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이수자지원사업] 풍류방음악회 _이유나, 김참이의 노래 '열음'

2023. 8. 25. 14:27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지난 2023년 8월10일(목) 저녁 7시30분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이 후원하고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이수자인 이유나 가인이 주관, 국가무형문화재 가곡전수관이 주최하는 2023 이수자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이유나, 김참이의 노래 “열음”>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제목 <열음> 무슨 뜻일까요? 열매의 옛말로 씨앗이 자라나 다시 그 열매를 맺는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가곡전수관의 연주단인 <국악연주단 정음>의 성악 단원으로도 열심히 활동 중인 이유나, 김참이 가인이 이번 공연의 주인공이었답니다.

 

이유나, 김참이 가인은 19세기 진주목사를 지낸 정현석이 직접 기획하여 만든 진주 관아 소속 교방의 음악들을 정리한 가집으로 가곡 한바탕의 악곡 순서에 맞추어 수록된 노래와 실연을 통해 조선 후기 가곡 한바탕의 실례를 보여주는 교방가요(敎坊歌謠)에 나타난 먼저 노래하는 창운(唱云), 그리고 그에 답하여 노래하는 화운(和云) 형태의 가곡 한바탕의 연창 방식을 복원, 재구성하여 이번 공연의 여창 가곡 공연 구성에 새로운 틀을 선보이고자 두 사람이 공연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가곡전수관의 관장이며,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예능보유자인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께서는 영송당 선생님 본인께서 지닌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지니는 제자를 길러내는 것, 곧 청출어람(靑出於藍)이 꿈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런 선생님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의 모습이 매우 기특하고, 다른 우리 전수생과 이수자들이 청출어람이 되는 모습을 빨리 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램으로 이번 공연을 지켜보고, 제자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은 이수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공연이다 보니 예능보유자인 영송당 조순자선생님께서는 공연에 참여를 하실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늘 사회를 맡아주셨던 영송당 선생님은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보시고, 이번 공연의 사회는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이수자이며 가곡전수관의 사무국장님인 신용호국장님께서 사회를 맡아 이번 공연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이번 공연의 첫무대는 이유나 이수자가 불러주는 창운(唱云) 우조(羽調) 이삭대엽(貳數大葉) ‘버들은' 입니다.

‘버들은’의 지은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봄이 무르익은 날 늘어진 버들 사이로 가로 날아드는 꾀꼬리를 보며 베틀에 앉아 힘들게 베 짜는 모습을 비유 삼아 석달 90일 녹음방초 시절이 좋은 때라 일컫던 사람들의 말은 이 봄날 시름을 베처럼 짜내는 듯하고 표현하였습니다.

 

初章 버들은 실이 되고

貳章 꾀꼬리는 북이 되여

參章 구십(九十)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四章 누구서

五章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그에 답하는 화운(和云)의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가 불러주는 계면조(界面調) 이삭대엽(貳數大葉) ‘언약이 입니다.

이삭대엽(貳數大葉)은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이 각각 있습니다. '언약이'는 많은 가집에서 작자미상으로 실려 있지만, 『병와가곡집』(1713)에서는 조선 영조 때의 가객 박희석(朴熙錫)의 작품으로 실려 있습니다. ‘언약이’의 노랫말은 사랑하는 임과 헤어지며 정원의 매화가 필 때 만나자는 언약을 하였는데, 봄꽃이 다 지도록 아니 오는 임을 기다리며 번번히 속은 까치 울음에 혹여 오늘은 오시려나 거울 속 내 모습을 단장할까 한다는 내용입니다.

 

初章 언약(言約)이 늦어가니

貳章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參章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四章 그러나

五章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가 하노라

 

 

세번째 무대는 이유나 이수자가 준비한 창운(唱云) 우조(羽調) () ‘바람은 입니다.

우락(羽樂)은 우조로 된 '락(樂)'형식의 악곡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락은 남창과 여창에서 두루 부르는데, 특히 여창에서 더 많이 애창되는 곡이어서 일반인들에게 귀에 익은 곡입니다. '바람은'의 노랫말은 만나기로 약속한 임이 궂은 날씨 때문에 오지 못할 것이라 짐작되어 내심 꼭 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貳章 궂인 비는 붓드시 온다.

參章 눈 정(情)에 거룬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판(判) 척 쳐서 맹세 받았더니 이 풍우중(風雨中)에 제 어이 오리

四章 진실로

五章 오기 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네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가 답하는 화운(和云) 우조(羽調) 언락(言樂) ‘벽사창이 입니다.

언락은 현재 남여창으로 부를 때 남창에 해당되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언락을 '지르는 낙시조'라 불렀을 만큼 소리를 높이 질러 내는 선율이 맣아 화려한 남창 가곡의 맛을 감상할 수 있는 '벽사창이'는 남창가객이 가장 많이 부르는 곡 중 하나이나 이번 공연에서는 여창가인인 김참이 이수자가 불러주었습니다. 언락은 첫부분을 높은 음으로 부르다가 2장 이하는 담담하면서도 출렁거리는 느낌을 주는 창법으로 부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빠르게 부르는 언락은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의 관객들과도 잘 통하는 면이 있는 곡입니다. ‘벽사창이’는 창밖에 어른거리는 달그림자를 보고 임인 줄 알고 뛰쳐나갔다가 스스로 허탈해 웃고 마는 애틋한 연모의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벽사창(碧紗窓)이 어룬어룬커늘

貳章 임(任)만 여겨 펄떡 뛰어 나가보니

參章 임은 아니 오고 명월(明月)이 만정(滿庭)헌데 벽오동(碧梧桐) 젖은 잎에 봉황(鳳凰)이 와서 긴 목을 후여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四章 마초아

五章 밤일세만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번 하여라

 

 

다음 무대는 이유나 이수자가 먼저 부르는 창운(唱云) 반우반계(半羽半界) 환계락(還界樂) ‘사랑을 입니다.

