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으로 걸어나온 우리음악이야기- 부곡초교편

2010. 4. 29. 11:55찾아가는공연

지난 28일 국악연주단 정음은 창녕 동포초등학교에 이어 창녕 부곡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교과서 밖으로 걸어나온 우리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였어요. 부곡초등학교는 1924년 설립된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로 유치원생을 포함한 전교생이 134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입니다. 동포초등학교의 전교생수가 300여명이었는데, 그 정도는 정말 많은 편이고 대부분 학교들이 부곡초등학교보다 학생수가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고 친근했어요.

저희가 간 날은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학교로 향하는 동안 빗줄기가 세어지는 통에 을씨년스러운 날에 공연을 하게 된 거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기도 했는데요. 막상 도착하니 비가 약해져서 11시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에 해님이 잠시 반짝하고 났습니다. 다행이 공연이 열리는 체육관으로 향하는 친구들이 우산을 챙기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지요. 비는 공연 내내 오지 않다가 공연이 끝난 후 친구들이 모두 교실로 돌아가서 다시 한 두 방울씩 오기 시작했는데요.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부곡초교 만세'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부곡초등학교는 도심 속 학교보다 훨씬 배울 게 많겠지요?
부곡온천이 유명한 지역이라서인지, 학교 부근에 수영장이 있어 전교생 모두가 수영을 배우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교무주임 박종국 선생님 말로는 지금 학생들은 5월에 있을 체육대회를 준비하느라 한창 분주한 시기랍니다. 생긴 지 오래된 학교여서인지 아래 체육관도 조금 오래되 보이지요?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나서면 보이는 체육관은 넓기는 하지만 어린 친구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멀어보입니다.



4월말 날씨답지 않게 비도 자주 오고, 여전히 좀 춥습니다. 어느때보다 쨍~한 햇살이 그리운데요.
우리가 도착하니 체육관이 썰렁하다면서 교무주임선생님께서 얼른 전기스토브 두 대를 찾아 켜주셨습니다. 덕분에 손도 녹이고 엉덩이도 녹였어요. 조금은 안된 모습이지요?ㅋ



심인수 교장선생님과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가곡전수관장)께서 공연 전 환담을 나누고 계십니다.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공연 취지, 국악교육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셨어요. 지난번 동포초등학교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학교가 작아서인지 교장선생님께서 모두 순박하고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으십니다. 하핫. 제 초등학교때는 교장실 근처에도 못갈 정도로 무서워했는데 말이에요. 아이들이 "교장선생님~ 아이스크림 사주세요!"하며 따라다닐 것 같아요.



11시 공연시간에 맞춰 친구들이 체육관 모였습니다. 교무주임 박종국 선생님께서 해설을 해주실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을 소개하는 모습입니다. 박종국 선생님은 부곡초교로 오신 지 4년여 정도가 됐다고 하시는데요. 그 전까지는 10년 넘게 창원 초등학교에 계셨다고 합니다. 그때는 사물놀이 등과 같은 국악 공부를 하러 다니시기도 했데요. 우리 블로그에 방문해 주십사하니 본인도 블로그를 하나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알고보니 '다음'에서 손에 꼽히는 파워블로거셨지 뭐예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은 셈이라 할까요? >.<;;

수필가, 칼럼리스트로 한국작가회 회원이시기도 한 박종국 선생님의 블로그
<박종국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http://blog.daum.net/jongkuk600 에 들어가셔서 선생님을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영송당 선생님께서 오늘 공연할 곡들을 소개해 주고 계십니다. 공연 제목이 <교과서 밖으로 걸어나온 우리 음악 이야기>인만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곡들을 뽑아 노래로 들려주는 게 주라서 아이들이 주의깊게 듣고 있습니다.



줄풍류 <양청도드리>로 시작한 공연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노랫말로 한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나랏말싸미>와 단소 독주, 전래동요 메들리로 이어졌는데요. 교과서에 실린 전래동요는 노랫말도 재미있고 따라부르기도 쉬워서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부르기 좋은 곡들입니다. 한데, 학기 초인지라 아직 배우지 않은 곡들이 나오고 또 저학년때 배운 곡들은 노랫말이 잘 기억나지 않아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도 메기고 받는 민요인 둥당기 타령과 쾌지나칭칭을 부를 때는 후렴구를 가르쳐주고 함께 부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이 났어요.  또 아리랑, 풍년가도 들어봤고요. 시조 '동창이~'를 따라 불러보기도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교가'이겠죠? 국악기를 반주로 해 부르는 교가를 마지막으로 약 60여분의 공연을 마쳤습니다. 체육관이 떠나가라 씩씩하게 부르는 모습을 보니 뒤늦게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친해지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겠죠?
교무주임 선생님 말씀으로는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인만큼 아이들이 공연문화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공연 전 제가 잠깐 마이크를 잡고 친구들에게 국악공연을 실제로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봤을때도 손을 든 아이가 몇 없었어요. 교무주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연극이나 국악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늘 신청을 하고 있는데, 연극공연은 초등학교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데요. 어린시절 받았던 문화적 자극은 아이의 일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데, 중고등학교는 되고 초등학교는 안된다니 전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이해가 빠르고 상상력도 뛰어난데 말이죠. 너무 어른들의 눈으로 재단해 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공연이나 예술교육에 대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는 특별히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번에, 혹은 단기간에 예술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예술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서서히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그때까지 '찾아가는 공연'은 계속 되어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