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행사]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공개행사 '자즌한닙(數大葉)'

2021. 11. 9. 17:33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올해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 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치뤄지게 된 공개행사였습니다. 

원래는 8월 둘째주 목요일에 예정되었던 공연 일정이었으나 창원시의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되었다가 9월 말은 9월30일에 2021 공개행사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방역수칙에 의해 최소 관객만을 모시고 공연하기 위해 25명만 예약을 받아 매진으로 성황리에 잘 마무리 하였답니다. 매진으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한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황중계로 진행되어 온라인으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적 의무사항으로, 국가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가 공개된 장소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연이나 실연 및 전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기˙예능을 선보이는 행사를 말합니다. 그리하여 보유자 및 보유단체는 관계 법령에 의해 반드시 매년 1회 이상의 공개행사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합니다. 이번공연도 어김없이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사회로 문을 열었습니다.

 

 

가곡(歌曲)은
조선시대 선비들이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인들 사이에서 연행되어 왔으며 조선시대의 또 다른 성악곡인 시조, 가사와 자주 비교됩니다. 가곡은 특히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하여 가야금, 대금, 거문고 등 관현악반주에 맞춰 부르는 우리 전통성악곡입니다.
19세기 말부터 가곡은 ‘노래’라 하였고, 그 이외의 성악곡은 ‘소리’라 하여 구별을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후기 성악곡 중에 판소리, 서도소리, 홋소리, 짓소리 등에서는 ‘소리’라는 용어가 쓰였고 가곡에는 ‘노래’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노래’라는 용어가 잘 다듬어진 성악곡이라는 뜻으로 유일하게 가곡이 이러한 칭호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가곡은 문학․성악․관현반주 등이 섬세하게 잘 맞물려 완성된 우리 전통 성악곡 중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무대는 남창가곡 우조 초삭대엽 동창이를 신용호 이수자가 불러주었습니다. 

가곡 한바탕의 맨 처음에 불려지는 곡이라 하여 '첫치'라고도 합니다. 남녀창이 교대로 부르기 때문에 초삭대엽은 남창이 부르고 여창으로는 부르지 않죠. 빠르기는 1분 40박정도이고, 우조 초삭대엽은 가곡 한바탕의 첫곡입니다. 노랫말은 정격의 시조시를 사용하며, 가곡원류 가지풍도 형용에서는 이곡의 분위기를 가리켜 "긴 소매로 춤을 잘 추고, 푸른 버들이 봄바람에 휘날린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동창이’는 봄을 맞아 이른 새벽부터 일꾼을 깨워 일터로 나가라고 독려하는 농부의 마음을 그린 내용입니다.

初章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貳章  노고지리 우지진다
參章  소치는 아희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
四章  재 넘어
五章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두번째 무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이신 조순자 선생님의 무대로 우조 이삭대엽 '버들은' 무대입니다. 

여창가곡은 초삭대엽을 부르지 않으므로 이삭대엽이 여창의 첫곡입니다. 가곡 한바탕 중에서 가장 느린 1분 20정 정도로 매우 느리게 부릅니다. 『가곡원류』에서는 이삭대엽의 음악적 풍도를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설법하고 비와 바람이 순조롭고 고르다 (행단설법 우순풍조 杏壇說法 雨順風調)"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버들은’의 노랫말은 나는 봄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힘들게 보내는데 남들은 푸른 풀과 잎들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내용입니다. 

初章  버들은 실이 되고
貳章  꾀꼬리는 북이 되여
參章  구십(九十)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四章  누구서
五章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세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과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의 무대로 반우반계 반엽 '남하여' 입니다.

반엽(半葉)은 처음에는 우조(羽調)선율로 시작하다가 곡 중간에 속도가 느려지면서 계면조(界面調) 선율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이 반엽은 앞의 우조 곡과 뒤의 계면조 곡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이 반엽을 반은 우조이고 반은 계면조라는 뜻의 반우반계라 칭합니다. '남하여'의 노랫말은 님이 직접 오면 좋으련만 남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전한데 대한 원망을 표현한 내용입니다. ‘남하여’의 노랫말은 님이 직접 오면 좋으련만 남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전한데 대한 원망을 표현한 내용입니다.

初章  남하여 편지 전치 말고
貳章  당신이 제 오되여
參章  남이 남의 일을 못 일과저 하랴마는
四章  남하여
五章  전한 편지니 일동말동 하여라

 

 

네번째 무대는 남창가곡 계면조 초삭대엽 '청석령'을 신용호 이수자가 불러주었습니다.

초삭대엽(初數大葉)은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로)으로만 부릅니다. ‘청석령’은 봉림대군(효종)이 병자호란 후에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끌려가면서 지은 시입니다.

初章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다
貳章  초하구(草河溝) 어디메오
參章  호풍(胡風)도 참도 찰사 구진비는 무엄 일고
四章  뉘라서
五章  내 행색(行色) 그려 내어 님 계신 데 드리리

 

 

다섯번째 무대는 계면조 이삭대엽 '언약이'를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께서 불러주셨습니다.

