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풍류] 풍류방음악회, 다시 피는 꽃 '이난향'

2013. 12. 7. 15:05풍류방이야기

 

 

 

 

 

 

 

 

 

이야기 하나

1. 대금, 가야금 병주 '대바람소리'

 

이난향은 1900년 평양태생으로 13살에 상경하여 조선권번에 입적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가곡을 전혀 배운바 없고,

처음으로 조선 권번에서 하규일선생으로부터 정악가무악일체를 배웠으며,

하규일 선생의 수제자로서 가장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았다.

 

 

'안개가 자욱이 낀 1913년 여름 이른 아침이었다.

나는 삼촌과 함께 어머니의 전송을 받으며 평양역에서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어머니 말씀은 임금님 앞에서 춤과 노래를 보여드리는 진연이 곧 열리며 이 진연에 내가 뽑혀 꼭 참석해야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진연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다만 처음 타보는 기차와 차창에 비치는 낯선 고을에 눈이 끌려 신기하고 즐겁기만 했을 뿐,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무한한 고비를 앞에 놓고 있다는 것은 짐작도 못했다.

그때 내 나이 겨우 13살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진연에 뽑히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어머니는 나에게 끝내 내가 진연에 뽑히게 된 경위를 말해주지 않으셨다.

나는 그때 이미 평양기적(平壤妓籍)에 올라 본명인 이선비 대신 난향이란 기명을 갖게 되었다.'

 

 

 

 

 

 

이야기 두울

2. 궁중정재 '춘앵전', 가사 '춘면곡'

 

 

'내가 속해 있던 대정권번에서는 대개 20명 정도의 기생들의 모여 공부를 했다.

대정권번에 공부시키러 나온 선생은 하규일 선생님이셨다.

하선생님은 당대에 정통을 잇는 분으로 대정권번의 학감으로 나오셨던 것이다.

하선생님은 전에 전북 진안군수를 역임한 양반이었다.

그 무렵에는 이왕직아악부에 계셨고 대정권번에는 하선생님 외에

아악부 악사 11명이 함께 나왔다.


공부하는 시간은 대개 아침 10시 정도였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헤어졌는데 기생들이 많을 때에는 방을 두서너개 터서 넓게 썼다.

노래와 춤은 먼저 이모선생에게서 배우고 여기서 성적이 우수한 사람만 골라

다시 하선생님에게 추천되었다. 하선생님은 주로 춤과 노래를 가르쳤다.

팔기운이 있음직한 뼈대 굵은 기생들은 주로 거문고를 배웠고,

몸이 가냘픈 축은 양금을 익혔는데 가야금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빙정월하보(빙정月下步) 고을사 달빛 아래에 거닐면 
나수무풍경(羅袖舞風經) 비단 소매 바람에 일렁이네 

최애화전태(最愛花前態) 꽃 앞에 섰는 자태 

군왕자임정(君王自任情) 임의 정을 맞았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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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향은 모든 노래를 두루 잘 불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잔노래와 가사가 그녀의 장기(長技)었다.

그녀가 부른 가사는 전달이 분명하였고, 명쾌한 시김새가 정평이었다.

 

'노래는 우선 목이 터야 했는데 노래를 부르는 수창기생이 되려면 담이 크고 침착해야 했다.

대개 노래는 우조 6가지 계면 6가지, 편 1~2가지, 춤은 춘앵무 ․ 장상보연지무 ․ 무고 ․ 사고무 ․ 무산향 등을 익히면 어느 정도 기초수업은 끝나는 것이었다.

권번에 이름을 올린 모든 기생이 의무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출석제도 없어 게으른 축들에게는 편리했으나 후에 명기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하선생님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덕으로

하선생님께서는 ‘이 집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훗날 대정권번이 조선권번으로 바뀌면서 25살인 내가 대표 이사역을 맡았으니

하선생님의 말씀대로 된 셈이기도 하다.'

 

 

첫째마루  춘면(春眠)을 느짖깨어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니
둘째마루  정화(庭化)는 작작(灼灼)한데 가는 나비를 머무는 듯
넷째마루  창전(窓前)의 덜 고인 술을 이삼배(二三杯) 먹은 후(後)의 호탕(浩蕩)하야 미친 흥을

 

봄잠을 늦게 깨어 죽창을 반쯤 여니
뜰의 꽃은 환하고 아름다운데 가는 나비가 머무는 듯
창문 앞에 놓여 있는 덜 익은 술을 두세 잔 마신 후에 호탕한 마음에 흥이

 

 

 

 

 

이야기 서이

3. 우조 우락 '유자는',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인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당시 서울의 어느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던 남(南)모씨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 후 남씨가 돌연 상배(喪配)을 당하게 되매 그 분의 후취로 들어가

가사 일을 돌보면서도 계속 노래를 불렀다.

