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풍류] 2022 무형문화재 공개행사 '남녀창 가곡 한바탕'

2022. 9. 28. 20:29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지난 8월 11일에는 2022 무형문화재 공개행사 '남녀창 가곡 한바탕' 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분을 찾아뵜었죠?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선생님들께서 1년에 한번 국가무형문화재의 전승 실태를 국민들께 알리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이번 2022년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는 남녀창 가곡 한바탕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남녀창 연창 순서에 맞춰 우조 초삭대엽부터 시작하여 남녀창 대받침까지 잇대어 12곡을 부르는 긴긴 시간의 공연이었죠.
무형문화재 공개행사에 늘 영송당 선생님께서 해설하시랴 노래하시랴 너무 힘드셨는데, 이번 무대는 진주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이신 한윤이 선생님께서 사회를 맡아주셨답니다.

 

 

이번 공개행사에서 공연될 가곡이란 무엇일까요?

가곡이란?
가곡(歌曲)은 조선시대 선비들이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인들 사이에서 연행되어 왔으며 조선시대의 또 다른 성악곡인 시조, 가사와 자주 비교됩니다. 가곡은 특히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하여 가야금, 대금, 거문고 등 관현악반주에 맞춰 부르는 우리 전통성악곡입니다. 19세기 말부터 가곡은 ‘노래’라 하였고, 그 이외의 성악곡은 ‘소리’라 하여 구별을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후기 성악곡 중에 판소리, 서도소리, 홋소리, 짓소리 등에서는 ‘소리’라는 용어가 쓰였고 가곡에는 ‘노래’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노래’라는 용어가 잘 다듬어진 성악곡이라는 뜻으로 유일하게 가곡이 이러한 칭호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가곡은 문학․성악․관현반주 등이 섬세하게 잘 맞물려 완성된 우리 전통 성악곡 중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무대는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신용호 이수자님이 불러주시는 남창(男唱) 우조(羽調) 초삭대엽(初數大葉) ‘동창이’ 입니다.
초삭대엽(初數大葉)은 가곡 한바탕의 맨 처음에 불러 지는 곡이라 하여 '첫치'라고도 합니다. 남녀창이 교대로 부르기 때문에 초삭대엽은 남창이 부르고 여창으로는 부르지 않습니다. 빠르기는 1분 40박 정도이고, 우조 초삭대엽은 가곡 한바탕의 첫 곡입니다. 노랫말은 정격의 시조시를 사용하며, 가곡원류 가지풍도 형용에서는 이 곡의 분위기를 가리켜 "장수선무(長袖善舞) 녹유춘풍(綠柳春風): 긴 소매로 춤을 잘 추고, 푸른 버들이 봄바람에 휘날린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동창이’는 봄을 맞아 이른 새벽부터 일꾼을 깨워 일터로 나가라고 독려하는 농부의 마음을 그린 내용입니다.

初章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貳章  노고지리 우지진다
參章  소치는 아희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
四章  재 넘어
五章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두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과 이정희, 이유나 이수자가 함께 부르는 여창(女唱) 우조(羽調) 이삭대엽(貳數大葉) ‘버들은’ 입니다.

이삭대엽(貳數大葉)은 느린 호흡을 긴장감 있게 이어가는 내재 된 힘과 섬세한 여성미를 갖춘 노래로, 여창 가곡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성악곡입니다. 연주 시간 10분이 넘는 우조 이삭대엽은 전통음악 중에서 가장 느린 곡으로 유명하죠. 시조 한 수를 그 가락에 부르는데 10분이 넘게 걸리며 메트로놈 속도기로는 너무 느려서 잴 수도 없습니다. ‘버들은’의 노랫말은 나는 봄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힘들게 보내는데 남들은 푸른 풀과 잎들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버들은 실이 되고
貳章  꾀꼬리는 북이 되여
參章  구십(九十)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四章  누구서
五章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세번째 무대는  영송당 선생님과 이경원, 김참이 이수자가 함께 부르는 여창(女唱) 우조(羽調) 두거(頭擧) ‘일각이’ 입니다.

두거(頭擧)는 노래의 첫머리를 높이 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들어내는 것'이라고도 하고, 그 속도가 앞의 노래보다 빠르다는 뜻으로 '존자즌한닢'으로도 부릅니다. 고음역에서 화사하고 세련된 여성미가 두드러지는 노래입니다. '일각이'의 노랫말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初章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貳章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오
參章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하랴
四章  천리(千里)에
五章  님 이별 하고 잠 못 일워 하노라

 

 

 네번째 무대는 신용호 이수자님이 불러주는 남창(男唱) 우조(羽調) 소용(騷聳) ‘불 아니’ 입니다.