이삭대엽(貳數大葉)은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에 각각 있습니다. ‘언약이’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섬세한 마음이 표현되어 있는 노랫말입니다. 봄꽃 피면 오신다는 언약을 하고 떠난 님이 봄꽃이 다 지는데도 오시질 않으니, 아침에 까치가 울어 혹시 몰라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한다는 내용으로 말로 한 약속이 문서로 한 약속과도 같은 것인데 오지 않는 님을 그리워하며 오늘 또 한번 믿어 볼까 하는 마음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언약(言約)이 늦어가니
貳章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參章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四章  그러나
五章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가 하노라

 

 

여섯번째 무대는 전수장학생 제민이, 신수경, 이가은이 불러주는 계면조 두거 '임술지추' 무대입니다.

두거(頭擧)는 노래의 첫머리를 높이 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들어 내는 것’ 이라고도 하고, 그 속도가 앞의 노래보다 빠르다는 뜻으로 ‘존자즌한닢’ 으로도 부릅니다. 고음역에서 화사하고 세련된 여성미가 두드러지는 노래이죠.  두거는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이 각각 있습니다. ‘임술지추’의 노랫말은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의「적벽부(赤壁賦)」에 나오는 구절로, 소동파처럼 풍류를 즐기고 싶지만 같이 즐길 이가 없어 아쉽다는 내용입니다.

初章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기망(七月旣望)에
貳章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參章  손조 고기 낚아 고기 주고 술을 사니
四章  지금에
五章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 이 적어 하노라

 

 

일곱번째 무대는 이정희 이수자, 김참이 이수자, 이가은 전수장학생이 함께 부르는 계면조 롱  '북두' 입니다.

계면조 농(弄)은 악곡의 흐름이 흥청거리듯 유연하게 흐르는 곡으로 “농(弄)” 또는 “농가(弄歌)” 라고 불렀습니다. 흥청거리는 창법으로 16박 한 장단의 느린 속도로 부르며, 가곡의 기본형식과 같지만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이 늘어나던지 초장 첫 장단에 3박이 늘어나기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두’ 는 7개의 별을 헤아리며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입니다. 밤새 연인과 정담을 나누는데 빨리 아침이 오니 아침을 알리는 샛별이 뜨지 말도록 해달라는 내용입니다.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여덟번째 무대는 김나령, 이유나, 김미경, 박은영 이수자가 불러주는 우조 락 '바람은' 입니다.

우락(羽樂)은 우조로 된 ‘락(樂)’ 형식의 악곡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락은 남창과 여상에서 두루 부르는데, 특히 여창에서 더 많이 애창되는 곡이어서 일반인들에게 귀에 익은 곡입니다. ‘바람은’의 노랫말은 만나기로 약속한 님이 궂은 날씨 때문에 오지 못할 것이라 짐작되어 내심 꼭 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이죠.

初章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貳章  궂인 비는 붓드시 온다
參章  눈 정(情)에 거룬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판(判) 척 쳐서 맹세 받았더니 이 풍우중(風雨中)에 제 어이 오리四章  진실로
五章  오기 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다음무대는 영송당 선생님과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가 잇대어 불러주는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과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무대입니다. 

환계락(還界樂)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에만 있는 곡으로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에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뀝니다. 빠르기는 1분 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사랑을’은 세상이 아무리 어리석다 손가락질해도 목숨보다 중요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직함을 노래한 내용입니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泰山峻嶺)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편삭대엽(編數大葉)은 ‘편장단(編長短)으로 삭대엽(數大葉)을 부르는 가곡’이라는 뜻으로 빠른 속도로 사설이 많은 시조시를 노래하는 곡입니다. 편삭대엽의 한 장단은 10박이며, 반주는 활달하게 진행하여 경쾌한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모란은’의 노랫말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가객이자 [해동가요(海東歌謠)]의 저자인 김수장의 작품으로 여러 가지 꽃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노랫말입니다.

初章  모란(牡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貳章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參章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량(風流郞)인가 하노라

 

 

마지막 무대는 이번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계면조 대받침 '이려도(태평가)' 를 영송당 선생님과 신용호 이수자님이 남여 병창으로 함께 불러주셨습니다.

계면조 대받침은 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가곡을 연창할 때 남·녀창 가객이 번갈아 부르다가 맨 마지막에 남·녀창 선율의 대비와 조화가 특징적인 남·녀 가객이 동시에 부르는 유일한 노래입니다. 옛 문헌에는 가필주대(歌畢奏臺) 또는 편대(編臺), 대받침 등의 이름으로 실려 있지만 노랫말 때문에 태평가라고도 부릅니다.

초장의 시작은 12박부터 노래와 반주가 함께 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랫말도 초장 처음의 ‘이려도’는 부르지 않고 ‘태평성대’부터 노래하죠. 또 다른 곡과는 달리 대여음이 없고 거문고로만 초장의 1박부터 11박까지를 연주하여 전주 역할을 한다. ‘이려도’는 성수침의 시조로 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내용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貳章  저랴도 성대(聖代)로다
參章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四章  우리도
五章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다사다난했던 2021 공개행사를 성황리에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번 공연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분들을 위해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연 다시 보기가 가능하니 많은 시청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아래의 그림을 누르시면 해당 공연으로 링크되니 많은 관람 부탁드려요!!!)

그럼 다음 공연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