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공연] 2022 인류무형유산 기획공연 '느림의 미학 가곡'

2022. 12. 19. 19:35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지난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 저녁 7시30분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가곡전수관의 주최 주관과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의 후원으로 2022 인류무형유산 기획공연 '느림의 미학 가곡' 무대를 성황리에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2022년 올해는 아름다운 우리 ‘가곡’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등재된 지 벌써 열두 돌이 되었습니다.

긴 세월 다듬어 온 우리의 ‘가곡’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어 보호・육성되는 종목으로 무형문화재 중에서도 전승취약종목으로 분류되어 있는 취약종목입니다. 그 취약종목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가곡전수관은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2022 인류무형유산 기획공연에는 유네스코 등재 열두 돌을 맞아 거문고, 가얏고, 피리, 대금, 해금, 장고 등 우리 악기와 낮은 음역을 보충할 서양악기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함께 연주하는 새로운 가곡 ‘우조 이삭대엽 – 천리에’와 계면조 대받침 태평가 선율을 기초로 작곡된 청성자즌한닙을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새롭게 작곡된 ‘무언가’가 첫 선을 보이는 무대를 가지는 등 가곡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이번 무대를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무대에도 어김없이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사회로 문을 열었습니다.

 

 

유네스코 기획공연의 첫번째 무대는 우조 이삭대엽 '버들은'을 이유나 이수자가 불러주었습니다.

여창가곡은 초삭대엽을 부르지 않으므로 이삭대엽이 여창의 첫곡이다. 가곡 한바탕 중에서 가장 느린 1분 20정 정도로 매우 느리게 부릅니다. 『가곡원류』에서는 이삭대엽의 음악적 풍도를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설법하고 비와 바람이 순조롭고 고르다 (행단설법 우순풍조 杏壇說法 雨順風調)"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버들은’은 봄 세 달 동안 꾀꼬리는 마치 실을 짜듯이 부지런히 버드나무 아래를 오가며 푸르름을 마치 옷감처럼 짜 나가는데, 그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몹시 힘들었다. 온통 시름이었던 것이다(봄날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기다리느라 힘들게 보냈다). 그렇게 어렵게 지켜본 결과 녹음방초가 왔는데, 그것을 남들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녹음방초란 바로 봄날 온통 힘들게 보낸 자신의 시름의 결과물이며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픔이란 것을 표현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시이죠.

 

初章 버들은 실이 되고
貳章 꾀꼬리는 북이 되여
參章 구십(九十)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四章 누구서
五章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두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가 불러주는 계면조 롱 '북두' 입니다.

가곡 계면조 농(弄)은 악곡의 흐름이 흥청거리듯 유연하게 흐르는 곡으로 “농(弄)” 또는 “농가(弄歌)” 라고 불렀습니다. 흥청거리는 창법으로 16박 한 장단의 느린 속도로 부르며, 가곡의 기본형식과 같지만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이 늘어나던지 초장 첫 장단에 3박이 늘어나기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창 계면조 농 북두는 7개의 별을 헤아리며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입니다. 밤새 연인과 정담을 나누는데 빨리 아침이 오니 아침을 알리는 샛별이 뜨지 말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세번째 무대는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을 전수장학생인 신수경, 이가은이 함께 불러주었습니다.

환계락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으로만 부르는데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뀝니다. 빠르기는 1분 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노래입니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네번째 무대는 계면ㆍ우ㆍ계면조 ‘장진주’ 를 이유나, 김참이 이수자가 함께 불러주었습니다.

장진주는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이 지은 장진주사(將進酒辭)를 여창(女唱) 가곡조에 의하여 부르는 곡입니다. 음악적인 형태는 대여음, 초장, 2장 그리고 중여음 이후 5장까지는 가곡과 같이 16박 장단에 의하여 부르나, 3장은 16박장단-8박 장단 반복-16박장단으로 장단과 속도가 변합니다. 선법도 처음은 계면조에서 시작하여 우조를 거쳐 다시 계면조로 변조하는 특이한 노래입니다.

初章 한잔 먹사이다
貳章 또 한잔 먹사이다
參章 꽃 것거 주()를 놓고 무진무진 먹사이다 이 몸 죽은후에 지게 우에 거적 덮어 주푸루혀 메여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에 백복시마(百服緦麻) 울어예나 어욱새 더욱새며 덕게나무 백양(白楊)숲에 가기 곧 기량이면
        누른 해 흰 달과 굵은 눈 가는 비며 소소(簫簫)리 바람불제 뉘 한잔 먹자하리
四章 하물며
五章 무덤 우에 잔나비 파람 헐제 뉘우친들 미치랴
 

 

 

 

다음 다섯번째 무대는 국악연주단 정음의 연주로 들어보는 기악합주 '경풍년' 무대입니다.

경풍년(慶豊年)은 성악곡인 가곡(歌曲)중에서 두거(頭擧)의 선율을 기악화한 곡으로, ‘풍년을 기뻐한다’라는 뜻으로 궁중행사에서 축하용 음악으로 주로 연주한 곡입니다. 가곡은 경우에 따라서 노래 없이 기악곡으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기악곡으로 연주할 때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제외시킨 관악 편성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악곡으로 연주될 때에는 악기고유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져 본 곡과는 다른 새로운 기악곡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오늘은 소규모 편성의 방중악풍으로 연주해 보았습니다.

 

 

 

다음 여섯번째 무대는 가곡전수관에서 초연으로 연주되는 곡으로  청성자즌한닙 주제에 의한 바이올린 독주곡 ‘무언가’ 입니다.  수년간 영송헌아카데미 일반인강좌를 열심히 수강하면서 가곡 공부를 한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한정훈 선생의 창작곡입니다. 앞으로의 가곡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자 서로 다른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 협업으로 만들어 낸 결과로 이번 공연에 조심스레 올려보았습니다. 

무언가란 가사가 없는 가곡과 같은 선율과 양식으로 된 기악 소곡을 의미합니다. 청성자즌한닙은 가곡의 반주음악을 노래 없이 순수 기악곡으로 변주하여 높은 음역에서 연주하는 곡입니다. 여기서 무언가와 청성자즌한닙의 두 의미가 서로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청성곡으로 잘 알려진 단소나 대금을 위한 전통 음악의 주제를 서양악기인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수 있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다음 마지막 곡은 역시 한정훈 작곡가님의 작품으로 가곡전수관에서 초연되는 창작곡 우조 이삭대엽 ‘천리에’ 입니다.
여창가곡 중 우조 이삭대엽이 가진 형식과 선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작품을 구상하였다고 합니다. 대여음과 중여음 역시 원래의 우조 이삭대엽을 따랐으며 서양악기 중 현악기로 음들의 흐름이 더 유려하게 보완하였습니다. 전통가곡의 새로움을 찾는 쪽보다는 전통을 이어가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한정훈 선생님의 작곡의도 입니다.

 

初章 천리(千里)에 만났다가
貳章 천리에 이별하니
參章 천리 꿈속에 천리 () 님 보겠구나
四章 꿈깨어
五章 다시금 생각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강강월(康江月)-

 

 
 
 
 
이렇게 2022 인류무형문화유산 기획공연  '느림의 미학 가곡' 무대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수년간 가곡전수관 활성화사업으로 진행중인 영송헌아카데미 일반인강좌를 통해 우리 가곡을 열심히 배우며 노력해주신 한정훈 선생님께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한정훈선생님~~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더 좋은곡 부탁드려요~~
 
 
 
 
 
이번 초연된 곡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 가능하니 많은 시청하시고 격려 부탁드립니다.
그럼 우리 다음에 다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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