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0. 19:36ㆍ풍류방이야기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 입니다. 지난 10월 23일 3.15 아트홀 소극장에서 국가무형유산 명인 특별기획 <거인(巨人)>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 소당 황규남 선생님, 손양희 선생님, 영송당가곡보존회, 국악연주단 정음이 함께 하였습니다! 사회는 TBN경남교통방송 진행자이자 작가이신 김혜란 선생님께서 함께 해주셔서 더 풍성한 무대가 연출되었답니다~!

첫번째 곡은 기악합주 '경풍년' 입니다. 경풍년(慶豊年)은 성악곡인 가곡(歌曲)중에서 두거(頭擧)의 선율을 기악화한 곡으로, ‘풍년을 기뻐한다’라는 뜻으로 궁중행사에서 축하용 음악으로 주로 연주한 곡 입니다.
가곡은 경우에 따라서 노래 없이 기악곡으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기악곡으로 연주할 때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제외시킨 관악 편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악곡으로 연주될 때에는 악기고유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져 본 곡과는 다른 새로운 기악곡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두번째 곡은 가곡 우조 이삭대엽 '버들은' 입니다.
여창가곡은 초삭대엽을 부르지 않으므로 이삭대엽이 여창의 첫곡 입니다. 가곡 한바탕 중에서 가장 느린 1분 20정 정도로 매우 느리게 부릅니다. 『가곡원류』에서는 이삭대엽의 음악적 풍도를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설법하고 비와 바람이 순조롭고 고르다 (행단설법 우순풍조 杏壇說法 雨順風調)"라고 표현하였습니다.

初章 버들은 실이 되고
貳章 꾀꼬리는 북이 되여
參章 구십(九十)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四章 누구서
五章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세번째 곡은 가사 '백구사' 입니다.
백구사는 12가사 중 풍류음악의 품격과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노래로 남자 가객들의 애창곡인데요~
관직에서 물러난 선비가 자연에 귀의하여 백구와 벗이 되어 풍류를 누리겠다는 내용으로 사설의 첫부분은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로 되어 있지만 노래할 때는 ‘백구야 펄펄’은 생략하고 ‘나지마라’로 시작합니다.
보통 가사 첫 부분이 중시되는 노래에서 이런 파격적인 시작 방법은 백구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첫째마루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성상이 버리시니 너를 좇아 예 왔노라 오류춘광 경 좋은데 백마금편 화류 가자
둘째마루 운침벽계 화홍유록한데 만학천봉 빛은 새뤄 호중천지 별건곤이 여기로다
셋째마루 고봉만장 청기울한데 녹죽창송은 높기를 다퉈 명사십리에 해당화만 다 피어서
넷째마루 모진 광풍을 견디지 못하여 뚝뚝 떨어져서 아주 펄펄 날아나니 귄들 아니 경 일러냐

네번째 곡은 가사 '황계사' 입니다.
황계사는 이별한 임이 속히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여인의 심정을 그린 노래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가사와 더없이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12가사 중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즐거움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어구를 매 절마다 후렴구로 사용하여 슬픔 가사의 내용과 대조를 이루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 곡 입니다.
첫째마루 일조낭군 이별후에 소식조차 돈절허다 지화자 좋을시고
둘째마루 좋을좋을 좋은 경에 얼시구 좋다 경이로다 지화자 좋을시고
셋째마루 한곳을 들어가니 육관대사 성진이는 팔선녀다리고 희롱헌다 얼씨고 좋다 경이로다 지화자 좋을시고
넷째마루 황혼 저문 날에 기약두고 어디를 가고서 날 아니 찾나 지화자 좋을시고

다섯번째 곡은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화상 대목부터 고고천변 대목까지' 입니다.
토끼화상은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가는 별주부에게 화공을 불러 토끼의 형상을 그려주는 장면을 묘사한 내용인데요 ~~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 발림을 보며 감상하니 더더욱!! 토끼 생김새가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고고천변은 판소리 수궁가의 주요 대목의 하나로 사설의 문학성과 판소리의 음악성이 절묘하게 어울린 명곡으로 꼽히며, 판소리뿐만 아니라 단가나 가야금병창으로도 애창되고 있는데요~
토끼의 간을 구하려고 세상에 나온 자라가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하는 곡으로, 자연의 자태와 소리를 정교하게 표현한 사설이 소리를 통해 실제 눈앞에 펼쳐지듯 실감나게 표현되는 곡 입니다.

