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무형문화재 공개행사_가집속에 숨은 노래 "海東歌謠"

2014. 10. 1. 20:23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을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둣 합니다.

하늘에서도 바람에서도.. 가을냄새가 물씬 나는 10월의 첫날 입니다. 지난 9월 25일 가곡전수관에서는 2014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로 <가집속에 숨은 노래 "海東歌謠"> 무대가 펼쳐졌었답니다.

 

『해동가요』는 김천택의 『청구영언』보다 한 세대 후, 곧 대략 30년 후에 만들어집 가집입니다. 현재 4권이 남아있는데 이러한 연유는 해동가요의 저자인 김수장이 한번 책을 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평생을 받쳐 개정본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가객 김수장의 식지 않는 가곡 사랑이 참으로 인상적인 가집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이번공연에서는 가곡의 전성시대인 해동가요 시절에 불리우던 노래들을 펼쳐 보였습니다. 다양한 노랫말에 따른 곡과 선율 흐름의 진행이 가곡을 이해하고 정신수양과 인격도야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많은 보탬이 보기를 바라며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께서 많은 준비를 하셨답니다.

 

우리 가곡은 오랜 세월 예술의 자존을 지키며 전승되어 중요무형문화재 지정과 시계무형유산걸작 등재로 그 위상은 높아졌지만 그 가치를 앙는 이가 적고,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종목 중에서도 전승 취약 종목으로 지정되어 어렵게 명맥을 잇고 있는 중입니다. 옛 해동가요 시절 처럼 많은 분들이 가곡을 사랑 하고 애창할 수 있는 시절이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열심히 공연 준비를 하였답니다.

 

늘 목요풍류 공연에서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께서 재미난 해설을 맡아 주셨는데요..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 가곡전수관의 만능일꾼!! 신용호 사무국장님께서 해설을 맡아주셨답니다. 한복 입은 신용호국장님 멋지시죠?^^

 

 

 

 

첫곡은 여창가곡 우조 이삭대엽 '성음은' 을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께서 불러 주셨습니다.

 

 

 

 

             

              初章   성음(聲音)은 각각(各各)이니

              貳章   절강고저(節腔高低)를 잃지 말고

              參章   오음(五音)을 채 몰라도 율려(律呂)를 찰하스라

              四章   진실한

              五章   묘리(妙理)를 모르면 이름 서기 쉬우랴   <김수장 作> 

 

가곡 선율의 오묘한 이치를 모른다면 어찌 가객이라 할 수 있으랴. 목소리는 다 달라도, 이치에 따라 제대로 노래불러야 한다는 가객다운 일침이다. 18세기 가객 김수장의 가곡 사랑과 자부심이 한껏 드러나는 노래이다.

 

 

 

 

두번째곡은 우조 평거 '노래 삼긴' 입니다. 영송당선생님과 이경원, 이유나 이수자  이렇게 세분이서 불러주셨습니다.

 

 

 

 

              初章 노래삼긴 사람

              二章 시름도 하도 할샤

              三章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푸돗던가

              四章 진실로

              五章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신흠 作>

 

 

 처음 노래를 만든 사람! 시름이 얼마나 많았으면 시로 다 달래지 못하고 끝내 노래로 풀어내려 했단 말인가. 가곡이야말로 우리네 인생의 진정한 위로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다음곡은 우리의 석죽화! 이유나 김동영 김참이 가인이 불러주었습니다.

 

 

 

             

             初章   해 뜨면 일하고

             貳章   해가 지면 쉬네

             參章   밭을 갈아 밥 먹고 우물 파서 물마시니

             四章   임금의

             五章   힘이 내게 무슨 소용인가

 

태평성대 백성들의 노래이다. 성군 요임금이 들에 나가보니, 한 노인이 나무그늘에 누워 배를 두드리고 땅을 구르며 바로 이 노래 격양가를 불렀다 한다. 격양가를 가곡으로 부르며 옛 선인들이 꿈꾸었던 세상, 오늘 다시 이 노래를 부르며 같은 꿈을 꾼다.

 

 

 

 

다음곡은 남창가곡 우조 소용 '아함 긔'를 신용호 사무국장님께서 불러주셨습니다. 정말 만능이시죠?^^

 

 

 

 

 

              初章   아함 긔 뉘옵신고

              貳章   건너 불당(佛堂) 동녕승(動鈴僧) 내오러니

              參章   홀거사 혼자 자는 방안에 무삼일 하러와 계옵신고

              四章   홀거사님

              五章   노감토 벗어 건 말 곁에 곳깔 벗어 걸러 왔슴네

 

한반중 적막절간, 스님 거처에 찾아든 뜻밖의 손님. 주인과 손의 대화가 수상하다. '에험, 누구 오셨는가?' '건너 불당의 여승이올시다.' '거사 홀로 자는 방에 무엇 하러 오셨는가?' '거사님 감투 걸어놓은 옆에 내 고깔도 벗어 걸러 왔소이다.' 아, 사람 냄새나는 이들을 보고 부처님도  웃으셨으리라.

