려도’는 성수침의 시조로 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내용의 노랫말이죠.

初章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貳章 저랴도 성대(聖代)로다
參章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四章 우리도
五章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성수침(成守琛)-

 

 

이렇게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과 영송당 선생님 문하의 여러 이수자, 전수생들이 준비한 여창가곡 긴노래(原歌曲) 한바탕의 긴 공연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우조와 계면조로 된 긴노래들로만 준비하다보니 공연시간이 꽤 길어졌는데요. 그래도 궂은 날씨에도 끝까지 객석을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가곡전수관은 여러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로 여러분을 찾아뵙고 가곡의 대중화, 그리고 계승 보존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 가능하니 많은 관심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아래 그림을 누르면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로 바로 연결됩니다.)

그럼 다음 9월 공연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