'소용이' 또는 '삼뢰(三雷)'라고도 부르는데, '소용이'라는 말은 '시끄럽게 솟구치며 떠들썩하고 높다'는 뜻입니다. 삼삭대엽의 가락을 덜고, 이것을 다시 옥타브 위로 질러내서 내는 곡입니다. 소용은 남창으로만 부르는데, 특히 간주인 중여음에서도 노래가 쉬지 않고 일종의 입타령을 노래하는 점이 특징 입니다. 노랫말은 정형의 시조시보다 글자 수가 다소 늘어난 중형의 시조시이며, 빠르기는 1분 50박 정도입니다. [가곡원류]에서는 "사나운 바람이 불고 소나기 몰아치는데, 이리저리 나는 제비와 같다"라고 악곡의 풍도를 형용하고 있습니다. [삼죽금보]에 이 곡이 수록된 점으로 보아 19세기 중기부터 불려진 것으로 보이며, 매우 활기찬 느낌의 악곡입니다. ‘불 아니’는 불가능한 것을 소망하는 인간의 욕심을 풍자하는 내용의 노래이죠.

初章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貳章  여무죽 아니 먹여도 크고 살져 한 걷는 말과
參章  길삼 잘허는 여기첩(女妓妾)과 술 샘는 주전자(酒煎子)와 양 부로 낳는 감은 암소
四章  평생에
五章  이 다섯가지를 두량이면 부러울 것이 없에라
 
 

다섯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과 이유나, 김미경 이수자가 불러주는 여창(女唱) 반우반계(半羽半界) 반엽(半葉) ‘남하여’ 입니다.

반엽(半葉)은 처음에는 우조(羽調) 선율로 시작하다가 곡 중간에 속도가 느려지면서 계면조(界面調) 선율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이 반엽은 앞의 우조 곡과 뒤의 계면조 곡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이 반엽을 반은 우조이고 반은 계면조라는 뜻의 반우반계라 칭합니다. ‘남하여’의 노랫말은 임이 직접 오면 좋으련만 남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전한데 대한 원망을 표현한 내용입니다.

初章  남하여 편지 전치 말고
貳章  당신이 제 오되어
參章  남이 남의 일을 못 일과저 하랴마는
四章  남하여
五章  전한 편지니 일동말동 하여라

 

 

다음 무대는 신용호 이수자님이 불러주는 남창(男唱) 계면조(界面調) 초삭대엽(初數大葉) ‘청석령’ 입니다.

초삭대엽(初數大葉)은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로)으로만 부릅니다. ‘청석령’은 봉림대군(효종)이 병자호란 후에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끌려가면서 지은 시로 유명하죠.

初章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다
貳章  초하구(草河溝) 어디메오
參章  호풍(胡風)도 참도 찰사 구진비는 무엄 일고
四章  뉘라서
五章  내 행색(行色) 그려 내어 님 계신 데 드리리
 

 

일곱번째 무대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과 김나령, 박은영 이수자가 함께 부르는 여창(女唱) 계면조(界面調) 이삭대엽(貳數大葉) ‘언약이’ 입니다. 

이삭대엽(貳數大葉)은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에 각각 있습니다. ‘언약이’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섬세한 마음이 표현되어 있는 노랫말입니다.  봄꽃 피면 오신다는 언약을 하고 떠난 님이 봄꽃이 다 지는데도 오시질 않으니, 아침에 까치가 울어 혹시 몰라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한다는 내용으로 말로 한 약속이 문서로 한 약속과도 같은 것인데 오지 않는 님을 그리워하며 오늘 또 한번 믿어 볼까 하는 마음의 노랫말입니다.

初章  언약(言約)이 늦어가니
貳章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參章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四章  그러나
五章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가 하노라

 

 

여덟번째 무대는 영송당 선생님과 신수경, 이가은 전수장학생이 함께 부르는  여창(女唱) 계면조(界面調) 두거(頭擧) ‘임술지추’ 입니다. 

두거(頭擧)는 노래의 첫머리를 높이 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들어 내는 것’이라고도 하고, 그 속도가 앞의 노래보다 빠르다는 뜻으로 ‘존자즌한닢’ 으로도 부릅니다. 고음역에서 화사하고 세련된 여성미가 두드러지는 노래이다. 두거는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이 각각 있다. ‘임술지추’의 노랫말은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의「적벽부(赤壁賦)」에 나오는 구절로, 소동파처럼 풍류를 즐기고 싶지만 같이 즐길 이가 없어 아쉽다는 내용이다.

初章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기망(七月旣望)에
貳章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參章  손조 고기 낚아 고기 주고 술을 사니
四章  지금에
五章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 이 적어 하노라
 

 

  다음 무대는 신용호 이수자님이 불러주는 남창(男唱) 우조(羽調) 언락(言樂) ‘벽사창이’ 입니다.

