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풍류] 2021 국가무형문화재 기획공연 '노래에 담아낸 사연들'

2021. 5. 21. 15:03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신록이 풍성한 지난 5월 13일 목요일 늦은 7시30분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공연된 2021 국가무형문화재 기획공연 '노래에 담아낸 사연들' 공연 리뷰입니다.

 

 

가곡, 가사, 시조는 조선시대 소위 클래식한 성악 장르들입니다.

이 노래들은 단지 구전으로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책으로도 남겨졌는데, 악기연주를 위하여 '금보(琴譜)'라고 하는 악보를 남겼고, 노랫말의 기억을 위하여 가사 모음집인 '가집(歌集)'을 남겼습니다.

가집 속에는 가곡의 노랫말과 사연, 가곡 형식과 선법, 장단 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관련된 사연들이 많이 담겨 있어 그 시절의 역사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번 공연은 그 노래에 담아낸 사연들을 주제로 가곡, 가사, 시조를 함께 연주하여 그 변별성을 실연을 통하여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마련한 무대입니다.

 

그 첫번째 무대는 기악합주 '수룡음'을 국악연주단 정음의 연주로 문을 열었습니다.

 

 

수룡음(水龍吟)이란 ‘물에서 노니는 용의 노래’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궁중과 선비들의 풍류방 음악문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악곡입니다. 원곡은 조선시대 풍류방에서 즐겨 불리던 가곡 중 비교적 속도가 빠르고 장식적인 선율이 많아 화려한 느낌을 주는 평롱·계락·편삭대엽입니다. 본래 성악곡인 가곡의 반주선율을 기악곡화한 연주곡이 바로 수룡음 입니다. 경풍년·염양춘과 같이 가곡의 선율을 향피리가 중심이 되는 합주 편성으로 변주하거나 생황과 단소, 양금과 단소 병주로 즐겨 연주하는 곡으로써, 이번공연에서는 방중악풍의 기악합주로 들어보았습니다.

 

 

두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가곡 우조 이삭대엽 '버들은' 무대입니다.

 

 

가곡(歌曲)은 조선시대 선비들이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인들 사이에서 연행되어 왔으며 조선시대의 또 다른 성악곡인 시조, 가사와 자주 비교됩니다. 가곡은 특히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하여 가야금, 대금, 거문고 등 관현악반주에 맞춰 부르는 우리 전통성악곡입니다.

19세기 말부터 가곡은 ‘노래’라 하였고, 그 이외의 성악곡은 ‘소리’라 하여 구별을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후기 성악곡 중에 판소리, 서도소리, 홋소리, 짓소리 등에서는 ‘소리’라는 용어가 쓰였고 가곡에는 ‘노래’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노래’라는 용어가 잘 다듬어진 성악곡이라는 뜻으로 유일하게 가곡이 이러한 칭호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가곡은 문학ㆍ성악ㆍ관현반주 등이 섬세하게 잘 맞물려 완성된 우리 전통 성악곡 중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여창가곡은 초삭대엽을 부르지 않으므로 이삭대엽이 여창의 첫곡입니다. 가곡 한바탕 중에서 가장 느린 1분 20정 정도로 매우 느리게 부릅니다. 『가곡원류』에서는 이삭대엽의 음악적 풍도를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설법하고 비와 바람이 순조롭고 고르다 (행단설법 우순풍조 杏壇說法 雨順風調)"라고 표현하였습니다.

 

初章  버들은 실이 되고
貳章  꾀꼬리는 북이 되여
參章  구십(九十)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四章  누구서
五章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평소 무대는 영송당 선생님의 사회로 문을 열었었으나 이번 공연엔 영송당 선생님께서 노래를 직접 불러주셔서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난 후에 영송당선생님의 사회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세번째 무대는 이유나, 김참이, 변헤영 이수자의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와 가사 '백구사'를 잇대어 들어보았습니다.

 

 

평시조(平時調)는 글자수 45자 내외의 단형시조를 노래하는 시조창이며, 악곡의 시작음도 낮거나 높지 않은 평탄한 곡조로 노래한다는 의미입니다. 평시조는 경제와 향제의 구별이 있는데, 장단의 구조가 다릅니다. 경제는 중장 둘째 장단의 4~5박과 종장 첫째 장단의 1~3박을 속소리로 노래하지만, 향제는 이부분을 높지 않게 노래하면서 속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향제 중 경상도지방 시조인 영제는 경제처럼 속소리를 사용합니다.

