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풍류 4회] 소나기의 감성에 흠뻑 젖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초시네 증손자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 가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 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 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속을 빤히 들여다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2012. 3. 30.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