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30. 17:26ㆍ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지난 2024년 3월 14일 목요일 늦은 7시 30분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는 2024년 가곡전수관 상설공연 목요풍류의 첫 무대인 신춘음악회 '새 봄의 선율' 무대가 열렸습니다.
이번 2024년 목요풍류도 어김없이 국가무형유산 가곡 인간문화재인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품격 있는 해설과 국악연주단 정음의 연주가 함께하는 가곡전수관의 상설공연으로써 3월부터 매월 둘째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됩니다.
이번 3월 첫 목요풍류의 첫 무대는 국악연주단 정음이 들려주는 기악합주 '거문고회상 中 상령산' 이 첫 문을 열었습니다. 영산회상은 오늘날 전승되는 풍류음악의 대표적인 기악곡입니다.
<영산회상>은 오늘날 전승되는 풍류음악의 대표적인 기악곡입니다. <영산회상>의 본래 의미는 고대 인도 마가다국의 수도인 라자그리하王舍城)에 있는 석가여래가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할 때의 모임을 뜻합니다. 이를 통해 <영산회상>이 본래 불교와 관련된 음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산회상>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연주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본격적인 모습은 조선 초기의 여러 문헌들을 통해 확인됩니다.
조선 전기에 편찬된 『악학궤범(樂學軌範)』(1493) 권의 「시용향악정재도설(時用鄕樂呈才圖說)」에 따르면 <영산회상>은 학연화대처용무합설을 연행할 때,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佛菩薩)’이라는 가사가 있는 성악곡으로 불렸다고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조대의 음악을 실은 『대악후보(大樂後譜)』에도 '영산회상불보살'의 가사와 함께 선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성현(成俔)이 지은 『용재총화(慵齋叢話)』(1525) 권1에도 여기妓)들이 원을 그리고 빙빙 돌면서 대열을 갖추며 '영산회상불보살'을 제창하였는데, “마치 승려들의 공불(供佛)을 모방한 듯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로 볼 때 조선 초기 영산회상은 성악곡으로 무용과 함께 불렸으며, 불교적 색채가 강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영산회상>은 성악곡에서 기악곡으로 변화하였다. 먼저, ‘영산회상불보살'이라는 가사가 중종(1506~1544) 때 '수만년사'(壽萬年詞)로 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가사가 사라진 순수 기악곡으로 연주되었는데, 기악곡화된 최초의 <영산회상>은 『현금신증가령(玄琴新證假令)』(1680)에 거문고보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영산회상>의 기악화는 궁중에서 민간으로 <영산회상>의 향유 공간이 확대되면서 생겨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즉, 풍류방에서 중인이나 선비계층이 <영산회상>을 애탄(彈)하면서 그것을 자신들의 심미적 요구에 적합하도록 음악적 변화를 추구한 것입니다.
기악화된 이래 <영산회상>의 음악적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었는데, 그 결과 〈상령산>에서 여러 파생곡들이 출현하게 됩니다. 〈상령산〉을 높게 변주한 <중령산>, 본래 20박이던 <중령산>을 10박으로 빠르게 변주한 〈세령산〉, 〈세령산>의 잔 가락들을 덜어 낸 <가락덜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6박으로 된 〈상현도드리〉와 이보다 음역이 낮은 <하현도드리>가 파생되고, 이후 풍류방에 여러 민속악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영산회상>은 느린 20박의 <상령산>으로부터 점점 한배가 빨라지는 구조의 모음곡이 되었습니다.
오늘 연주되는 <영산회상>은 중광지곡(重光之曲)이라는 아명으로도 불리며, 거문고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거문고회상>이라고도 합니다. <영산회상>은 <상령산>·<중령산〉·〈세령산〉·〈가락덜이〉·〈상현도드리〉·〈하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의 아홉 곡으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거문고 회상 중 <상령산>을 가즌채비로 연주하였습니다.
두번째 무대는 이수자 이유나, 김참이가 노래하는 가사 '매화가' 무대입니다.