환계락(還界樂)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에만 있는 곡으로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뀝니다. 빠르기는 1분 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사랑을’은 작자미상으로 세상이 아무리 어리석다 손가락질해도 목숨보다 중요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직함을 노래한 내용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여섯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가 답하는 화운(和云) 계면조(界面調) () ‘청산도 입니다.

계락은 계면조로 구성된 락(樂)이라는 뜻으로 계락은 우락과 대칭된다 할 수 있습니다. 계락은 남창과 여창에서 모두 불리는 곡입니다. ‘청산도’는 <해동가요(海東歌謠)>에서는 송시열(宋時烈, 1607년~1689년)의 작품이라고 전해지지만, 작가를 김인후(金麟厚, 1510~1560)로 보기도 합니다. 김인후의 문집인 『하서전집(河西全集) 속집(續集)』에 「자연가(自然歌)」라는 시가 있는데, 「자연가」가 이 시조를 한역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산도는 ‘절로절로’라는 구절이 초장부터 종장까지 여러번 반복되어 리듬감을 주며 이 리듬감이 자연스러워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자는 내용과 매우 적절하게 어울립니다. 산과 물이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우리도 자연 속에서 났으므로 순리대로 살자는 내용의 노래이죠.

 

初章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貳章 녹수(錄水)라도 절로절로

參章 산(山) 절로절로 수(水) 절로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절로

四章 우리도

五章 절로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늙으리라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가 함께 부르는 마지막 무대 합창(合唱) 계면조(界面調) 대받침 오날이 입니다.

계면조 대받침은 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가곡을 연창할 때 남·녀창 가객이 번갈아 부르다가 맨 마지막에 남·녀창 선율의 대비와 조화가 특징적인 남·녀 가객이 동시에 부르는 유일한 노래입니다. 옛 문헌에는 가필주대(歌畢奏臺) 또는 편대(編臺), 대받침 등의 이름으로 실려 있지만 노랫말 때문에 태평가라고도 부릅니다. 초장의 시작은 12박부터 노래와 반주가 함께 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랫말도 초장 처음의 ‘오날이’는 부르지 않고 다음의 ‘오날이’부터 노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곡과는 달리 대여음이 없고 거문고로만 초장의 1박부터 11박까지를 연주하여 전주 역할을 합니다.

‘오날이’는 태평가 ‘이려도’와 함께 가곡 한바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입니다. 16세기 ‘만대엽’을 거쳐 17세기 이후 ‘초중대엽’의 대표 사설이었지만 이후에는 불리지 않던 것을 2008년 기획공연 <가집속에 숨은 노래>에서 처음 복원해 불렀습니다. 특히 이 곡은 임진왜란 때 김해, 웅천 등지에서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 도공들이 불렀던 노래로 지금은 일본 가고시마현 옥산신사의 『학구무가』라는 노래로 구전돼 그 유래를 알 수 있게 합니다.

 

初章 (오날이) 오날이쇼셔

貳章 매양(每樣)의 오날이쇼셔

參章 져므지도 새지도 마르시고

四章 매양에

五章 주야장상(晝夜長常)에 오날이 오날이쇼셔

 

이렇게 7곡의 노래를 보통의 우리가 알고 있는 가곡의 연주 형태가 아니라 교방가요에서 보였던 '악기와 가객'의 모습으로 재연하여 공연하였습니다. 보통은 악사들이 노래하는 가객의 뒤편에서 병풍처럼 일자로 둘러 앉아 반주를 하고 노래하는 가객은 악사를 등지고 앉아 관객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형태로 보통 연주를 하죠. 그런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잘 못 느끼지만, 실제로 가곡을 연주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느꼈을 겁니다. 악사가 등 뒤에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반주 소리가 잘 안 들려 노래 하는데 조금의 어려움이 있다는걸 느끼셨을겁니다. 뿐만 아니라 악기와 노래가 서로 무대만 바라보고 노래하기 때문에 호흡을 맞춰가며 노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이번 공연과 같이 서로 얼굴을 보며 연주할 수 있게 둥글게 둘러 앉아 연주를 해보면 악사들도 그렇고 가인들도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답니다.

 

가곡전수관에서는 여러 문헌들을 찾아 복원하고 여러 시도를 하며 우리 가곡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9월 목요풍류에서는 어떤 무대가 준비되고 있을지 또 기대하며, 9월 풍류방음악회 ‘청출어람 청어람’의 공연을 많이 기대해 주십시오.

 

그럼 9월 14일 목요일 풍류방음악회 '청출어람 청어람' 무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지난 8월 공연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보기가 가능하므로 많은 시청 부탁드리며, 시청 후에는 우리 가곡전수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댓글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그럼 우리 9월 무대에서 다시 만나요!!

 

(※아래 그림을 누르면 8월 이유나, 김참이의 노래 열음 공연의 해당 링크로 연결이 됩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