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한국의 名人- 전통가곡 계승자 조순자씨

2009. 4. 24. 13:24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한국의 名人- 전통가곡 계승자 조순자씨


(마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전통가곡(歌曲)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인 `가곡(歌曲)'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영송당(永松堂) 조순자(曺淳子.63.여)씨가 말하는 `가곡의 꿈'은 소박하다. 우리나라 전통 음악인 `가곡'이 서양식 음악에다 노랫말만 입힌 `서양식 가곡' 때문에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일제의 강점기 문화말살 정책에 따라 우리의 전통 가곡은 사라지고 족보도 없는 서양가곡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주객이 전도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전통가곡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조씨다.
전통가곡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피리, 가야금, 거문고 등 관현악 반주에 얹어 부르는 성악곡으로, 시와 노래, 연주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조씨는 경남 마산시 회원동에 자리잡은 가곡전수관을 찾은 기자를 청아한 목소리와 해맑은 미소로 반갑게 맞았다. 지난해 9월25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문을 연 가곡전수관은 국비와 도.시비 등 팔억원을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590㎡ 규모로 지어졌으며, 강의실, 시청각실, 개인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다.
조씨는 기자를 만나자 가곡 이야기는 제쳐놓고 지방애찬론부터 펼쳤다. 그는 "문화는 다양하고 공평해야 한다"면서 "경상도 총각에 반해 마산에 시집와서 40여년을 여기서 줄곧 살고 있고 앞으로도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문화시장을 주도하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그것도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전통가곡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조씨는 "어렵게 지켜온 우리의 전통 가곡을 어떻게 하면 더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곡은 관조적이고 정적인 면이 있는데다 일정한 형식과 반주가 필요하기 때문에 널리 노래로 불리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이 점 때문에 오염이 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 성악곡인 가곡은 완벽하게 음악적으로 구성된 노래라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흔히 알려진 '판소리'가 가창자 혼자 반주없이 부르는 소리라면 가곡은 반드시 관현반주가 어우러져야 완성될 수 있는 음악이라고 한다. 조씨가 본격적으로 국악에 입문한 시기는 50년전인 1958년으로, 당시 그의 나이는 14세였다. 조씨는 KBS방송국에서 남녀 국악연구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응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공채 2기로 합격했다.

조씨는 그곳에서 당대 최고의 명인, 명창들에게 가무악(歌舞樂)을 익혔다. 그는 "모든 과목이 다 좋았지만 특히 판소리, 민요 등의 기초가 되는 가곡이 좋았다"며 가곡을 먼저 배운 이유를 설명했다. 조씨의 첫 스승은 국립국악원 초대 원장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인 가곡, 제41호인 가사의 예능보유자인 소남(韶南) 이주환(李珠煥) 선생이었다.

이주환 선생은 조씨를 비롯한 문하생들을 부동자세로 앉혀 손장단으로 노래를 가르칠 정도로 매우 엄했다고 한다. 조씨는 가곡 50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스승과의 첫 해외공연을 꼽았다. 조씨는 "국립국악원이 생기고 난 뒤인 1964년, 처음으로 해외공연을 나가 '춘면곡'을 독창하고 이 선생님과 함께 '태평가' 이중창을 한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감회에 젖었다.

2001년 가곡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조씨가 전하는 가곡의 세계는 평화로움 그 자체다. 그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엄습했을 때 혼자 집에 있었는데 너무나 무서운 생각이 들어 정좌를 하고 가곡을 계속 불렀더니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면서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가곡은 명상음악"이라면서 "가곡을 통해 물질문명의 이기심을 털고 정신문명에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어떻게 득음의 경지에 올랐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득음을 위해 노래하고 있다"며 어린아이 처럼 환하게 웃었다.

조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어려웠던 삶을 설명하기 보다는 전통가곡 그 자체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비중을 뒀다. 조씨는 "소망했던 가곡전수관을 지었지만 시설이나 예산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사비를 털고 도움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녀야 할 판"이라며 가곡전수관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조씨의 표정과 말에는 힘든 기색보다 전통가곡의 세계에 빠져든 열정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는 "전통가곡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가곡전수관이 학점을 인정받는 국악단과 대학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다음달부터는 가곡을 더욱 알리기 위해 상설공연도 시작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학생들도 가곡을 듣고 편안함을 느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뻤다"며 "우리의 전통 가곡이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씨는 < 조순자 여창가곡 전집 >(세마당 전집 45곡), < 조순자 여창가곡 전집 >(첫째바탕 15곡) 등 음반은 물론, < 여창가곡 마흔다섯닢 >, < 가집에 담아낸 노래와 사람들 > 등 책도 펴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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