가사(歌詞)는 가사체(歌辭體)의 긴 노랫말을 일정한 장단에 맞춰 노래하는 성악곡으로서, 감정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가사의 음악적 특징은 매우 복잡한 편인데, 그것은 가사가 비교적 근대에 성립된 까닭에, 전통적인 가곡이나 시조뿐 아니라, 민요와 잡가 등의 민속음악과도 영향을 주고받은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가사는 모두 12곡으로, 백구사․황계사․죽지사․춘면곡․어부사․길군악․상사별곡․권주가․수양산가․양양가․처사가․매화타령 입니다. 가사는 장구만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하고, 또는 대금․피리․해금․장구 등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매화가는 평양 기생 매화가 읊은 시입니다. 같은 기생에 춘설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자기와의 연적관계로 자기에게 실연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자기의 이름 매화꽃에 춘설인 봄 눈이 훼작질하니 꽃도 그러니와 사랑의 꽃도 필동말동 하다고 교묘히 꽃에 비유하여 한 여인의 한스런 번뇌를 풍자하여 읊은 내용입니다.
첫째마루 매화(梅花)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
둘째마루 옛 퓌였든 가지(柯枝)마다 푸염즉도 허다마는
셋째마루 춘설(春雪)이 난분분(卵粉粉)허니 풀지말지 허다마는
열한마루 성천(成川)이라 동의주(胴衣紬)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저무러 접첨 개여놓고
열두마루 한손에는 방추들고 또 한손에 물박 들고 흐르는 청수(淸水)를 드립 떠 덤석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 출척
열세마루 안남산(南山)에 밧남산(南山)에 개암을 개암을 심어라 심어라 못다 먹는 저 다람의 안과
세번째 무대는 국악연주단 정음의 피리 연주자인 박태영 악사의 연주로 들어보는 피리독주 '염양춘' 무대입니다.
염양춘(艶陽春)은 성악곡인 가곡(歌曲)중에서 계면조 두거(頭擧)의 선율을 기악화한 곡으로, ‘무르익은 봄의 따사로운 기운’이라는 뜻으로 주로 궁중행사에서 연희용 음악으로 연주한 곡입니다. 가곡은 경우에 따라서 노래 없이 기악곡으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기악곡으로 연주할 때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제외시킨 관악 편성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자즌한닙' 또는 '사관풍류'라는 아명으로 부르기도 하는 데, 기악곡으로 연주될 때에는 악기 고유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져 본 곡과는 다른 새로운 기악곡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오늘 공연에서는 피리 독주로 연주되었습니다.
네번째 무대는 이유나, 김참이 가인이 불러주는 가곡 우조 평거 '눈으로' 무대입니다.
오늘 연주되는 <눈으로>와 <동각에>는 조선후기 선가자인 안민영이 지은 <매화사 우조1편 8절> 중 평거 삭대엽과 회계삭대엽(반우반계 반엽)으로 경오년(庚午年 1870, 고종7년) 겨울, 칠순의 노스승(박효관)이 손수 분재하여 길러낸 운애산방의 매화 몇송이가 마침 꽃망울을 터뜨려 은은한 향기를 피우자, 같은 연배의 일급 공인(工人)과 스승을 모시고 당시 최고 기량을 뽐내던 두 가인들을 더불면서 거문고로 반주한 산물입니다.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하나인 매화는 지조 높은 선비의 기풍을 상징하는 꽃으로 안민영은 매화를 통해 선비의 기품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初章 눈으로 기약(期約)터니
貳章 네 과연(果然) 푸엿고나
參章 황혼(黃昏)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셩긔거다
四章 청향(淸香)이
五章 잔(盞)에 떳스니 취(醉)코 놀녀 허노라
마지막 무대는 가곡 반우반계 반엽 '동각에' 무대입니다.
동각에를 현대어로 풀이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동쪽 누각에 숨은 꽃이 철쭉인가 진달래인가.
온 세상이 눈으로 쌓였는데, 감히 어떤 꽃이 필 수 있을까.
이제야 알겠구나.
차가운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매화 밖에 없다는 것을.
初章 동각(東閣)에 숨운 꼿치
貳章 척촉(躑躅)인가 두견화(杜鵑花)인가
參章 건곤(乾坤)이 눈이여늘 졔 엇지 감히 퓌리
四章 알괘라
五章 백설양춘(白雪陽春)은 매화(梅花) 밧게 늬 이시리
이번공연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 가능하니 많은 시청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래 그림을 누르면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로 바로 연결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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