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기획공연] 여창가곡 잔노래(小歌曲) 한바탕

2024. 5. 10. 12:49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2024년 5월 9일 목요일 늦은 7시 30분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는 2024 국가무형유산 기획공연 여창가곡 잔노래(小歌曲) 한바탕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매년 가곡전수관은 해설이 있는 국가무형유산 공연을 통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가곡'의 매력을 많은 분께 알리고자 여러 공연들을 준비중이며 올해 2024년에는 여창가곡 잔노래(小歌曲) 한바탕 이라는 제목으로 국가무형유산 기획공연을 마련하여 여러분을 모시고 기획공연 무대를 가졌습니다.

 

 

 

이번 공연의 첫번째 무대는 관악합주 자즌한닙 '염양춘' 무대로 문을 열었습니다.

염양춘(艶陽春)은 성악곡인 가곡(歌曲) 중에서 계면조 두거(頭擧)의 선율을 기악화한 곡으로, ‘무르익은 봄의 따사로운 기운’이라는 뜻으로 주로 궁중행사에서 연희용 음악으로 연주한 곡입니다. 가곡은 경우에 따라서 노래 없이 기악곡으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기악곡으로 연주할 때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제외시킨 관악 편성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자즌한닙' 또는 '사관풍류'라는 아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기악곡으로 연주될 때에는 악기 고유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져 본 곡과는 다른 새로운 기악곡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관악합주로 국악연주단 정음이 연주를 해주었습니다.

 

 

 

이번공연은 여창가곡 잔노래(小歌曲) 한바탕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그중 2번째, 3번째 무대는 농(弄) 계열입니다.

소가곡(小歌曲)의 하나인 농(弄)은 악곡의 흐름이 흥청거리듯 유연하게 흐르는 곡으로 “농(弄)” 또는 “농가(弄歌)” 라고 불렀습니다. 흥청거리는 창법으로 16박 한 장단의 여유로운 속도로 부르며, 가곡의 기본형식과 같지만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이 늘어나던지 초장 첫 장단에 3박이 늘어나기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 후반기 이후에 생겨난 〈농〉, 〈낙〉, 〈편〉계열의 곡들은 그 앞에 우조 또는 계면조라는 의미에서 ‘우~’, ‘계~’가 붙거나, 또는 ‘엇/언[旕/乻, 言]~’이 붙기도 합니다. 즉, 〈낙〉에는 〈우락〉ㆍ〈계락〉ㆍ〈언락(言樂)〉ㆍ〈편락(編樂)〉이 있고, 〈농〉에도 〈우롱(羽弄)〉ㆍ〈평롱(平弄)〉(계롱)ㆍ〈언롱(言弄)〉이 있으며, 〈편〉에도 〈우편(羽編)〉ㆍ〈편수대엽(編數大葉)〉(계편)ㆍ〈언편(言編)〉이 있습니다. 이 곡들은 후대에 생겨났고 이전의 〈삭대엽〉류의 곡들과 다르다 하여 ‘소가곡(小歌曲)’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농〉과 〈낙〉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가락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바삐 움직이고 흥청거린다는 의미를 갖고, ‘언~’은 ‘엇’ 또는 ‘얼’로 읽고 그 특징은 처음을 높게 질러 내고 서로 다른 특징의 가락이 혼합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런 〈농〉ㆍ〈낙〉ㆍ〈편〉계열의 가곡은 조선 후기에 나타난 중형(中型) 또는 장형(長型)시조를 노래하기 위해 중간의 가락을 길게 늘이는 곡들이 많습니다.

 

두번째 무대는 가곡 계면조 롱 '북두'를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가 불러주었습니다.

여창 계면조 농 북두는 7개의 별을 헤아리며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입니다. 밤새 연인과 정담을 나누는데 빨리 아침이 오니 아침을 알리는 샛별이 뜨지 말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노래이죠.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세번째 무대는 가곡 계면조 롱 '한손에'를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가 잇대어 불러주었습니다.

