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야기] 추위도 밉지 않았던 가곡전수관 방문기

2010. 1. 16. 14:40사랑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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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지난 1월 9일, 전수관에 세 분의 손님이 방문하셨습니다. 바로 관장님과 친분이 있으신 정영숙 선생님과 조카분들이십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정영숙 선생님은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분인데다, <한얼음악경연대회>라는 대회를 만드신 분입니다. 두 조카분은 정영숙 선생님의 권유로 각각 대금과 해금을 전공하셨다고 합니다.

아래글은 정영숙 선생님께서 관장님을 만나뵌 후 보내오신 '감상'입니다. 관장님, 가곡전수관, 우리 음악 등에 대한 소박하고 진솔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그날은 미쳐 사진 한 장 찍지 못했지만, 앞으로 자주 들러주신다하니 꼭 다음 기회에는 활짝 웃는 모습 하나 담아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선생님을 만나다 

                           
- 정영숙 -

서양 음악 공부만 한 나는, 항상 마음속에 우리음악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갈급, 갈등이 있어서 그 마음의 동요를 조금이나마 바르게 붙잡기 위하여, 38년전에 <한얼음악경연대회>를 발족하여 청소년들에게 우리음악의 선율로 작곡된 피아노곡과 성악곡을 지정곡으로 정하여 보급해 왔다.

그리고 우리집안에도 우리음악을 전공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되겠다는 소망에 막내 동생의 예쁜 큰 딸(정나례)을 설득하여 대금을 배우도록 했다. 대금 소리뿐 아니라 우리 음악은 한(恨)의 소리가 많아 슬프고 어둡다. 특히 대금은 감정이 떨리는 듯하면서 청결한 소리를 내어서 조용히 들어보면 하늘에서 옥피리를 부르는 것 같은 음색이라 나는 그 소리를 자주 듣는다.

둘째 딸(정소례)도 제 언니를 따라 해금을 전공하고 있다. 나는 해금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궁중에서 황제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후궁들의 깡깡거리는 투정의 악기라고---.어디까지나 나의 느낌이고 해석이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국악을 전공하는 두 질녀를 데리고 아침일찍 <가곡전수관>을 찾아같다. 약속한10시에 조순자선생님을 만났다. 조순자선생님은 국가적으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이며 나와는 친밀한 사이다. 몇 년 전에 보았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두 질녀가 저희들이 들은 소문대로 존경하는 조순자선생님을 꼭 뵈어야겠다고 하여 인사를 시키러 갔다.

가야금소리와 가곡이 조용히 들려오는 전수관. 세파에 찌들어지고 흩어졌던 감정이 우리가락의 연주를 들으니 시냇물이 한곳으로 모여 바위를 뚫고 내려가는 듯한 상쾌함이 왔다. 아파트를 등지고 한옥에서 살고 있는 나와 비슷한 삶이랄까? 조순자선생님의 커다란 방은 온통 우리 것뿐이다.

여직원이 차를 가지고 왔다. 서양차가 아닌 우리 차다. 아주 작은 컵에 한 모금씩 마시니 내가 정경부인이나 되는 듯한 자부심이 은근히 울어났다. 질녀가 선물로 준비해온 떡을 내어놓고 함께 먹었다. 어머니와 내가 양과자집에 가서 고급 케익을 사자고 했더니, 조선생님은 분명히 우리나라 떡을 좋아 하실 거라며 새벽부터 떡집에 가서 최고급 떡을 아주 예쁘게 만들어 포장해 왔다. " 나는 아무리 해석을 잘해도 애국자가 못되고 어중 잽이 애국자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선듯 지나갔다.

준비해 간 수필집(어머니의사진)을 선물했더니, 어머니의 안부를 물었다. 어머니는 조선생님의 음악을 너무 좋아하신다. 언젠가 기억은 나지않지만 조선생님의 연주장을 모시고 갔는데, 우리 가곡 연주를 듣고 오시드니 날보고" 조순자선생님은 어디서 그렇게 맑고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는지 꼭 내가 숲속에서 천사의 소리를 듣는것 같더라. 다 같은 소리인데 그 소리는 네가 잘 하는 서양음악의 노래 같더라" 고 하셨다. 그리고 조선생님이 집필한 <가집에 담아낸 노래와 사람들>과 조순자 가곡집 CD 한장을 선물받았다

조선생님은 질녀들에게 특강을 했다.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과 보존. 대중화. 그리고 예능계의 비리를 통탄하는 말을 술술했다. 양악계만 비리가 있는 것이 아니고, 국악계도 물질 판이라니 생각이 깊고 신념이 있는 예술인들은 진심으로 통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악 용어를 말하는데 알듯 모를 듯 하여 질녀들에게 물었더니, 저희들은 잘 알아듣고 있다고 했다.