여섯번째 곡은 가곡 계면조 롱 '북두' 입니다.
여창 계면조 농 북두는 7개의 별을 헤아리며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이다. 밤새 연인과 정담을 나누는데 빨리 아침이 오니 아침을 알리는 샛별이 뜨지 말도록 해달라는 내용 입니다.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일곱번째 곡은 가곡 우조 락 '유자는' 입니다.
우조(羽調 )락(樂)은 우조로 된 ‘락’ 형식의 악곡이라는 뜻으로 줄여서 우락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조로 부르는 여창가곡 다섯곡(이삭대엽, 중거, 평거, 두거, 우락)중에서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가락의 변화와 시김새가 멋스러워 남 · 여창에 모두 있으며 여창가객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기도 하죠. 『가곡원류(歌曲源流)』에서 우락을 “요풍탕일(堯風湯日) 화란춘성(花欄春城)”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담담한 듯하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한 가락이라는 뜻으로, 담담하면서도 유수(流水)와 같은 멋이 있는 우락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구절 입니다.
初章 유자(柚子)는 근원(近原)이 중(重)하여
貳章 한 꼭지에 둘씩 셋씩
參章 광풍대우(狂風大雨)라도 떨어질 줄 모르는 고야
四章 우리도
五章 저 유자(柚子)같이 떨어질 줄 모르리라

여번째 곡은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입니다.
환계락(還界樂)은 남창가곡에는 없고 여창가곡에만 있는 곡으로 우조인 우락에서 계면조인 계락으로 연결될 때 조바꿈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곡으로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 계면조로 바뀐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빠르기는 1분 55정이고, 16박 한 장단 가곡의 기본형으로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사랑을’은 작자 미상의 시조로 세상이 아무리 어리석다 손가락질해도 목숨보다 중요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직함을 노래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初章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貳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參章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하건 마는
四章 가다가
五章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아홉번째 곡은 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 입니다.
편삭대엽은 ‘엮는 자진한잎’ 이란 뜻으로, 남창과 여창 모두에서 불린다. 장단은 10점 10박 한 장단인 편장단이며, 편장단으로 삭대엽을 부른다는 뜻으로 빠른 속도로 사설이 많은 시를 노래합니다. 편삭대엽 ‘모란은’의 노랫말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가객이자 [해동가요]의 저자인 김수장의 작품 입니다.
初章 모란(牡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貳章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參章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량(風流郞)인가 하노라

마지막 곡은 남여창 계면조 대받침 '이려도'(태평가)를 불러주셨습니다.
계면조 대받침은 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가곡을 연창할 때 남·녀창 가객이 번갈아 부르다가 맨 마지막에 남·녀창 선율의 대비와 조화가 특징적인 남·녀 가객이 동시에 부르는 유일한 노래 입니다. 옛 문헌에는 가필주대(歌畢奏臺) 또는 편대(編臺), 대받침 등의 이름으로 실려 있지만 노랫말 때문에 태평가라고도 부릅니다. 초장의 시작은 12박부터 노래와 반주가 함께 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랫말도 초장 처음의 ‘이려도’는 부르지 않고 ‘태평성대’부터 노래한다. 또 다른곡과는 달리 대여음이 없고 거문고로만 초장의 1박부터 11박까지를 연주하여 전주 역할을 합니다.
初章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貳章 저랴도 성대(聖代)로다
參章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四章 우리도
五章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이렇게 <거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는데요~ 전수관이 아닌 다른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였습니다. 가곡전수관은 매주 두번째 목요일 19:30분에 국악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 공연을 보지 못한 분들은 가곡전수관에서 우리 음악을 즐겨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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