고려 말의 문신이자 학자인 우탁(禹倬, 1262년 ~ 1342년)에 의해 지어진 시로써, 늙는 것을 막고 싶지만 늙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음을 한탄하는 내용의 시입니다.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병와가곡집』 등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初章  한손에 막대를 들고
貳章  또 한손에 가시를 쥐여
參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白髮)을 매로 치렸더니
四章  백발(白髮)이
五章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도다

 

 

 

이제 네번째 무대부터는 () 계열입니다.

조선 후기 중형(中型)시조와 장형(長型)시조가 등장하면서, 긴 사설을 부르기 위해서 기존의 노래에서 선율이 확대되고 장단에 변화를 준 농(弄)ㆍ낙(樂)ㆍ편(編)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가곡 한 바탕을 부를 때 후반부에 불리며, ‘소가곡(小歌曲)’이라고도 합니다. 소가곡 중에서는 ‘낙’ 계열의 노래가 ‘농’과 ‘편’ 계열의 노래들보다 먼저 생겼습니다. ‘낙’ 계열의 노래는 『창랑보(滄浪譜)』(일명 『어은보(漁隱譜)』(1779))에 〈우조낙시조(羽調樂時調)〉라는 곡명으로 처음 보입니다. 그러나 이 곡은 이름과 달리 지금의 〈계락(界樂)〉과 유사한 악곡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락에 해당하는 음악은 가야금 고악보집인 『졸옹가야금보(拙翁伽倻琴譜)』(일명 『졸장만록(拙庄漫錄)』(1796))에 〈우조낙시조(羽調樂時調)〉라는 곡명으로 처음 나오고, 우락이라는 곡명은 『유예지(遊藝志)』(1806~1813 추정)에 처음 보입니다.

 

네번째곡은 김참이 이수자가 불러주는 가곡 우조 락 바람은 입니다.

우락(羽樂)은 우조로 된 '락(樂)'형식의 악곡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락은 남창과 여창에서 두루 부르는데, 특히 여창에서 더 많이 애창되는 곡이어서 일반인들에게 귀에 익은 곡이죠. '바람은'의 노랫말은 만나기로 약속한 임이 궂은 날씨 때문에 오지 못할 것이라 짐작되어 내심 꼭 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貳章  궂인 비는 붓드시 온다.
參章  눈 정(情)에 거룬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 척 쳐서 맹세 받았더니 이 풍우중(風雨中)에 제 어이 오리
四章  진실로
五章  오기 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다섯번째 무대는 이유나 이수자가 불러주는 가곡 우조 락 ‘유자는’ 입니다.

‘유자는’ 은 작자미상의 노랫말로써,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하면 아무리 사납게 휘몰아치는 거센 비바람에도 뿌리 깊은 근본으로 어떤 역경이라도 이겨낼 수 있음을 노래한 내용입니다.

 

初章  유자(柚子)는 근원(近原)이 중(重)하여
貳章  한 꼭지에 둘씩 셋씩
參章  광풍대우(狂風大雨)라도 떨어질 줄 모르는 고야
四章  우리도
五章  저 유자(柚子)같이 떨어질 줄 모르리라

 

 

다음 여섯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와 이가은, 백지원 전수장학생이 함께 불러주는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입니다.

환계락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으로만 부르는데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뀐다. 빠르기는 1분 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한다. ‘사랑을’은 작자 미상의 노랫말로, 세상이 아무리 어리석다 손가락질 해도 목숨보다 중요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직함을 노래하였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일곱번째 무대는 이유나(이수자), 신수경(전수장학생), 신종숙(전수생)이 불러주는 가곡 계면조 락 ‘청산도’ 입니다.

