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풍류] 2013 무형문화재공개행사 '언약이 늦어가니...'

2013. 7. 19. 17:09풍류방이야기

 

 

지난 7월 11일 2013 무형문화재 공개행사 '언약이 늦어가니...'공연이 있었습니다.

가곡은 시조시를 가사로 사용하여 형식미가 느껴지는 유려한 곡으로 그 시의 내용이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것들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옛 노래에 담긴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특별히 '시낭독'과 함께 해보았습니다.

 

 

 

 

남창가곡 계면조 초삭대엽 ‘청석령’

 

初章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다
貳章  초하구(草河口) 어디메오
參章  호풍(胡風)도 차도찰사 구진비는 무엄일고
四章  뉘라서
五章  내 행색(行色) 그려내어 님계신대 드리리

 

청석령을 지나가니 그렇다면 초하구는 어디쯤이었던고?
북녘 호지에서 몰아치는 바람은 참으로 맵고도 차기도 차고(춥기도 춥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또 무슨 하늘의 노여움이란 말인가?
그 누가 있어 이 초라한 내 모양새를 그려다가 저 멀리 아바마마가 계신 곳에 갖다 바치리

 

• 청석령(靑石嶺): 중국 만주땅 심양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만주의 지명. 심양 근처.
• 초하구(草河口): 청석령 보다 조금 남쪽에 있는 지명
• 호풍(胡風): 붘녁 호지에서 불어 치는 바람

 

 

사랑의 종류에는 남녀간의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죠?

임금님에 대한 충심 역시 이 시대에는 크나 큰 사랑의 개념이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남녀간의 사랑 보다도 더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일 수도 있겠네요~

 

 

 

 

여창가곡 계면조 이삭대엽 ‘언약이’

 

初章  언약(言約)이 늦어가니
貳章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參章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四章  그러나
五章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가 하노라

 

정원의 매화꽃이 피면 오신다던 님과의 언약이 늦어가는구나

아침에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말, 그 옛말을 그 누가 그대로 믿기야 하겠는가.
그러나 님을 그리는 간절한 마음은 아침 울던 까치를 생각하며,

거울을 보며 눈썹을 다듬어 볼까 하노라

 

• 정매화(庭梅花) : 뜰의 매화 
• 경중아미(鏡中蛾眉) : 거울 속에 비치는 고운 눈썹

 

 

언제나 그렇듯 여인들의 사랑은 참으로 애틋하고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조상님들이 사랑하는 낭군님을 기다리느라 속 좀 많이 탔던 것 같죠?

요즘 시대에 이렇게 여인의 마음을 몰라주면 안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네요!

 

 

 

 

 

여창가곡 계면조 평롱 '북두’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북두칠성 일곱분께 안타까운 글 하나 아뢰나이다.
그리던 님을 만나 정다운 말 채 나누기도 전에 날이 새려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으니,
오늘밤만 삼태성에 명을 내려 샛별을 거두시면 아침을 미루어 밤이 길까하소서

 

• 소지(所持) : 소송장 

• 삼태성(三台星) : 자미성을 지키는 별들로서 상태성 둘, 중태성 둘 그리고 하태성 둘로 구성되어 있음. 

 

언제나 보아도 정말 깜찍한 내용의 노래입니다!

샛별에게 소장을 보내어 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이 여인의 마음! 너무나도 귀엽지 않으신가요!

우리 조상님들은 생각외로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네요~

 

 

 

 

여창가곡 우조 우락 ‘바람은’

 

初章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貳章  궂인 비는 붓드시 온다
貳章  궂인 비는 붓드시 온다
參章  눈 정(情)에 거룬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판(判) 척 쳐서 맹세 받았더니
         이 풍우중(風雨中)에 제 어이 오리
四章  진실로
五章  오기 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바람은 벼락치듯 불고 궂은 비는 반드시 온다.
눈에 정이 담뿍 담긴 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맹세 받았더니 이 폭풍우에 어찌 오리. 진실로 올 것이면 연분인가 하노라.