 

初章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中章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終章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가사(歌詞)는 가사체(歌辭體)의 긴 노랫말을 일정한 장단에 맞춰 노래하는 성악곡으로서, 감정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가사의 음악적 특징은 매우 복잡한 편인데, 그것은 가사가 비교적 근대에 성립된 까닭에, 전통적인 가곡이나 시조뿐 아니라, 민요와 잡가 등의 민속음악과도 영향을 주고받은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가사는 모두 12곡으로, <춘면곡春眠曲>·<백구사白鷗詞>·<황계사黃鷄詞>·<죽지사竹枝詞>·<양양가襄陽歌>·<어부사漁父詞>·<길군악>·<상사별곡相思別曲>·<권주가勸酒歌>·<수양산가首陽山歌>·<처사가處士歌>·<매화타령梅花打令>입니다. 가사는 장구만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하고, 또는 대금․피리․해금․장구 등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백구사白鷗詞>는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로 시작한다고 하여 붙여진 곡명으로 백구가(白鷗歌)라고도 합니다. 백구는 갈매기로 판소리의 단가나 민요에 자주 등장하는 아주 친숙한 소재의 하나인데 백구사는 백구를 소재로 하여 자연에 묻혀 속세의 모든 욕심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한 곡입니다. 백구사는 작자미상이라고 하나 정조때 세도가였던 홍국영이 지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가 후에 강릉으로 추방당하여 이곳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지었다는 것입니다.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성상이 버리시니 너를 좇아 예 왔노라 오류춘광 경좋은데 백마금편 화류 가자
운침벽계 화홍 유록한데 만학천봉 빛은 새뤄 호중천지별건곤이 여기로다
고봉만장 청기울한데 녹죽창송은 높기를 다퉈 명사십리에 해당화만 다퓌여서
모진 광풍을 견디지 못하여 뚝뚝 떨어져서 아주 펄펄 날아 나니 귄들 아니 경 일러냐

 

 

다섯번째 무대는 남창가곡 우조 언락 '벽사창' 무대를 신용호 이수자가 불러주었습니다.

언락 ‘벽사창’은 남창 가객이 가장 많이 부르는 곡 중 하나로, 여창에는 없고 오로지 남창에만 있는데다 옛날에는 언락을 ‘지르는 낙시조’라 불렀을 만큼 소리를 높이 질러내는 선율이 많아 화려한 남창 가곡의 맛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언락은 첫부분을 높은 음으로 부르다가 2장 이하는 담담하면서도 출렁거리는 느낌을 주는 창법으로 부릅니다. 비교적 빠르게 부르는 언락은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의 관객들과도 잘 통하는 면이 있는 곡입니다.

 

初章  벽사창이 어룬어룬커늘
貳章  임만 여겨 펄떡 뛰어 나가보니
參章  임은 아니 오고 명월이 만정헌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와서 긴 목을 후여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四章  마초아
五章  밤일세만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번 하여라

 

그다음 무대는 이유나, 김참이, 변혜영 이수자와 제민이, 신수경, 이가은 전수장학생이 함께 부르는 가곡 우조 락 '바람은'과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무대입니다.

우락(羽樂)은 우조로 된 '락(樂)'형식의 악곡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락은 남창과 여창에서 두루 부르는데, 특히 여창에서 더 많이 애창되는 곡이어서 일반인들에게 귀에 익은 곡입니다. '바람은'의 노랫말은 만나기로 약속한 임이 궂은 날씨 때문에 오지 못할 것이라 짐작되어 내심 꼭 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初章 바람은 지동치듯 불고
貳章 궂인 비는 붓드시 온다.
參章 눈 정에 거룬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판(判) 척 쳐서 맹세 받았더니 이 풍우중(風雨中)에 제 어이 오리
四章 진실로
五章 오기 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환계락(還界樂)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에만 있는 곡으로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뀝니다. 빠르기는 1분 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마지막 마무리 무대는 가곡 계면조 대받침 '이려도'를 남창에는 신용호, 여창에는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가 남녀 병창으로 함께 부르는 무대였습니다.

계면조 대받침은 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가곡을 연창할 때 남·녀창 가객이 번갈아 부르다가 맨 마지막에 남·녀창 선율의 대비와 조화가 특징적인 남·녀 가객이 동시에 부르는 유일한 노래입니다. 옛 문헌에는 가필주대(歌畢奏臺) 또는 편대(編臺), 대받침 등의 이름으로 실려 있지만 노랫말 때문에 태평가라고도 부릅니다. 초장의 시작은 12박부터 노래와 반주가 함께 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랫말도 초장 처음의 ‘이려도’는 부르지 않고 ‘태평성대’부터 노래합니다. 또 다른 곡과는 달리 대여음이 없고 거문고로만 초장의 1박부터 11박까지를 연주하여 전주 역할을 합니다.

 

初章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貳章 저랴도 성대(聖代)로다
參章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四章 우리도
五章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께서는 가곡 연주에 있어 혼자 부르는 독창과 달리 여럿이 함께 부를때는 호흡, 발음, 발성의 훈련을 통하여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늘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공연에서는 서로 다른 음 빛깔을 하나로 만드렁 감은 배려와 소통으로 아름다움을 창출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하는 여정이었습니다. 혼자 부르는 것보다 함께 부르는 것은 부단한 서로의 보살핌이 바탕이 되기에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결과가 아름답게 빛나게 하기 위해 우리 가곡 이수자와 전수장학생들이 매주 함께 보여 방역수칙을 잘 준수 해가며 열심히 함께 연습하고 부단한 노력을 하였습니다. 우리 열심히 노력한 가곡 이수자와 전수장학생들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 부탁드립니니다.

 

이번 공연에 함께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다시보기 가능하오니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 아래 유튜브 그림을 클릭하시면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로 바로 가기 가능합니다.)

 

 

 

6월 목요풍류는 6월 10일 저녁7시30분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청조야 오도고야' 라는 제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6월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