약 2시간의 담소를 마치고 가곡 전수관을 돌아보았다. 국가에서 지어준 건물이며 옆에는 연주실을 짓고 있는 중이라 시끄러웠다. 나는 농담으로 "나도 조선생님처럼 진작 국악을 전공할것을 ---" 했더니 환하게 웃었다. 여하튼 후세에도 빛나는 인물이 된 조선생님이다. 영송당조순자 관장실. 로비. 자음실. 강의실. 시청각실이 있고, 널따란 시청각실에는 악기를 배우는사람들과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가 어찌 여기 있느냐고 물었더니, 서울대학교 갈려면 피아노 연주를 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아노는 모든 악기에 다 쓰이는 기본악기다. 내가 전공한 악기라 기분이 좋았다.

질녀 둘은, 천년의 소리가 피어오르는 가곡전수관에서, 한국의 유일한 가곡 예능보유자인 조순자선생님을 만나게 해준 고모가 고맙고, 자랑스럽고,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나도 양심이 편하다. 국악인 조선생님께 우리집안에도 국악을 하는 음악인이 있다는 자부심과 자랑을 하고 나오니 추위도 밉지가 않았다.

                                                                                                     2010년 1월9일. 강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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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숙 선생님은 얼마전 <어머니의 사진>이라는 수필집을 내기도 하셨는데요.
저자 소개를 통해 정영숙 선생님을 좀 더 알아보세요.

★ 저자 소개
저자 정영숙은 1941년 경남함양군수동면에서 출생하여 수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마산으로 이사와 마산제일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중1년 때부터 조용찬. 미국인 음악박사 Dr. Dweitht Malsbart(한국명. 마두원). 독일의 Been Back 선교사. 서인진. 비엔나 국립음대 Wagner Artzt 교수에게 오르간과 피아노를 사사했다. 한국음악연수원 피아노전공 4년을 졸업하고,  스위스 Chrischona Akademie 교회음악과 피아노전공을 수학함과 동시에 오스트리아 Wienna Musek Seminar수료하였다. 

  42년간 오로지 한길인 피아노교사로서 마산과 부산에서 수많은 제자를 양성함과 아울러 교회. 방송국. 연합성가대. 대학. 교향악단, 개인 독창회. 실내악단 반주를 하였으며, 문하생 연주회도 수 회 가졌다.

  1971년에 한국음악지도협회경남지회와한얼음악경연대회를 발족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며, 현제는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한국음악협회 부회장을 역임하였고, 2회의 예총공로상외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50세에 마산교도소종교위원으로 법무부 위촉을 받아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선한사마리아선교회를 조직하였다. 그 외 정신교육강사를 16년, 교도소교회 반주 10년을 역임하고, 전국재소자문예작품심사위원과 문서선교를 17년 연임 하고 있다.  대구지방교정청장.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성경과 좋은 책을 읽도록 훈련을 시킨 덕분으로 50세에 문학공부(사사. 정목일) 를 시작하여 각종 문예집. 신문에 투고하다가 57세에 크리스챤 문학 수필부문에 등단함과 동시에, 어느 재소자의 모정을 주제로 한 수필집<어머니만 있다면 >을 출판했다. 58세에 아동문학 시 부문. 61세에 미국무성과 Epipodo 문학사 주최 수필부문에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노랫말을 300여 편 지었으며, 100편의 작곡과 음반수록이 되어있다. 67세에 작사 집 제1권< 정영숙이 지은 마음의 노래>를 출판하고, 69세에 내 어머니를 주제로 한 <어머니의 사진>을 출판 중이다. 100편의 작곡과 음반수록이 되었다. 마산MBC시민기자. 고려문학회부회장역임. 크리스챤 문학. 아동문학. 21C 한국교회음악연구회 작사분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 고려문학대상을 수상하였다.

  69년의 인생항로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과 본인의 삶을 경험으로 상처받은 이웃에 봉사자가 되고 싶어 카운슬러 대학. 통신신학대학(고신2년)졸업. 남 마산노회 주체 전도사고시 수석합격. 여성부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 전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사랑샘공동체의 자문위원으로, 사랑이 샘솟는 집 운영위원장으로. 마산성막교회 특수사역 파견 전도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