 

• 지동(地動) : 지진, 여기서는 ‘벼락치듯’의 뜻

 

 

계면조 평롱 '북두'에서 귀엽던 여인도 있었던가 하면

우조 우락 '바람은'은 조금 강단있는 여인이었던가 봅니다!

여인이 아닐수도 있지만 이날은 영송당 선생님이 노래하셨으니 강단있는 여인이라고 생각하며!

요즘 시대 트렌드에 어울리는 당찬여성이죠?^^

 

 

 

여창가곡 반우반계 반엽 ‘남하여’

 

初章  남하여 편지 전(傳)치 말고
貳章  당신이 제오되여
參章  남이 남의 일을 못 일과져 하랴마는
四章  남하여 
五章  전(傳)한 편지니 일동 말동 하여라

 

다른 이에게 편지 전하지 마시고  당신이 직접오세요. 다른 사람이 남의 일이라고 그르치지는 않을 테지만 다른 이에게 부탁한 편지는 올지 말지 걱정이 됩니다.

 

 

우리 조상님들 참 다양합니다~ 귀엽고 당차다 못해 밀고 당기는 일명 '밀당'이라 불리는 연애의 스킬을 사용할 줄 아는 똑똑한 조상님들까지! 다른 사람에게 편지보내지 말고 당신이 직접 나를 보러 오세요~ 얼마나 낭만적인지!

요즘시대 사람들 보다도 더 '사랑'을 할 줄 알았던 우리네 조상님들! 멋쟁이에요~

 

 

 

 

여창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사랑을 찬찬 얽어 동여매어 뒤로 걸머지고
높은 산의 험한 고개를 힘들게 허위허위 넘어가니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버리고 가라 하건마는
가다가 사랑에 짓눌려 죽을 망정 나는 아니 버리고 갈 것이로다

 

• 태산준령 : 높은 산의 험한 고개  • 허위허위 : 허우적 허우적  • 자질려 : 짓눌려

 

 

옛 사랑노래의 정점에 올랐다고도 볼 수 있는 애틋하고 애틋한 노래입니다.

요즘 시대 사람들 참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가벼운 연애가 보통적인데

이 노래의 시에 나오듯이 목숨다해 사랑하는 열정적이고도 애틋한 사랑은 참 보기 힘들죠?

그런 의미에서 더 뜻깊고 요즘 시대의 사람들이 많이 보고 배워야 할 노래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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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어떠신가요?

옛날도 우리랑 다를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지금보다는 훨씬 더 순수하고 애틋했던 것 같죠?

지금이야 기계가 발달해서 보고싶으면 바로 전화하고 영상통화도 되니 얼굴도 바로바로 볼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 시절엔 님이 보고 싶어도 목소리라도 듣기 힘든 시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일까 더욱 더 그 절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빠르고 복잡하고 쉽게 질려버리는 이 시대에 일, 친구관계, 스승과의 사랑, 사랑 등 다시 한번 쯤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공연이 여러분께 그 해답의 첫걸음이 되었으면 참 좋겠어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가곡전수관에서 짧은 휴식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가세요^^!

 

<공연안내>

  

2013년 목요풍류는 매주 공연이 아닌 격주로 진행됩니다!

더 멋지고 알찬 내용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기 위함이니 기대해주세요~

 

7월 25일 늦은오후 7시 30분 국악토크콘서트 '명불허전'이 펼쳐집니다!

올해 첫 명불허전의 명사로 초대되신 분은 '합포문화동인회의 조민규회장님'이십니다!

같은 맥락에 서서 길을 걸어가고 계신 분이니 만큼 더욱 즐거운 얘기가 가득할 것 같습니다.

푹푹 찌는 여름 가곡전수관에서 재미있는 공연 관람하시며 더위를 잠시 잊고 가시는 여유를 만끽하세요~

 

여러분의 지친 삶에 활력이 되어 드리는 내 삶의 작은 쉼표 목.요.풍.류.!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