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금요풍류] 동짓달 기나긴 밤을 (12월 4일)

2009. 12. 8. 14:02풍류방이야기

달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한 장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2010년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이맘때면 늘 하게 되는 그 말, "세월 참 빠르구나!"가 저절로 나옵니다. 이제, 2009 금요풍류도 마지막 한 번을 남겨두었는데요.
12월 18일 금요풍류를 마지막으로 총 12회의 금요풍류를 마무리짓게 됩니다. 지난 12월 4일에는 열한번째 금요풍류가 있었습니다. 특별한 공연홍보가 없어도 한결같이 찾아주시는 몇몇 관객분들과 영송헌 일반인 강좌 여러분들, 또 내년 가곡전수관 증축공사를 맡아주신 분들, 또 처음 가곡전수관을 찾아주신 분들... 모두가 함께 따뜻하고 흥겨운 공연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12월 4일 금요풍류의 주제는 <동짓달 기나긴 밤을>입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기로 꼽히는 황진이의 삶과 노래를 주제로 한 공연인 만큼 가곡으로 듣는 <동짓달>과 시조로 듣는 <산은 옛 산이로되>는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합니다. 아시다시피 황진이는 재색을 겸비하고 당대의 선비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뛰어난 한시나 시조를 많이 지었는데요. 살아온 행적을 보면 현대의 여느 당찬 여인보다 더하면 덜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 귀인이다 싶습니다. 황진이의 삶과 예술에 대해서는 이날 나눠드린 유인물에 기술된 내용을 아래에 올리니 참고해 주세요~

★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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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과 답변~그리고 느닷없는 행복~!
 이날 처음 공연을 보러 오신 관객 한 분께서 정가(正歌)란 무엇인지, 가곡, 가사, 시조는 어떻게 다른 지 등을 물어보셨습니다. 옆에 계신 외국인분은 한국에 온 지 얼마안돼 한국말을 전혀 모르시는데도 매우 집중해서 공연을 감상하셨어요. 끝나고 감상을 여쭸더니 아주 즐거웠다. 원더풀~이다를 연발하시더군요. 쉬운 영어로 답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혹 외국인 친구가 계시면 가곡전수관 공연을 보여주세요. 우리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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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금요풍류 열한번째]

동짓달 기나긴 밤을

★ 조선을 뒤흔든 여인,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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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청산(靑山)에 흐르는 푸른 시냇물아, 빨리 감을 자랑 말아라. 한번 넓은 바다에 다다르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니, 밝은 달이 빈산에 가득하니 쉬어간들 어떠냐?”는 내용의 ‘청산리 벽계수야’는 황진이 시(노래)의 백미로 꼽힌다.

 노래에 등장하는 벽계수는 시냇물로도 해석되나 황진이를 염모했던 벽계수(碧溪水)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하루는 벽계수가 나귀를 타고 달밤에 송악산 만월대에 이르니, 소복 차림의 황진이가 벽계수를 쳐다보며 이 노래를 부르는지라, 벽계수가 마음이 황홀하여 자신도 모르게 나귀에서 내렸다 하여 이 노래를 '벽계수 낙마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재색을 겸비한 조선조 최고의 명기로 꼽히는 황진이는 박연폭포·서경덕과 함께 송도3절(松都三絶)이라 불렸다. 그녀는 어디를 가든 선비들과 어깨를 겨누고 대화하며 뛰어난 한시나 시조를 지었다. 가곡에도 뛰어나 그 음색이 청아했으며, 당대 가야금의 묘수(妙手)라 불리는 이들까지도 그녀를 선녀(仙女)라고 칭찬했다.

 조선시대 여느 여인들과 달리 성격이 활달해 남자와 같았으며, 협객의 풍을 지녀 남성에게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남성들을 굴복시켰다. 30년간 벽만 바라보고 수도에 정진하는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찾아가 미색으로 시험해 결국 굴복시키고 말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시정의 돈만 아는 사람들이 천금을 가지고 유혹해도 돌아보지 않았으나, 처사(處士)로 학문이 높았던 서경덕의 인격에 탄복하여 평생 그를 사모했을 정도로 심지가 굳었다. 풍류묵객들과 명산대첩을 두루 찾아다니기도 해 재상의 아들인 이생과 금강산을 유람할 때는 절에서 걸식하거나 몸을 팔아 식량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황진이의 시,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 구절처럼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 따뜻한 이불 속에 모셔두었다가 한 해의 마지막에 이어놓고 싶은 연말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엔터테이너, 황진이의 삶과 예술을 담은 그녀의 노래를 감상하며 지나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본다.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기악곡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
 가곡 평조 이삭대엽 ‘동짓달’ 
 평시조 ‘산은 옛 산이로되’
 가사 ‘수양산가(首陽山歌)’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가곡 계면조 대받침 ‘이려도(태평가)’
연주자
  노   래_ 이종록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이수자)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이성순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가야금_ 오은영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해   금_ 이준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김성태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