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금요풍류] "공연보고 노래 배우고... 이게 바로 풍류방"(12월 18일)

2009. 12. 19. 15:23풍류방이야기


신화학자이면서 소설가로 유명한 이윤기 님의 산문집, <어른의 학교>에는 '우리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그가 가까이 모시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영석 교수가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노래도 많이 알고 또 굉장히 잘 부른다는 소개로 시작한 이 글에서, 그는 자신도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고 노랫가사도 많이 알지만 가사를 따로 왼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가라오케 기계 나오고부터 우리는 망하고 말았다"고 말합니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가 멋이 없는데다, 남의 노래 들을 생각은 않고 내 노래 부를 생각만 하게 만든다나요.

요즘의 공연문화도 이와 같지 않나 합니다. 최근 관객 참여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연주자와 관객은 여전히 무대와 객석처럼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당놀이는 관객이 공연 중간중간 끼어들기를 하면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갑니다. 풍류방 문화도 이와 같습니다. 조선시대 풍류방에서는 모인 사람들 중 누군가 연주나 노래를 하면 이에 답가를 부르기도 하고, 즉석에서 시도 짓고 그 시로 또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풍류방 문화에서는 누구나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관객이었던 것입니다.

지난 12월 18일(금)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에서는 2009년의 마지막 금요풍류,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차와 음악이 함께하는 금요풍류'는 가곡전수관의 상설공연으로 자리잡아, 가곡, 가사, 시조를 비롯해 창작국악, 기악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을 이어왔습니다. 21세기 새로운 공연문화로써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는 평면구조의 공연문화인 '풍류방 문화'를 소개해온 가곡전수관에서 올해 마지막 금요풍류는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선, 거의 매번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고정관객 여러분들이 마지막 공연에도 어김없이 오셔서 뜻깊은 공연을 만들어주셨고, 다음으로는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던 질의, 응답에서 나아가 직접 노래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함께 불러본 노래는 시조, '장진주사'였는데요. 손장단에 맞춰 한 자락씩 부르시는 모습을 보니 모두들 연주단 못지 않은 실력파가 될 자질을 갖고 계신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함께 시조, <장진주사>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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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많이 알려진 판소리의 경우에는 창자와 청자의 뚜렷한 경계가 있습니다. 판소리를 부르는 사람은 서양에서 말하는 음유시인에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편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전달하기 때문에 청자는 느긋하게 이야기꾼의 소리를 듣습니다. 가곡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풍류방 문화에서 서로 번갈아 가며 불렀다는 이야기를 했다시피, 듣는 것 뿐만 아니라 수신의 노래로서 직접 즐겨 불렀기 때문입니다. 유가를 바탕으로한 문화에서 악(樂)은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뛰어넘습니다. 유교에서 예를 보완하는데 꼭 필요한 덕목으로 꼽았던 악(樂)은 이러한 이유로 조선시대에 많이 가창되어졌다고 전해집니다.

노래 좋아하는 민족이니 부르기는 불러야겠지요. 하지만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은 좋은데 노래방은 싫습니다. 노래 부르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리는 손위 동서가 손아래 동서를 노래 부르라고 찔벅거리는 그런 엇박자스러운 분위기가 노래방에는 없습니다. 오래 잊고 있던 노래 가사가, 그 노래 한창 부르고 다닐 당시의 기묘한 정조 상태를 촉발하면서 희한하게 되살아나는 재미도 없습니다.    - p.167, <어른의 학교>

앞서 언급한 이윤기 님은 같은 글에서 위에 옮긴 것처럼 기계없이 '찔벅거리던 엇박자스러운 분위기'가 노래방에는 없어 싫다고 하셨는데요. 손장단을 치면서 흐름에 맞춰 우리 노래를 불러보니, 바로 그 엇박자스런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공연보러 왔다가 노래까지 배우게 된 금요풍류, 풍류방 문화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리고 함께 노래를 불렀더니 돌아가는 길에는 모두들 서로 예전부터 알던 사람인양 친근감이 느껴졌지요. "산에서 만난 사람은 모두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습니다. "풍류방에서 만난 사람은 모두 친구가 된다"로요.

2010년에도 더 좋은 공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


★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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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피해가지 않는 '느닷없는 행복' 시간 (당신도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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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소감
- 한국의 음악이란 것에 대해 알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많은 노력 부탁드립니다.
- 우리 문화의 가치와 전승의 소중함을 느꼈고 세계화가 필요하다.
- 대형공간에서 정기공연을 통한 홍보가 필요하다.
- 많은 홍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대중화에 힘써 주세요.
- 직접 들으니 감동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 정서적이고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 오늘 처음 관람했는데 향후 많은 홍보가 되었으면 한다.
- 오면 올수록 오고 싶은 충동이 강해지는군요. 감사합니다.
- 다정하다.
- 낯설지만 신선하다.

관객분들의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2010년에 또 만나요~^^

※ 특별히 이번 공연에는 진주에서 오신 김창선 선생님께서 호박떡과 콩떡을, 김우규 선생님께서 영송당 관장님의 건강과 연주단을 위해 배즙(1box)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차와 음악이 함께하는 열두번째 금요풍류 (12월 18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기악곡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
       가곡 평조 이삭대엽 ‘동짓달’  
       평시조 ‘산은 옛 산이로되’
       가야금 제주 ‘박상근류 짧은 산조’
       가곡 계면조 평롱 ‘북두칠성’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가곡 계면조 대받침 ‘이려도(태평가)’
  연주자
        노   래_ 이종록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이수자)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이성순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가야금_ 오은영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해   금_ 이준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김성태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특별출연_ 박지은(부산맹아학교 고등부 2)
                       이유나(부산예고 1)/ 김미나(부산예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