계락은 계면조로 구성된 락(樂)이라는 뜻으로 계락은 우락과 대칭된다 할 수 있다. 계락은 남창과 여창에서 모두 불리는 곡입니다. ‘청산도’는 <해동가요(海東歌謠)>에서는 송시열(宋時烈, 1607년~1689년)의 작품이라고 전해지지만, 작가를 김인후(金麟厚, 1510~1560)로 보기도 합니다. 김인후의 문집인 『하서전집(河西全集) 속집(續集)』에 「자연가(自然歌)」라는 시가 있는데, 「자연가」가 이 시조를 한역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산도는 ‘절로절로’라는 구절이 초장부터 종장까지 여러번 반복되어 리듬감을 주며 이 리듬감이 자연스러워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자는 내용과 매우 적절하게 어울립니다. 산과 물이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우리도 자연 속에서 났으므로 순리대로 살자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貳章  녹수(錄水)라도 절로절로
參章  산(山) 절로절로 수(水) 절로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절로
四章  우리도
五章  절로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늙으리라

 

 

 

이제 남은 두곡은 편(編) 계열입니다.

조선 후기 중형(中型)시조와 장형(長型)시조가 등장하면서, 긴 사설을 부르기 위해서 기존의 노래에서 선율이 확대되고 장단에 변화를 준 농(弄)ㆍ낙(樂)ㆍ편(編)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가곡 한 바탕을 이어서 부를 때 후반부에 불리며, ‘소가곡(小歌曲)’이라고도 합니다. 소가곡 중에서는 ‘편’ 계열의 노래가 가장 늦게 생겨났죠.

편삭대엽은 『유예지(遊藝志)』(1806~1813 추정)에 처음 나타나며, ‘편’ 계열 노래의 기본형에 해당됩니다. 

편삭대엽의 ‘편’은 글자 수가 많은 노랫말을 10박의 편장단으로 촘촘하게 엮어 부르는 것을 이릅니다. 편장단은 16박의 가곡 기본 장단에서 장구점이 없는 빈 박을 빼고 10점(點)의 장구점만 10박으로 배열한 것입니다.

 

여덟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와 이가은, 백지원 전수장학생이 불러주는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입니다.

편삭대엽은 ‘엮는 자진한잎’이란 뜻으로, 남창과 여창 모두에서 불립니다. 여창가곡 중 편장단으로 부르는 노래는 편삭대엽이 유일합니다. 장단은 10점 10박 한 장단인 편장단이며, 편장단으로 삭대엽을 부른다는 뜻으로 빠른 속도로 사설이 많은 시를 노래합니다. 편삭대엽 ‘모란은’의 노랫말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가객이자 [해동가요]의 저자인 김수장의 작품입니다.

 

初章  모란(牡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貳章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參章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량(風流郞)인가 하노라

 

 

 

마지막곡은 이유나 이수자, 신수경 전수장학생, 신종숙 전수생이 부르는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시를’ 입니다.

‘모시를’의 노랫말은 작자 미상으로, 모시 삼기라는 노동을 소재로 사용해 님과의 사랑을 오래 지속하고 싶은 화자의 소망과 의지를 표현한 노래입니다. 님과의 사랑을 모시실에 빗대 모시실이 끊어지면 다시 이을 수 있듯이 님과의 사랑도 끊어지면 다시 잇겠다고 말하는 화자의 모습에 사랑을 향한 적극적 의자가 담긴 노래입니다.

 

初章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貳章  두루삼아 감삼다가
參章  가다가 한가운데 뚝끊쳐 지옵거든 호치단순(皓齒丹脣)으로 홈빨며 감빨아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두끝 마조잡아 배붙여 이으리라 저 모시를
四章  우리도
五章  사랑 끊쳐갈 제 저 모시 같이 이으리라

 

 

 

이렇게 9곡의 여창가곡 잔노래(小歌曲) 한바탕 무대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다가올 8월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에서는 이삭대엽 계열의 '긴노래'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우리 가곡을 아끼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번공연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 가능하니 많은 시청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래 그림을 누르면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로 바로 연결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