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풍류] 풍류방음악회 "바람은 지동치듯 불고"

2020. 7. 14. 17:00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2020년 시작을 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 반년을 달려왔네요. 

올해 계획된 가곡전수관의 목요풍류도 벌써 다섯번째 목요풍류를 지난주에 공연했습니다.  

지난 7월 9일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는 7월 목요풍류 "바람은 지동치듯 불고"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번 목요풍류의 제목처럼 그날은 오후부터 바람이 지동치듯 불고 궂은비가 붓드시 오는 그런 날이었답니다.

공연 제목 기가 막히게 정했죠?^^ 이번 공연도 어김없이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쉬우면서 재미있고 품격 있는 해설이 더 해져 우리 가곡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첫번째 무대는 거문고와 해금의 병주 '도드리'로 문을 열었습니다.

 

 

도드리는 연례악(宴禮樂)의 한 곡명으로 일명 밑도드리(尾還入)라고 부르며, 아명으로 수연장지곡"(壽延長之曲)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도드리"보허자"(步虛子)의 반복 부분인 환입 부문을 변조해서 나온 곡 연례악(宴禮樂)의 한 곡명으로 돌아든다는 반복의 뜻을 갖는 환입(還入)의 우리말이 도드리입니다. "도드리"에서 "웃도드리" "세환입"(細還入)이 파생되자 "웃도드리"와 명칭 상 구분하기 위해 "도드리""밑도드리" "미환입"이라고 부르게 됐었습니다.

 

현행 도드리는 초장(4)·2(6)·3(14)·4(4)·5(10)·6(18)·7(16), 이상 일곱 장 72각으로 구성됐고, 소금·단소·젓대·피리·해금·아쟁·장구·좌고·편종·편경·양금·가야고·거문고 편성의 합악(合樂)으로 연주됩니다. 이 곡은 정재(呈才)의 반주음악으로 연주되기도 합니다.

 

오늘 공연에서는 거문고와 해금의 병주로 들어보았습니다.

 

 

두번째 무대는 우조시조 '월정명'을 김참이 가인이 불러주었습니다.

우조시조는 가곡의 우조 악곡풍의 가락을 시조에 섞어 부르는 시조입니다. 이는 20세기 전반기 임기준, 이문언, 최상욱 등에 의하여 전창 되었습니다. 주로 서울 우대, 즉 인왕산 기슭의 유각골(현재의 종로구 누상동, 누하동 일대)가객들 사이에서 즐겨 불리던 곡입니다. 다른 시조에 비하여 5음 음계의 각 구성음이 고르게 활용되는 노래입니다.

 

初章  월정명 월정명커늘 배를 저어 추강에 나니
中章  물아래 하늘이요 하늘가운데 명월이라
終章  선동아 잠긴 달 건져라 완월하게

 

세번째 무대는 가사 '수양산가'를 변혜영 가인이 첫째마루를, 김참이 가인이 둘째마루를, 이유나 가인이 셋째마루 각각 부르다가 넷째마루 입타령 부분을 합창으로 불러주었습니다.

 

 

가사(歌詞)는 가사체(歌辭體)의 긴 노랫말을 일정한 장단에 맞춰 노래하는 성악곡으로서, 감정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가사의 음악적 특징은 매우 복잡한 편인데, 그것은 가사가 비교적 근대에 성립된 까닭에, 전통적인 가곡이나 시조뿐 아니라, 민요와 잡가 등의 민속음악과도 영향을 주고받은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가사는 모두 12곡으로, <춘면곡春眠曲>·<백구사白鷗詞>·<황계사黃鷄詞>·<죽지사竹枝詞>·<양양가襄陽歌>·<어부사漁父詞>·<길군악>·<상사별곡相思別曲>·<권주가勸酒歌>·<수양산가首陽山歌>·<처사가處士歌>·<매화타령梅花打令> 입니다.

가사는 장구만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하고, 또는 대금피리해금장구 등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수양산가>는 역대 영웅과 호걸이 오늘같이 좋은 날을 만났으니 아니 놀고 무엇 하겠느냐는 다소 통속적인 내용의 가사로 수양산의 고사리를 꺾어...”로 시작되어 제목이 <수양산가>가 되었습니다. “네로니네로 노느니나 네로니루하는 넷째마루의 입타령 부분이 특징적입니다.