 

 

'세월은 꿈을 싣고 굽이굽이 여울져 흘러갔다.

흘러간 명기들의 꽃다운 이야기는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 속에 명멸해가고 있지만

더러는 새 시대의 역군으로 일하고 있는 자손을 통해,

또 제자들에게 이어진 기예를 통해 결코 헛되지 않은 생애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31세에 한 신문기자와 결혼해 집안 살림에 전념하였다.'

 

 

初章  유자(柚子)는 근원(近原)이 중(重)하여
貳章  한 꼭지에 둘씩 셋씩
參章  광풍대우(狂風大雨)라도 떨어질 줄 모르는 고야
四章  우리도
五章  저 유자(柚子)같이 떨어질 줄 모르리라

 

유자는 근원이 중요하여 한 꼭지에 둘씩 셋씩
모질고 거친 바람, 비에도 떨어질 줄 모르는 구나
우리도 저 유자와 같이 떨어질 줄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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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에 방송 출연 요청을 받아 다시 하규일 선생님을 찾아 가곡을 배우면서

다행이 가곡만은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남편은 항상 뒤에서

계속 노래를 연마하게 하고 레코드에도 취입하도록 기회를 주었다.

하선생님께 배운 가곡 네 바탕은 가곡의 첫 레코드 취입으로 이어졌고

이것으로 하선생님과 후 세대들 앞에서 조금은 면목을 세울 수 있게 됐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사랑을 찬찬 얽어 동여매어 뒤로 걸머지고
높은 산의 험한 고개를 힘들게 허위허위 넘어가니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버리고 가라 하건마는
가다가 사랑에 짓눌려 죽을 망정 나는 아니 버리고 갈 것이로다

 

 

 

 

 

이야기 너이

4. 계면조 편삭대엽 '모시를'

 

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특징은 음정과 선율이 정확하고 발음이 똑똑하여

노래가 앳되게 들리면서도 애틋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하규일선생님이나 일반에서의 세평(世評)도

그녀의 노래가 특히 잔노래(弄: 북두칠성의 이하부분)에 뛰어나다는 총평이 나있었다.

노래만 잘 부르는 것이 아니고 가사도 잘 불렀으며,

시조는 본인의 술회로는 잘 불러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가곡 노래만 불러 노랫목이 굳어져 시조는 잘 안된다고 했다.

 

창법(唱法)에 있는데로 가곡, 가사, 시조 순으로 노랫방에서는

시조를 끝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만이 몇 수 부를 뿐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일단 시조목이 노랫목으로 굳어버리면 그 목은 가곡 부르는 목과 상당히 차이가 있어

고운 목으로 불러내기가 매우 힘들다.

(시조를 잘 부른다는 가곡 기녀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다)

 

 

初章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貳章  두루삼아 감삼다가
參章  가다가 한 가운데 뚝 끊쳐 지옵거든 호치단순(皓齒丹脣)으로 흠빨며 감빨아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마조잡아 배붙여 이으리라 저 모시를
四章  우리도 
五章  사랑 끊쳐 갈 제 저 모시 같이 이으리라

 

모시를 이리저리 삼고 두루삼아 감삼다가
가다가 한 가운데 뚝 끊어지거든 좋은 이와 붉은 입술로 혹 들여 빨고 감아서 쪽 빨아,

부드럽고 고운 손으로 두 끝을 마주 잡아 바비작 거리어 비벼 이으리라. 저 모시를
우리도 사랑이 위태로울 때 저 모시 같이 정성들여 이으리라

 

 

다시 피는 꽃, 이난향 편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다음번에 또 스승님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시간이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공연 찾아와  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는 정음연주단이 되겠습니다^.^!

 

<공연안내>

  

2013년 마지막 풍류방음악회!

올해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정음연주단의 신나는 국악한마당!

 

12월 19일 늦은오후 7시 30분 송년음악회!

마지막 목요풍류와 함께 2013년 잘 정리하시고 다가올 2014년을 힘차게 맞이해 봅시다!

퓨전국악과 함께 파티를 즐겨 보아요~ 공연 보러 오세요~!!!

 

 

여러분의 지친 삶에 활력이 되어 드리는 내 삶의 작은 쉼표 목.요.풍.류.!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