 

 

 

다음 다섯번째곡은 여창가곡 반우반계 반엽 '이제는'을 영송당선생님과 조수연, 김나령가인이 불러주었습니다.

 

 

 

 

             

 

 

              初章  이제는 다 늙거다

              貳章  무스 거슬 내 알든가

              參章  울 아래 황국(黃菊)이요 안상(案上)의 현금(玄琴)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일권가보(一卷歌譜)는 틈 없은가 하노라   <김수장 作>

 

 

가객 김수장의 노년 모습이 보인다. 이제 다 늙었으니 무엇을 더 알겠느냐며, 울밑의 노란 국화, 탁상의 거문고, 한 권 노래책이 내 일상이라고 노래한다. 이 짧은 노래에 노가객의 격조 높은 연륜과 운치가 가득하다.

 

 

 

다음곡은 계면조 이삭대엽 '내 살이'를 영송당선생님과 송미영, 변혜영가인이 불러주었습니다.

 

 

 

 

              初章 내 살이 담박(淡泊)한 중에

              貳章 다만 끼쳐 있는 것은

              參章 수경(數莖) 포도(葡萄)와 일권가보(一卷歌譜) 뿐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유신(有信)한 것은 풍월(風月)인가 하노라  <김수장 作>

 

가객 김수장의 일상이 보인다. 가객의 살림살이란 담박해서, 몇 줄기 포도, 한 권 노래책, 그리고 바람과 달 뿐이란다. 명가객의 노래 깊이가 어디서 오는지 알겠다. 그의 담백한 가곡생활이 그립다.

 

 

 

일곱번째곡은 계면조 두거 '이 몸' 입니다. 이번곡은 이정희, 김나령, 박은영, 김미경 가인이 불렀습니다.

 

 

 

              初章 이 몸 생긴 후에

              貳章 성대(聖代)를 만나오니

              參章 요천일월(堯天日月)이 대동(大東)에 밝았세라

              四章 우로(雨露)

              五章 덕택이 넓으시어 못내 즐겨 하노라 <김수장 作>

 

 

가객 김수장이 본 세상을 만나보자. 태평의 기운이 넘치는 동방의 나라에서 나고 자라, 비이슬 넓은 은덕에 못내 즐겨 할 뿐이다. 명가객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랐던 것이다. 그의 밝은 천성이 그립다.

 

 

 

여덟번째곡은 계면조 농 '장삼뜯어'입니다. 조수연, 이유나, 김동영, 김참이, 변혜영 가인이 불러주었습니다.

 

 

 

 

             

             初章   장삼(長衫) 뜯어 중의(中衣) 적삼(赤衫) 짓고

                   貳章   염주(念珠) 뜯어 당나귀 밀밀치하고

             參章   석왕세계(釋王世界) 극락세계(極樂世界)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십년(十年) 공부(工夫) 너 갈 데로 니거

             四章   밤중만

             五章   암거사 품에 드니 염불(念佛)경이 없더라

 

 

취승곡으로 알려진 가곡이다. 취승이 그만 여자를 알고서, 십년 불도 공력을 내던져버리는 모습이 웃음을 안겨준다. 장삼은 치마 적삼을 만들고, 염주는 당나귀 안장 장식을 만든다. 그리고 한밤중 암거사 품에서 염불은 아득히 멀어져간다고 노래한다.

 

 

 

마지막 곡은 계면조 대받침 '오날이'를 영송당 선생님, 조수연, 김나령, 이유나, 김동영, 김참이, 변혜영 가인이 불러주었습니다.

 

 

             

 

              初章   (오날이) 오날이쇼셔

                    貳章   매일(每日)의 오날이쇼셔

              參章   저므려지도 새지도 마르시고

              四章   매양에

              五章   주야장상(晝夜長常)에 오날이 오날이쇼셔

 

오늘이여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말고 오늘이소서. 새려거든 매일 매일이 오늘이소서. 옛 사람들은 기쁘고 좋은 날엔 이 노래를 아주 오랫동안 애창해왔다. 가히 육백년은 넘게 불러온 이 노래의 바램은 가곡으로 지금도 이어진다.

 

 

 

이렇게 9곡의 가집속에 숨은 노래 "海東歌謠" 공연이 막을 내렸습니다. 9곡이나 잇대어 연주하느라 힘들었던 악사들과 가인들이 함께 관객분들께 인사를 올리고 이날의 공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오셔서 축하와 감상을 해주셔서 전 노래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던지.. 늘 목요풍류에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노래를 불렀더랬죠~^^

 

아참!! 그리고 이번 공연에 노랫말해설을 멋드러지게 적어주신 신경숙교수님 고맙습니다~~^^

그럼 다음 더 멋진 공연을 기대하며~~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