언락 ‘벽사창이’는 남창 가객이 가장 많이 부르는 곡 중 하나로, 여창에는 없고 오로지 남창에만 있는데다 옛날에는 언락을 ‘지르는 낙시조’라 불렀을 만큼 소리를 높이 질러내는 선율이 많아 화려한 남창 가곡의 맛을 감상할 수 있다.

언락은 첫부분을 높은 음으로 부르다가 2장 이하는 담담하면서도 출렁거리는 느낌을 주는 창법으로 부른다. 비교적 빠르게 부르는 언락은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의 관객들과도 잘 통하는 면이 있는 곡이다. ‘벽사창이’는 창밖에 어른거리는 달그림자를 보고 임인 줄 알고 뛰쳐나갔다가 스스로 허탈해 웃고 마는 애틋한 연모의 마음을 담고 있는 내용의 노랫말이다.

初章  벽사창(碧紗窓)이 어룬어룬커늘
貳章  임(任)만 여겨 펄떡 뛰어 나가보니
參章  임은 아니 오고 명월(明月)이 만정(滿庭)헌데 벽오동(碧梧桐) 젖은 잎에
        봉황(鳳凰)이 와서 긴 목을 후여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四章  마초아
五章  밤일세만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번 하여라
 

 

  열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와 신수경 이가은 전수장학생이 함께하는 여창(女唱) 반우반계(半羽半界) 환계락(還界樂) ‘사랑을’ 입니다.

환계락(還界樂)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에만 있는 곡으로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에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뀐다. 빠르기는 1분 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한다. ‘사랑을’은 세상이 아무리 어리석다 손가락질해도 목숨보다 중요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직함을 노래한 내용이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泰山峻嶺)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열한번째 무대는 역시 신용호 이수자님이 불러주는 남창(男唱) 계면조(界面調) 편삭대엽(編數大葉) ‘진국명산’ 입니다.

편삭대엽(編數大葉)은 ‘편장단(編長短)으로 삭대엽(數大葉)을 부르는 가곡’이라는 뜻으로 빠른 속도로 사설이 많은 시조시를 노래하는 곡이다. 편삭대엽의 한 장단은 10박이며, 반주는 활달하게 진행하여 경쾌한 느낌을 준다. 진국명산은 초삭대엽, 이삭대엽의 느리고 유장한 선율선과는 달리 속도감을 느낄 수 있으며, 여창으로 부르는 편삭대엽의 고운 이미지와 반대되는 박진감을 맛볼 수 있다. ‘진국명산’은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을 칭송하는 내용의 노랫말이다.

初章  진국명산(鎭國名山) 만장봉(萬丈峯)이
貳章  청천삭출(靑天削出) 금부용(金芙蓉)이라
參章  거벽(巨擘)은 흘립(屹立)하여 북주삼각(北主三角)이요 기암(奇巖)은 두기(陡起)허여 남안잠두(南案蠶頭)이로다
        좌룡낙산(左龍駱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응상궐(蟠空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출인걸(鍾英出人傑)허니 미재(美哉)라 아동산하지고(我東山河之固)여
        성대의관(聖代衣冠) 태평문물(太平文物)이 만만세지금탕(萬萬歲之金湯) 이로다
四章  연풍(年豊)코
五章  국태민안(國泰民安)허여 구추황국(九秋黃菊) 단풍절(丹楓節)에 인유이봉무(麟遊而鳳舞)커늘
        면악등림(緬岳登臨)허여 취포반환(醉飽盤桓)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이샷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남녀창(男女唱) 계면조(界面調) 대받침 ‘이려도(태평가)’ 은 신용호 이수자님과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께서 불러주셨습니다. 

계면조 대받침은 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가곡을 연창할 때 남·녀창 가객이 번갈아 부르다가 맨 마지막에 남·녀창 선율의 대비와 조화가 특징적인 남·녀 가객이 동시에 부르는 유일한 노래이다. 옛 문헌에는 가필주대(歌畢奏臺) 또는 편대(編臺), 대받침 등의 이름으로 실려 있지만 노랫말 때문에 태평가라고도 부른다.

초장의 시작은 12박부터 노래와 반주가 함께 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랫말도 초장 처음의 ‘이려도’는 부르지 않고 ‘태평성대’부터 노래한다. 또 다른 곡과는 달리 대여음이 없고 거문고로만 초장의 1박부터 11박까지를 연주하여 전주 역할을 한다. ‘이려도’는 성수침의 시조로 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내용의 노랫말이다.

初章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貳章  저랴도 성대(聖代)로다
參章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四章  우리도
五章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이렇게 장장 두시간의 긴 공연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긴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자리해 주셔서 2022 공개행사를 축하해주시고 끝까지 함께 해주셨습니다.  공연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우신 분들은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보기도 가능하니 많은 시청 부탁드리며 댓글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 목요풍류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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