 

[첫째마루] 수양산의 고사리를 꺾어 위수빈의 고기를 낚아
[둘째마루] 의적의 빚은 술 이태백 밝은 달이 등왕각 높은 집에 장건이 승사하고 달구경 가는 말명을 청허자
[셋째마루] 바람 불고 눈 비 오랴는가 동녘을 바라보니 자미봉 자각봉 자청청 밝은 달이 벽수백운이 층층방곡이 절로 검어 휜들 휘 휜들
[넷째마루] 네로 니네로 노느니나 네헤루허고 나루니루 허고 네로 나니 나루나룬루 허고 네루네니 느니나노 느흐니나니 나느니나노늬나노 노느니나

 

 

네번째 무대부터는 가곡 4곡을 3명의 가인이 함께 불러 주었습니다.

위의 가사 연주때 사진과 비교해보면 무엇이 다를까요?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벌써 찾으셨나요?

맞습니다. 가사 연주때는 없던 거문고 반주가 생겼죠?^^ 이번 연주에서는 시조, 가사, 가곡을 한자리에서 다 들어 볼 수 있는 공연이라 그 차이점에 대해 영송당 선생님께서 알아듣기 쉬운 해설을 더해주셔서 가곡, 가사, 시조에 대한 비교를 해가며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가곡(歌曲)은 조선시대 선비들이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인들 사이에서 연행되어 왔으며 조선시대의 또 다른 성악곡인 시조, 가사와 자주 비교됩니다. 가곡은 특히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하여 가야금, 대금, 거문고 등 관현악반주에 맞춰 부르는 우리 전통성악곡입니다. 19세기 말부터 가곡은 노래라 하였고, 그 이외의 성악곡은 소리라 하여 구별을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후기 성악곡 중에 판소리, 서도소리, 홋소리, 짓소리 등에서는 소리라는 용어가 쓰였고 가곡에는 노래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노래라는 용어가 잘 다듬어진 성악곡이라는 뜻으로 유일하게 가곡이 이러한 칭호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가곡은 문학성악관현반주 등이 섬세하게 잘 맞물려 완성된 우리 전통 성악곡 중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네번째 무대는 가곡 계면조 농 '북두'를 5장에서 우조로 돌려, 우조 락 '바람은'을 연결해서 불러주었습니다.

계면조 농()은 악곡의 흐름이 흥청거리듯 유연하게 흐르는 곡으로 ()” 또는 농가(弄歌)” 라고 불렀습니다. ()계통의 음악으로 처음을 높이 질러내는 남창 계면조 언롱에서 파생되어 생긴 이름으로, 흥청거리는 창법으로 16박 한 장단의 느린 속도로 부르며, 가곡의 기본형식과 같지만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이 늘어나던지 초장 첫 장단에 3박이 늘어나기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창 계면조 농 북두는 7개의 별을 헤아리며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의 노래입니다.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우락(羽樂)은 우조로 된 형식의 악곡이라는 뜻으로 우조로 부르는 여창가곡 다섯곡(이삭대엽, 중거, 평거, 두거, 우락)중에서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가락의 변화와 시김새가 멋스러워 여창가객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입니다.

 

初章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貳章 궂인 비는 붓드시 온다.
參章 눈 정(情)에 거룬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판(判) 척 쳐서 맹세 받았더니 이 풍우중(風雨中)에 제 어이 오리
四章 진실로
五章 오기 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여섯번째 무대는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앞내나'와 일곱번째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을 잇대어 불러주었습니다.

환계락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으로만 부르는데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뀝니다. 빠르기는 1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初章 앞내나 뒷내나 중에
二章 소 먹이는 아희 놈들아
三章 앞내엣 고기와 뒷내엣 고기를 다 몰속 잡아 네 다라끼에 넣어 주어드란 네 타고 가는 소 등에 걸쳐다가 주렴
四章 우리도
五章 바삐 가는 길이 오매 전할동 말동 하여라

 

편삭대엽은 편장단으로 삭대엽을 부르는 가곡이라는 뜻으로 빠른 속도로 사설이 많은 시조시를 노래하는 곡입니다. 편삭대엽의 한 장단은 10박이며, 반주는 활달하게 진행하여 경쾌한 느낌을 줍니다. 노랫말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가객이자 [해동가요]의 저자인 김수장의 작품입니다.

 

初章 모란(牡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貳章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參章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량(風流郞)인가 하노라

 

이렇게 풍우중에도 많은 관객분들이 가곡전수관 목요풍류를 찾아주셔서 7월 상설공연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다음 달 목요풍류는 8월 13일(목)에 무형문화재 공개행사 무대로 진행되며, 여창가곡 한바탕 15곡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여러분도 무더위와 근심은 잠시 잊으시고  여창가곡 한바탕을 들으며 우리음악의 정수를 느껴 보심은 어떠실지요? 그럼 8월 목요풍류에 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